문화상품권 썼을 뿐인데, 월 유료 부가서비스에 가입됐다고?
<문화상품권은 오프라인 이외에도 온라인 상에서 사용할 수 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문화상품권은 도서 구매에서부터 외식, 레저 등에 널리 사용되는 상품권이다. 사용처가 한정된 백화점 상품권과 달리, 다양한 사용처에서 쓸 수 있고, 스마트폰이 등장함에 따라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온라인 결제 등에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판매처 역시 서점을 넘어 편의점이나 온라인 구매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가맹점이라면 현금처럼 받아주기 때문에 널리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문화상품권 유통에 큰 점유율을 가진 (주)해피머니아이엔씨의 해피머니 상품권, (주)한국문화진흥의 문화상품권을 온라인으로 사용하고 싶다면, 모든 홈페이지 메뉴를 의심하며 써야한다. 두 상품권 모두 오프라인에서 구한 문화상품권을 온라인상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피머니와 컬쳐랜드 아이디를 만들고 가입한 다음, 스크래치를 긁어 인증 번호를 기재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유료 부가서비스를 가입하는 메뉴가 도처에 널려있는 게 문제다.
휴대폰 본인 인증인 척… 실상은 유료 부가서비스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이지만, 실상은 월 1,650원의 유료 부가서비스 가입 페이지다.>
해피머니 상품권을 활용하는 해피머니 홈페이지 첫 화면이다. 최근 보이스피싱에 거액의 문화상품권을 요구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해 첫 화면부터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안내 문구가 나온다. 문제는 우측에 있는 배너다. 이 배너를 누르고 휴대폰 본인 인증을 입력하면, 매월 1,650원의 '스마트피싱보호' 유료 부가서비스에 가입되며 본인이 해지할 때까지 요금이 청구된다.
만약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이 목적이라면 금융감독원과 IBK 기업은행이 함께 만든 IBK 피싱스톱, KT 그룹사인 후후앤컴퍼니의 후후 앱이 제공하는 보이스피싱 차단 서비스를 이용하길 바란다.
<해피머니 문화상품권의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시 매월 1,100원의 유료 부가서비스 가입을 의도하는 팝업이 뜬다.>
아이디 및 비밀번호 찾기는 더욱 노골적으로 유료 부가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의도돼있다. 보통 문화상품권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디·비밀번호를 찾는 화면으로 넘어가 정보를 입력하면 통신사를 선택하는 팝업이 뜨는데, 흔히 볼 수 있는 본인인증 서비스가 아닌 유료 부가서비스 신청 페이지다. 평소처럼 통신사를 선택하고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인증하면 가입돼버린다.
<문화상품권을 유통하는 컬쳐랜드 역시 본인 인증에 유료 부가서비스를 신청하도록 의도하고 있다.>
문화상품권을 유통하는 컬쳐랜드 역시 다르지 않다. 평소처럼 익숙하게 통신사와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고, 인증번호를 입력하면 월 1,100원의 부가서비스를 신청하도록 의도한 것이다. 심지어 아이디 및 비밀번호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고, 여러 차례 아이디 및 비밀번호 입력만 틀려도 바로 유료 서비스 가입을 유도하는 페이지가 뜬다. 휴대전화 본인인증에 낯선 세대라면 분명히 유료서비스를 신청할 수밖에 없도록 해놓은 것이다.
유료 서비스, 소비자가 주의할 수 밖에 없어
<도서문화상품권은 유료서비스 유도 없이 본인 인증 화면을 제공한다.>
아이디/비밀번호 찾기에 쓰이는 본인인증 서비스는 거의 모든 온라인 사이트에서 사용되고 있는 서비스라서 기계적으로 입력하는 사람이 많다. 이를 악용해 유료 부가서비스를 가입을 유도하는 것은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인터넷에 낯선 세대가 이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휴대폰으로 인증하도록 유도하고, 해지할 때까지 요금을 청구하는 것은 그 속내가 뻔하다. 온라인으로 문화상품권, 해피머니 상품권을 사용하고 싶었을 뿐인데, 월 단위로 요금이 빠져나가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화의 힘으로 만드는 행복한 세상'도 좋지만, 사용자가 불쾌함을 느끼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