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나미 153 스마트펜, 스마트하게 진화한 '국민 볼펜'
[IT동아 김영우 기자] PC나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등의 보급으로 인해 예전보단 쓰임새가 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직관성이나 신속성, 그리고 감성까지 고려한다면 종이와 펜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필기구 조차도 첨단 기술과 결합, 아날로그의 감성과 디지털의 편리함을 동시에 추구한 '스마트 펜'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한민국 필기구의 대명사인 '모나미 153' 볼펜 역시 예외가 아니다. 모나미 153은 실용적인 디자인과 양호한 필기감, 그리고 높은 경제성을 인정받으며 1963년 첫 출시 이후 56년 동안이나 꾸준히 사랑받은 그야말로 '국민 볼펜'이다. 이번에 소개할 모나미 153 스마트펜은 기존 모나미 153 볼펜의 브랜드 및 필기 감각을 계승하는 한편, 자유로운 백업 및 공유, 편집, 변환 등, 디지털 문서만의 강점도 품은 차세대 필기 솔루션이다.
제품의 구성 및 이모저모
현재 팔리고 있는 모나미 153 스마트펜은 스마트펜 본체 및 전용 노트(N노트), 사용 설명서, 그리고 충전 케이블 및 볼펜심(0.8mm 3개), 그리고 153 한정판 배지 등으로 구성되었다. 참고로 위 구성품은 2019년 12월 기준이며 향후 변경될 수도 있다.
모나미 153 스마트펜 본체의 컬러 구성은 모나미 153 1.0mm 제품을 연상시킨다. 다만 전반적인 윤곽 자체는 원조 모나미 153과 그다지 연관이 없어 보이는 것이 약간 아쉽다. 참고로 이 제품의 제조는 대표적인 스마트펜 전문업체인 ㈜네오랩컨버전스에서 담당하고 있다. 하드웨어 자체는 동사의 네오 스마트펜 M1 제품과 호환된다.
스마트폰 본체의 상단 끝 부분에는 마이크로 USB(5핀) 규격의 충전 포트가 달려있으며 스마트폰용 USB 충전기로 충전이 가능하다. 완전히 충전하면 대기 125일, 연속 필기 6시간 동안 쓸 수 있으며 펜 상단 LED를 통해 배터리 상태(충전 완료되면 녹색)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블루투스 연결 상태(청색), 저장공간 부족(황색), 펌웨어 업데이트 상태(주황색) 등의 다양한 상태를 확인 가능하다.
LED 반대편에는 전원 버튼이 달려있다. 살짝 누르면 켜지며 길게 누르면 꺼진다. 전원 버튼을 누르지 않고 펜캡(뚜껑)을 빼거나 끼우면 마찬가지로 전원이 켜지거나 꺼지니 참고하자. 그리고 20분 이상 아무 동작을 하지 않으면 배터리 절약을 위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지는 기능도 갖췄다.
잉크가 들어있는 리필심은 스마트펜 본체에 1개가 장착되어 있으며 여분으로 3개가 더 제공된다. D1 규격의 표준 리필심이 호환되므로 다 쓰더라도 별도 수급은 쉬운 편이다. 그리고 모나미 153 스마트펜을 활용하려면 필기 인식용 특수 패턴이 인쇄된 스마트펜 전용지로 구성된 전용 노트(N노트)가 꼭 필요하다. 이러한 소모품은 제품을 제조한 네오랩컨버전스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노트 외에 다이어리, 캘린더 등의 제품도 있다. 물론 전용 노트가 아닌 일반 종이에도 글씨를 쓰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다만 이렇게 하면 각종 스마트 기능을 이용할 수 없으니 일반 볼펜이나 다름이 없다.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연동, 손글씨 쓰면 곧장 디지털 문서로
제품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려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의 단말기와 연동이 필요하다. 우선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윈도우 스토어 등을 통해 전용 앱인 ‘네오노트(NEO NOTES)’를 무료로 다운로드해 설치하자. 그 다음은 단말기와 스마트펜을 블루투스로 연결해야 하는데 앱을 처음 실행하면 그 과정을 설명해주니 화면의 지시에 따르면 손쉽게 연결이 가능할 것이다.
준비가 되었으면 전용 노트를 펴고 마음대로 필기를 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반드시 펜팁이 위쪽을 향하게, 그리고 센서는 아래쪽을 향하게 펜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야 정상적으로 필기 내용이 인식된다. 한 두 번만 해보면 쉽게 적응이 가능할 것이다.
앱을 실행한 상태에서 필기를 해보면 노트에 사용자가 쓴 글씨나 그림이 그대로 화면에 실시간 표시되며 디지털 문서가 생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필기를 할 때마다 꼭 앱을 함께 실행해야 하는 건 아니다. 오프라인 상태에서 단독으로 필기를 하더라도 펜 내부의 저장소에 필기 내용이 저장되며 A4 사이즈 약 1,000매 분량까지 저장이 가능하다. 이렇게 오프라인 상태에서 저장된 필기 내용은 앱을 실행하면 자동으로 단말기에 전송되어 화면에 표시되며 펜 내부에 저장된 내용은 삭제된다.
모나미 153 스마트펜은 기본적으로 0.8mm 굵기의 검정색 볼펜이지만 앱 설정에 따라 다른 색, 혹은 다른 굵기의 글씨나 그림으로 화면에 표시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펜의 필압 설정 기능도 있어서 살살 써도 굵게, 혹은 힘주어 눌러서 써도 가늘게 화면에 표시되도록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이는 앱 화면 상의 표시 내용을 바꾸는 것이며 실제 노트 위에 쓴 글자의 색상이나 굵기가 변하는 건 아니니 참고하자.
이렇게 생성한 문서를 앱 상에서 추가 편집하는 것도 가능하다. 편집 모드에 들어가 밑줄을 긋거나 동그라미 표시를 추가하고 문서 특정 부분의 글자나 그림 색깔을 바꾸는 등의 등의 추가 작업이 가능하며 일반 펜 외에 형광펜 같은 효과도 줄 수 있다. 이 때는 화면 상에서 직접 편집하므로 스마트펜이나 전용 노트가 없어도 된다.
텍스트화, 변환, 공유, 녹음 등 다양한 부가기능 지원
앱 화면의 상단을 보면 다양한 추가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필기 인식 기능이 있는데, 이를 실행하면 사용자의 손글씨를 인식해 텍스트로 바꿔준다. 심한 악필이 아니라면 무난하게 인식이 가능하며 영어나 한글 외에 중국어나 일본어, 프랑스어 등 30여개의 언어에 대응한다. 물론 글자나 기호만 인식하며 그림은 변환되지 않는다. 손글씨 문서를 텍스트 문서로 변환하고자 할 때 유용할 것이다. 하나의 문서에 여러가지 언어의 글씨가 함께 적혀 있으면 텍스트 인식률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유의하자.
필기 녹화 및 녹음 기능도 지원한다. 녹화 기능은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으며 해당 문서의 내용을 재생하면 해당 문서의 편집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다. 그리고 녹음 기능의 경우, 앱을 실행한 상태에서 녹음 버튼을 누르고 필기를 진행하는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다. 녹음된 내용을 재생하면 녹음된 소리와 함께 문서를 편집하는 과정이 재생된다. 프로젝트를 설명하거나 학습을 시키고자 할 때 유용하다.
공유 기능의 경우는 이렇게 생성한 문서를 다양한 규격의 디지털 파일로 저장하거나 다른 곳에 전송할 수 있다. PNG, PDF, TXT, SVG, PPT, DOC 등의 파일 규격으로 변환이 가능하며 이렇게 변환된 문서를 이메일이나 문자, 카카오톡, 클라우드 등의 수단으로 공유 및 전송할 수 있다. 그리고 전용 노트에 필기를 하다가 노트 우측 상단에 있는 이메일 아이콘에 체크를 하면 다음 앱 접속 시에 해당 페이지의 내용을 바로 이메일로 전송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이렇게 생성만한 문서들은 노트별로, 혹은 날짜나 태그별로 앱 상에 정리해 자신만의 디지털 서재를 만들 수도 있다. 필기 인식 기능과 연계해 생성된 노트의 필기 내용을 검색하는 것도 가능하며, 에버노트나 어도비 크리에티브 클라우드, 원노트, 구글 드라이브 등의 외부 클라우드 앱과 연동해 자동 저장이 되도록 설정할 수도 있으므로 사용자의 취향대로 활용해 볼 만하다.
미래를 지향하는 전통 필기구의 의지
이번에 출시된 모나미 153 스마트펜은 과거의 영광에만 안주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전통 필기구의 의지를 보여주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모나미 153 답게 쓰기 편하면서 스마트 펜 답게 각종 디지털 기술을 한껏 담아 한층 유용한 제품으로 재탄생 했기 때문이다. 전통 필기구 특유의 직관성과 신속성, 그리고 감성을 포기하지 못하면서 디지털 문서의 유용성 역시 누리고자 하는 사용자에게 잘 어울리는 제품이다.
모나미 153 스마트펜 패키지는 2019년 12월 모나미 공식 쇼핑몰 기준 13만 8,570원에 팔리고 있다. 대중적인 필기구의 대명사인 모나미 153의 이름을 달고 있는 제품 치고는 약간 비싸게 느껴질 수 있는데 제품에 탑재된 각종 기술과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면 이해 못할 수준은 아니다. 가격보다도 더 아쉬운 건 디자인인데, 원조 모나미 153과 보다 유사한 외형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기능적으로는 지금도 충분히 쓸 만하니 만약 후속 제품이 나온다면 이러한 감성적인 부분도 좀더 보강했으면 좋겠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