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신상공개] "오빠 나 어디 달라진 것 없어?" 후지필름 X100V
[IT동아 강형석 기자] 연인 관계에 있어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드는 질문 중 하나를 꼽자면 아마 “오빠~ 나 어디 달라진 거 없어?”가 아닐까 싶다. 눈에 띄는 변화는 없는 것 같은데, 있다고 해도 거의 난도 높은 숨은그림찾기 수준의 변화를 재빠르게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성을 달래는데 엄청난 시간을 소비하게 될 테니까.
이번에 공개된 후지필름 X100V이 딱 그렇다. 눈에 띄게 변화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자화자찬이 엄청나다. 사실, 변화한 부분은 여럿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소소하게 하나 둘 추가된 것에 불과하다. 자동차로 치면 '풀체인지(완전변경)'가 아니라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첫 인상만 봐도 그렇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는데 큰 틀에서의 변화는 미미하다. X100과 X100T만 놓고 봐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X100V를 놓고 보니 일부 요소를 제외하면 거의 판박이다. 모서리를 조금 다듬고 다이얼 하나 있고 없고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외형은 거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렌즈가 달라진 것 아니냐고? 재미있게도 23mm 초점거리와 조리개 f/2.0 사양의 렌즈 그대로다.
후지필름은 참 좋겠다.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적어도 비용은 줄일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플랫폼 전체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설계도 새로 해야 되고 그에 따른 전반적인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반면, 기존 것을 살짝 바꿔 쓴다면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약간의 세부적인 요소만 바꿔서 인상을 다르게 보이도록 꾸미는 것도 가능하다.
그래도 양심은 있었는지 후면에 디스플레이에는 변화를 줬다. 기존에는 붙박이였지만 이번엔 상하 이동이 가능한 틸트 액정 디스플레이를 달았다. 터치도 가능하다. 대신 화소가 162만으로 최신 기기의 흐름을 따른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딱 중급기 정도의 액정 디스플레이다.
부분변경 같은 외모와 달리, 속 내용물은 나름대로 자사 최신 기술을 적용한답시고 많이 바꿨다. 2,6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는 APS-C 규격으로 35mm 필름 규격 대비 초점거리 1.5배 환산이 이뤄진다. 여기에 탑재된 렌즈는 23mm 초점거리를 제공하니까, 실제로는 약 35mm 정도(34.5mm)의 렌즈와 유사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렌즈 교환이 안 된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0.8배, 1.4배 초점거리로 바꿔주는 렌즈 어댑터를 별도로 판매한다. 각각 28mm(27.6mm), 50mm(48.3mm)에 해당된다.
이미지 프로세서도 최신 사양으로 바꾸다 보니까 동영상 처리 실력은 늘었다. 기존에는 없는 것만 못했던 영상 촬영 기능이 4K 30p(4K 해상도에 초당 30매 기록) 수준으로 개선됐다. 4:2:2 10비트 HDMI 출력에도 대응해 전문가 수준의 촬영도 지원한다는데 이걸로 누가 어떻게 활용할 지는 미지수.
아, 기존에도 제공됐던 필름 시뮬레이터도 그대로 제공된다. 이터나와 클래식 네가(네거티브를 말하는 것 같다)도 포함됐다고 한다. 동영상에도 효과를 적용할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X100을 시작으로 다양한 마이너 업그레이드된 카메라가 꾸준히 등장해 왔고, X100V는 그 중 최신형이다. 그간 출시된 X100 라인업을 겉으로만 보면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데, 마치 “오빠~ 나 어디 달라진 거 없어?”라고 묻는 것 같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