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코리아] 버넥트 X 라온피플 (1) 더 크게 더 적극적으로 알려라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계란 속 병아리가 바깥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부리로 계란 벽을 쪼는 것을 '줄(口+卒)'이라고 합니다. 이 소리를 듣고 어미 닭이 바깥에서 계란 벽을 쪼아 돕는 것을 '탁(啄)'이라고 하지요. 밖에서 쪼는 어미 닭이 안에서 두드려 알리는 병아리보다 빨라도, 그렇다고 늦어서도 안됩니다. 안팎의 타이밍, 그 찰나의 순간을 맞춰야 건강한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출처: 인터비즈
출처: 인터비즈

< 출처: 인터비즈 >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더 나은 산업현장을 만들겠다는 버넥트는, 아직 젊은 스타트업입니다. 물론, 좋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시장 평가와 함께 약 9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고, 3명으로 창업해 이제 60명이 넘는 직원이 함께하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긴 합니다. 다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경험입니다.

이에 스케일업 코리아팀은 이제 만 3년을 넘어선 스타트업 버넥트가 '줄'하면, '탁'하고 맞장구쳐줄 수 있는 조언자를 찾았습니다. 어미 닭처럼 버넥트에게 부족한 경험을 채워줄 조언자는 라온피플의 이석중 대표입니다.

라온피플 라운지에서 이석중 대표(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버넥트 하태진
대표(우)
라온피플 라운지에서 이석중 대표(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버넥트 하태진 대표(우)

< 라온피플 라운지에서 이석중 대표(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버넥트 하태진 대표(우) >

라온피플은 '머신비전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술 기업입니다. 머신비전 솔루션은 카메라 렌즈 등을 이용해 제품 이미지를 확보한 후 분석 과정을 거쳐 제품의 품질을 판정하는 시스템인데요. 지난 2010년 설립 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2019년 10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또한, 2019년 매출은 315억 원, 당기순이익 85억 원으로, 순 이익률 27%에 달합니다. 2013년부터 8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으며, 연평균 20% 이상의 영업이익률 달성, 2014년 이후 5년간 연평균 47% 고속 성장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라온피플 회사 연혁과 매출 상승, 출처:
라온피플
라온피플 회사 연혁과 매출 상승, 출처: 라온피플

< 라온피플 회사 연혁과 매출 상승, 출처: 라온피플 >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더 크게 적극적으로 알려라"

요즘 버넥트 하태진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은 영업(세일즈)이다. 우수한 기술 기업이지만, 영업이 돌아가지 않으면 이익을 낼 수 없다. 고객을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고객이 어떻게 찾아오게 만들어야 하는지, 또 고객을 어떻게 관리하고 유지해야 하는지... 기술 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난제다. 하 대표가 지난번 요청했던 과제도 'B2B영업'이었다. 그래서일까. 하 대표의 첫 질문은 영업 관련 질문이었다.

하 대표: 라온피플은 납품 계약을 맺은 업체와 어떻게 후속 계약을 계속 이어가나요?

이 대표의 대답이 걸작이다.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 대표: 무엇보다도 먼저 버넥트를 적극적으로 더 크게 알리세요.

라온피플 이석중 대표가 하태진 대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라온피플 이석중 대표가 하태진 대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라온피플 이석중 대표가 하태진 대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고객 영업과 납품 계약 유지 방법에 대해 질문했는데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무슨 연관성이 있길래?

이 대표의 얘기는 경험에서 비롯했다. 라온피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홍보는 고객과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특히 '고객의 관점'에서 홍보하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 일부러라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합니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는 스타트업을 처음부터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그래 너희가 그런 좋은 기술이 있어? 그럼 어디 한 번 해봐' 하면서 기존 거래처들도 어려워하는 일을 주고 시험해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좋은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고객 관점에서 보면 여러 기술 스타트업 중 한 기업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 테스트 삼아 일을 주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 대표: 이런 시험 과제는 고객 입맛에 맞게 열심히 개발해 납품해도 제품 양산화 즉, 후속 계약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테스트 정도에 끝나는 거죠. 기술 스타트업은 B2B 고객과 일하면서 이런 경우를 많이 당합니다. 그러니 좋은 고객과 일하려면 회사와 기술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죠.

그렇기에 라온피플은 '고객의 관점'에 맞춘 홍보를 적극적으로 한다. 라온피플의 대표적인 홍보 수단은 전시회 참가와 온라인 홍보다. 이 대표가 라온피플 성장 과정에서 기술 홍보를 어떻게 했는지 계속 이야기했다.
(영업과 고객 유지, 기업 성장에 대한 내용은 다음 편에서 자세하게 다룬다)

"크게 더 크게... 리딩 기업 이미지를 선점하라"

라온피플은 자사 솔루션과 관련된 큰 규모의 전시 행사에 대부분 참가한다. 라온피플이 전시 행사에 참가할 때, 이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리딩 기업 이미지를 선점하는 것이다.

국내 전시회에 참가한 라온피플 부스, 출처:
라온피플
국내 전시회에 참가한 라온피플 부스, 출처: 라온피플

< 국내 전시회에 참가한 라온피플 부스, 출처: 라온피플 >

이 대표: 나를 알리는 것에도 방법과 전략이 필요합니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는 말에) 라온피플은 전시회, 박람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전시회는 관련 제품, 관련 서비스, 관련 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입니다. 최소한 내 목소리를 듣기라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죠. 라온피플은 무리가 되더라도 부스를 가장 크고 멋지게 꾸며서 나갑니다. 그래야 주목을 받아요. 우리가 리딩 업체라는 마음가짐으로 나서야 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스마트팩토리 관련 행사는 매년 3월 열리는 '오토메이션월드'다. 작년 3월, 라온피플과 버넥트는 같은 오토메이션월드 행사장에 있었다. 하지만, 규모가 달랐다. 오토메이션월드가 열린 코엑스 행사장에서 라온피플 부스 규모는 16개 부스로 가장 컸다. 이 대표가 '적극적으로 알려라'라는 말의 적극적인 크기는 이 정도다. (이 행사에 버넥트 부스는 한 칸이었다. 아래 사진)

버넥트도 전시회, 박람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지만 부스 크기는 그리 크지 않다, 출처:
버넥트
버넥트도 전시회, 박람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지만 부스 크기는 그리 크지 않다, 출처: 버넥트

< 버넥트도 전시회, 박람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지만 부스 크기는 그리 크지 않다, 출처: 버넥트 >

특히, 라온피플은 국제적인 산업 전시회에 나갈 때 전시 부스에 더 많이 투자한다.

이 대표: 머신비전의 역사는 이미 40년입니다. 우리는 우리 기술에 자부심이 크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비슷한 기술을 상용화해 상품으로 판매하는 업체가 있었어요. 버넥트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라온피플은 해외 전시에서도 부스를 키워 시장을 이끌어 가는 리딩 기업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어? 저긴 어디인데 저렇게 커?'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거죠. 우선 고객의 관심을 얻어야 합니다. 영업은 그 다음 이야기죠.

"진정성 있는 온라인 소통이 부른 잠재 고객"

'From Machine Vision to Machine Learning'

라온피플 블로그 소개 글이다. 인공지능 비전 전문 기업이라고 소개하는 라온피플다운 문구다. 그런데, 콘텐츠가 재미있다. 일반적인 기술 기업 블로그와는 결이 다르다. 라온피플의 제품과 서비스, 기술 등을 소개하는 목록 아래 '알기 쉬운 기술의 이해', 'Academy' 등 마치 학술 논문 같은 콘텐츠가 즐비하다. '쉽게 읽는 머신 러닝' 목록은 인공지능 머신 러닝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꿀 같은 콘텐츠다.

라온피플 블로그
라온피플 블로그

< 라온피플 블로그 >

라온피플은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많은 사업 기회를 만들고, 좋은 인재들을 발굴할 수 있었다. 블로그 방문자와 유튜브 시청자들이 고객으로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라온피플 블로그는 2014년부터 이석중 대표가 운영했다. 당시 국내에는 해외와 비교해 머신비전,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이 생소했던 시기로, 한글로 작성한 논문이나 글이 거의 없었다.

이 대표: 처음에는 인공지능(딥러닝)을 공부하는 차원에서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어려운 논문, 함수 등을 풀어서 설명하는 개념 정리를 블로그에 하나씩 올렸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건 정기적으로 게재함으로써 스스로를 다잡고자 했고, 학습한 내용을 공유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랐던 거죠.

그러던 중 재밌는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이 대국을 펼친 이후 국내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방문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댓글을 통해 방문자 질문에 답변하며 소통했고, 인공지능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방문해 같이 공부하고 배우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라온피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블로그 방문자가 라온피플 고객으로 이어졌다. 블로그를 보며 인공지능을 배운 대학생이 신입사원으로 들어왔고, 새로운 라온피플 기술을 소개하는데 유용한 채널로 확장했다. 지금은 이 대표뿐만 아니라 라온피플 직원들이 번갈아 가며 글을 올린다. 어느새 블로그 콘텐츠는 600개 이상이다.

다른 미디어 채널로 확장하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블로그를 보고 S 대기업에서 세미나를 요청했고, 대학교에서 강연을 부탁했다. 모 일간지에 칼럼을 게재하는 기회로도 이어졌다. 스스로 공부하면서 작성했던 글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아카데미'로 발전했다. 이 대표는 "콘텐츠가 가진 힘"이라고 설명했다.

특허청이 대한민국 AI 대표주자로 소개한 라온피플 이석중 대표, 출처: 특허청
유튜브
특허청이 대한민국 AI 대표주자로 소개한 라온피플 이석중 대표, 출처: 특허청 유튜브

< 특허청이 대한민국 AI 대표주자로 소개한 라온피플 이석중 대표, 출처: 특허청 유튜브 >

이 대표: 블로그 방문자가 라온피플의 잠재 고객이자, 미래 신입사원이고,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전문가입니다. 어렵게 공부한 것을 블로그로 정리하면서 기술을 제품으로 어떻게 개발할지 아이디어도 찾습니다.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쉽고 빠르게 라온피플 기술을 알리는데 블로그를 활용하고 있어요.

이석중의 AI 트렌드 채널, 출처: 라온피플 유튜브
채널
이석중의 AI 트렌드 채널, 출처: 라온피플 유튜브 채널

< 이석중의 AI 트렌드 채널, 출처: 라온피플 유튜브 채널 >

사실 버넥트 하태진 대표도 이미 라온피플 블로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가 이 대표에게 건넨 질문 자체가 "블로그 글은 직접 작성하시나요?"였다. 자주 살펴보고 있었다는 뜻. 개발자, 엔지니어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을 찾다가 좋은 자료로 연결되는 것은 어색하지 않은 일이다.

기술 기업의 영업 방식도 이와 같다. 기술컨설팅, 영업컨설팅 등으로 불리지만, 결국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납품하는 구조다. 블로그 글과 유튜브 동영상은 이들 사이에서 아주 훌륭한 매개체다. 어렵고 새로운 기술을 소개한다는 것이 홍보와 영업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이 대표와 하 대표는 3시간 가까이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았다. 지난 10년간 라온피플이 어떻게 현장에서 영업했는지 전략과 노하우를 배우고자 했던 하 대표에게 이 대표는 먼저 '홍보'의 중요성과 방법을 전했다. 사실 전시회 참가, 블로그와 유튜브 등을 다양한 미디어 채널 활용법 등은 익히 알려진 방법이다. 다만,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전달하는 이 대표의 말에는 'Tip'이 숨어져 있었다. '무리하더라도' 크게 나가야 하는 전시회 부스라는 답은 기자도 예상하지 못했다.

  • 다음 편에서는 이 대표가 기술 기업으로서 활동하며 구축한 영업 네트워크 확장 경험과 납품 계약에 대한 그의 생각 등을 전할 예정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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