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인플루언서와 함께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스타트업, 트랜쇼
[IT동아 권명관 기자] 중국의 이커머스 시장 성장은 눈부시다. 2018년 기준, 6,339억 달러 규모로 전세계 최대 규모다. 14억 명이 넘는 중국 인구, 빠르게 발전한 IT 기술의 발달은 이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저렴한 가격, 낮은 품질 등으로 평가 절하되던 인식도 바뀌고 있다. 오히려 중국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여기 중국에서 무섭게 성장 중인 이커머스 업체가 있다. 2015년 설립, 불과 2년만인 2017년 미국 나스닥에 16억 3,000만 달러 규모로 상장했다. 그리고 2018년, 타오바오(Taobao)와 징동닷컴(JD.com)에 이어 중국내 3번째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 이하 이커머스) 앱으로 올라섰다. 당해 거래액만 686억 달러(한화 약 79조 6,000억 원). 바로 소셜 이커머스 업체 핑두오두오(PINDUODUO) 이야기다.
< 3년간 1,333% 성장을 기록한 핑두오두오 >
인플루언서가 브랜드다?
핑두오두오를 주목하는 이유는, 독특한 판매 방식에 있다. 지마켓, 쿠팡, 아마존 등 기존 이커머스 업체와는 사뭇 다르다. 수만 또는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소개하고, 인플루언서와 공감하는 팔로워는 소개받은 제품을 ‘신뢰’하며 구매한다. 사실 이미 우리는 인플루언서, 왕홍, KOL(Key Opinion Leader) 등으로 불리는, 미디어 못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마치 유명 연예인이 애용하는 제품을 따라 구매하는 팬 심리와 비슷하다.
인플루언서가 단순히 광고비를 받고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인플루언서가 직접 제품을 판매하며, 수익의 일부를 가져간다. 이를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와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를 결합한 전자상거래라는 뜻에서 ‘B2B2C(Business to Business to Consumer)’라고 설명한다.
이미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SNS 속에서 활동하는 유명 인플루언서는 팔로워에게 하나의 미디어이자 채널이다. 개성과 취향의 중요성이 소비자에게 제품 선택 결정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공감과 신뢰에 기반한 (인플루언서의) 제품 추천이 구매로 이어진다. 이제 소비자는 글로벌 판매 1위, 국내 판매 1위 제품보다 내가 따르고 공감하는 사람이 추천하는 제품 리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결국 선택의 변화다.
이 같은 이커머스 시장의 변화에 맞춰, 인플루언서와 함께 새로운 B2B2C 플랫폼을 선보인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와 서울 동대문 등의 도매 제품을 동영상 기반으로 판매하는 ‘트랜쇼(TRENSHOW)’다. 트랜쇼는 자사의 서비스를 ‘SNF’라고 설명한다. SNF는 ‘SNS 상에서 패션(Fashion)을 매개체로 인플루언서들이 팬(Fan), 팔로워(Follower) 등과 소통하고 즐기는(Fun) 것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 트랜쇼 이석기 최고마케팅경영자 >
트랜쇼 공동창업자이자 최고마케팅경영자(CMO)인 이석기 이사는 “쉽게 설명하면, 제품을 인플루언서와 함께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인플루언서가 각각의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이죠”라며, “다만, 인플루언서 개인이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트랜쇼는 인플루언서가 브랜드를 런칭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인플루언서를 위한 트랜쇼의 제안, 브랜딩
트랜쇼가 인플루언서에게 제안하는 패션 브랜딩 케이스는 크게 3가지다. 첫째, ‘개인 브랜딩’이다. 인플루언서가 평소 활동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컨셉을 설정한 뒤, 시즌을 기획한다. 또한, 인플루언서가 스스로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디자인한 제품 생산과 판매, 그리고 C/S까지 돕는 방식이다. 트랜쇼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화장품 브랜드 ‘두두베베’를 운영하며, 샤넬, 랄프로렌 등 럭셔리 브랜드에 초청되고 있는 김애리씨와 함께 ‘LUVELL.C’를 런칭한 바 있으며, 틱톡에서 190만 팔로워와 소통하고 있는 댄서소나(DANCER SONA) 김솔아씨와 함께 디자인 작업 중이다.
< 트랜쇼를 통해 개인 브랜드를 런칭한 인플루언서 예시 >
둘째, ‘콜라보레이션’이다. 이미 알려진 기성 브랜드와 인플루언서를 연결해 인플루언서가 본인만의 디자인으로 변경(색상, 패션 스타일 등)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돕는 형태다. 유튜브에서 29만 팔로워와 패션, 일상, 여행 등의 콘텐츠로 소통하고 있는 류스펜나(RYU’S PENNA) 류경아씨가 트랜쇼를 통해 패션 브랜드 ‘FCMM’가 협업해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 트랜쇼를 통해 인플루언서가 기성 브랜드와 콜레보레이션 작업한 예시 >
셋째, ‘큐레이션&멀티브랜드 샵’이다. 개인 디자이너, 동대문, 브랜드 등 여러 제품을 인플루언서가 선택해 추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플루언서가 다양한 패션 제품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선택해 팔로워에게 소개하는 형태다.
< 트랜쇼와 SNF 브랜딩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 출처: 트랜쇼 >
트랜쇼 이석기 이사는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관심사를 팔로워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형태의 브랜딩을 기획할 수 있도록 돕고, 실제 제품 판매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것이 트랜쇼의 목표입니다”라며,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연예인을 활동을 지원하듯, 트랜쇼는 인플루언서의 사업을 지원합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트랜쇼와 함께하는 국내 인플루언서는 10여 명이다. 앞서 소개한 유명 패션 유튜버 류경아(RYU'S PENNA)와 인스타그래머 김애리(@aerichristina), 박송이(@songyibom), 강희웅(@thzisdan), 틱톡커 댄서소나(dancersona)와 신사장(shin_sajang93), 유링딩(yur2ruy), DJ유니(yoonilee1022), 신동호(shindongho_kr) 등이다. 각 인플루언서는 많게는 210만 명에서 적게는 6만여 명의 팔로워와 소통하고 있어 모두 합치면 1,000만명을 훌쩍 넘는다.
패션 업계 경력 20년 이상의 트랜쇼 구성원
트랜쇼가 패션, 뷰티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B2B2C 플랫폼 ‘SNF’를 서비스할 수 있는 밑바탕에는 오랜 시간 패션 시장에 몸 담은 구성원들의 역량을 빼놓을 수 없다. 이석기 이사는 패션 브랜드 기획 및 동대문 유통산업에서 26년간 일한 베테랑으로 ‘닉스’, ‘292513=STORM’ 등 15여개의 패션 브랜드를 기획한 바 있으며, ‘Replay’, ‘CLUB MONACO’ , ‘Dr Martin’ 해외 브랜드의 국내 런칭를 담당했다. 또한, 동대문 홀세일 쇼핑몰 ‘apM’, ‘U:US’과 동대문 리테일 쇼핑 몰 ‘밀리오레’, ‘hello apM’ 기획, 동대문 홀세일 및 리테일 브랜드 ‘보우’를 운영한 바 있다.
트랜쇼 박민범 공동대표 역시 패션 유통 현장에서 29년간 일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남대문과 동대문에서 ‘ON2’, ‘L;U’ 도매 매장, 동대문/부산/광주/대구 밀리오레 쇼핑몰, 동대문 도매몰 APM, hello APM 등을 기획하고 오픈 및 운영을 책임진 바 있다.
< 중국 B2B2C 이커머스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는 트랜쇼 이종환 공동대표 >
이외에도 10년 이상 패션 해외 유통 산업, 패션 유통 고객 유치 및 사입자 관리, 화장품 수입, 화장품 기획 및 제조, 화장품/미용 제품 해외 유통, 브랜드 기획 및 운영, 화장품 기획 및 운영 등 패션/뷰티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구성원들이 트랜쇼에 합류했다. 어느덧 트랜쇼 직원은 3명이서 시작해 20명 이상으로 늘었다.
이 같은 트랜쇼 구성원의 장점은 제품 공급망 경쟁력으로 발현됐다. 패션 디자인부터 제품 생산을 하루만에 처리할 수 있는 동대문 네트워크, 패션 디자이너 그룹과의 협업 체계, 화장품 제조 및 판매 업체 등의 리소스 보유로 이어졌다.
< 인플루언서가 소비자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전 과정을 지원하는 트랜쇼 >
또한, 과거부터 지금까지 다져 온 중국 업체와의 파트너쉽은 타오바오, 알리바바, 징동닷컴 등 중국 이커머스와 연결되어 있다. 이석기 이사는 “국내보다 중국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틱톡커 등)의 중국 진출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췄습니다”라며, “한류와 함께 K-패션, K-뷰티 제품이 중국에서 경쟁력을 발휘합니다. 인플루언서는 이전처럼 좋은 콘텐츠만 제작하면 됩니다. 제품 선정부터 생산, 판매, 유통, 정산, C/S 등 전 과정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라고 자신했다.
< 과거 시장 조사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트랜쇼 이석기 이사(가운데) 모습 >
인플루언서는 그저 평소처럼 콘텐츠를 촬영하고, 소통하면 된다. 그 이외의 제품 선정, 제품 기획, 제품 마케팅, 제품 판매, 제품 결제, 제품 배송, 정산, C/S 등은 트랜쇼가 책임진다. A부터 Z까지. 자신만의 브랜드를 꿈꾸는 인플루언서에게 달콤한 선물을 준비하겠다는 것이 트랜쇼의 목표다.
마지막으로 이석기 이사는 “우리가 지향하는 B2B2C ‘SNF’는 자연스러운 SNS 경험의 확장이자, 다른 형태의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공감하고 신뢰하는 인플루언서와 팔로워를 연결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트랜쇼에게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라고 전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