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최병호 교수가 말하는 '인공지능 생태계'

고려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Human-inpsired AI & Computing 연구소)의 최병호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을 영리, 이윤 추구만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고려대 인근에서 만난 그는 현재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현재의 시선에 안타까워했다. 인공지능을 단순한 돈벌이를 위해 활용하는 것은, 인공지능으로 인해 바뀔 수 있는 미래 사회의 작은 일부분에 그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때문에 최 교수는 인공지능을 사회적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도록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모인, 하나의 '생태계' 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두가 공감하는 인공지능 생태계를 완성하고 나면, 그에 따른 비즈니스모델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고려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 최병호 교수
고려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 최병호 교수

< 고려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 최병호 교수 >

초개인화 완성을 향한 데이터 인프라를 찾아야 한다

Q. 지난 'AI i-CON' 강연에서 인공지능 생태계를 많이 강조하셨다.
A. 생태계라고 말했지만, 쉽게 말하자면,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한 단체 또는 집단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현재 인공지능은 채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다. A 업체는 음성인식을 활용해 인공지능 스피커를 만들고, B 업체는 비전인식을 활용해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앨범 서비스를 제공한다. C 업체는 사용자의 인터넷 검색 기록을 활용해 제품을 추천하고, D 업체는 반복적인 작업을 최적화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즉,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개발하는 집단과 단체에 따라 결과물은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사용자에게 유용한 서비스로 인식될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 사용자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해 올바른 방향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Q. 어떤 방법이 있을까. 정부, 기업, 사용자 모두가 공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A. 사회가 공감하는 문제 해결, 그러니까 소셜 미션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어떨까. 영리/이윤 추구가 아닌 사회 문제 해결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모두의 관심사를 하나로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국내 정부도 소셜 문제 해결 과제를 인공지능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 모두가 공감하는 하나의 방향을 찾지 못했을 뿐, 각각의 사업 과제(프로젝트)가 추구하는 그림은 조금씩 하나로 모이는 중이다.

지난 10월 1일 열린 AI i-CON 두번째 행사 중 토크콘서트의
모습
지난 10월 1일 열린 AI i-CON 두번째 행사 중 토크콘서트의 모습

< 지난 10월 1일 열린 AI i-CON 두번째 행사 중 토크콘서트의 모습 >

Q. 기억나는 사례가 있다면.
A.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는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사회문제 중 하나다. 빌라, 아파트 등의 위층과 아래층간 발생하는 소음 문제는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한다. 명확한 해결책은? 아직 없다. 사람마다 느끼는 소음의 기준이 다르고, 서로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당사자가 원활하게 협의하는 것이 어렵다. 층간 소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원만하게 해결한 사례가 얼마나 있나. 거의 없다. 문제는 '애 키우는 집인데 이해 좀 부탁한다'는 위층 할머니의 말은, 수능을 준비하는 고3 자녀를 둔 아래층 부모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층간 소음을 해결할 수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발생하는 소음(소리)의 주파수를 추적해, 해당 주파수를 상쇄하는 역주파수를 쏘는 것이다. 문제 원인이었던 소음 자체를 없앨 수 있다. 자연스럽게 사회적 문제도 해결된다.

층간 소음은 하나의 예다.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소음 공해를 같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옆 공장에서 시끄럽기 들리는 기계음, 성질 사나운 옆집 반려동물의 짖는 소리, 고속도로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 소음, 공항에 이착륙하는 비행기 소음 등,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출처: 동아일보
출처: 동아일보

< 출처: 동아일보 >

Q. '소음'이라는 문제 해결을 위해 모두가 공감한 뒤, 인공지능을 도입해야 한다는 뜻인가.
A. 맞다. 수많은 이해당사자를 설득해야 한다. 층간소음을 계속 예로 들어보자. 먼저 위층과 아래층에 살고 있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경찰, 관련 규제와 정책을 손봐야 하는 정부, 해당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기업… 등이 공감해야 한다. 만약 소음을 상쇄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개발했다고 가정해보자. 기업의 결정은 당연히 대가를 받고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그래서 인공지능 생태계가 필요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해야 한다.

Q. 소음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곧 등장하는 것인지.
A. (웃음). 그건 아니다. 현재 개발 중이지만, 아직 원천 수준이다. 문제 해결하는 과정을 총 50 단계로 나눠본다면, 이제 10단계 정도 와 있는 수준이다.

Q. 정리하자면, 인공지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중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셜 미션을 우선 정하자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많은 이해당사자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방법으로도 생각되고.
A. 맞다. 이해당사자라고 하지만,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해 바뀌는 대상자는 사회 전체 구성원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파괴적이고, 혁신적이다. 그래서 인공지능 생태계가 필요하다. 만약 한 기업, 한 단체 위주로 모든 것이 흘러간다면? 다소 위험할 것이다. 누구나 구글이 되고 싶고, 누구나 애플이 되고 싶지 않겠나.

Q.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한 스카이넷이 떠오른다(웃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인공지능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한다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초개인화'를 위한 데이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 같다.
A. 동의한다. 경쟁력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수다. 그저 방대한 양의 데이터만 확보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질적인 데이터가 중요하다. 현재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는 수많은 곳이 의미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구글, 애플 등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면 데이터 확보 시도조차 어려워하는 곳이 많다.

앞서 언급한 소음 공해를 해결하기 위한 인공지능을 고도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수많은 소음 데이터다. 소음이 발생하는 지역, 소음이 발생하는 상황, 소음을 발생하는 주체, 소음을 듣는 당사자 등 수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리고 각 데이터에는 공개할 수 없는 개인정보도 들어 있다.

현실적으로 초개인화 구현을 위한 데이터 인프라도 아직 미비하다. 한 기업, 한 집단이 이 모든 것을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인공지능 생태계는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인공지능의 다음 단계, '초개인화'
인공지능의 다음 단계, '초개인화'

< 인공지능의 다음 단계, '초개인화' >

  •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란.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예측해 맞춤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 개인화라면, 사용자 취양이나 관심사를 파악해 개인화 알고리즘을 반영하는 것이 초개인화 영역이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에 기반한 초개인화에 집중하고 있다.

Q. 확실히 쉽지 않은 일이다.
A. 쉽지 않다. 어렵다. 하지만, 멈춰 있을 수는 없다. 현재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어설픈 담론 이야기라도 좋다. 생존 가능성의 문제다. 시장은 지금 인공지능으로 전환되는 한복판에 서있다. 파괴적인 변화다.

며칠 전, 패션업계 소상공인들을 위한 문제 해결을 논의하면서, 실시간 수요 예측과 각 지역별 가격 변화 예측 등을 인공지능으로 도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유럽, 북미, 남미, 아시아 등 각 지역마다 내년 봄, 여름, 가을, 겨울 등에 따라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템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행 예측이 수요 예측이라면, 실시간 데이터를 반영한 패션 아이템별 가격 변화도 예측할 수 있다. 정말 많은 것이 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Q. 기술과 경제의 경계선이 모호하다. 비즈니스모델 자체가 바뀐다는 의미로도 들리는데.
A. 소셜 미션, 사회적 문제부터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빈집 문제, 교육 문제, 성폭행 문제, 악성댓글, 가짜뉴스 등…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인공지능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많은 이해당사자가 모여 생태계를 구성해야 한다. 그 이후에 비즈니스모델을 찾아야 한다.

최근 연구소로 정말 많은 사람이 방문한다.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찾아온다. 거의 매일 전화가 걸려온다. 각자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인공지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검증하기 위해서다. 몇몇 기업 또는 개인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연구소와 기업, 연구소와 개인, 연구소와 정부 등 과거 떨어져 있던 간극이 많이 좁혀졌다는 증거다.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많이 체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의 수화를 분석해 감정을 분석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있다. 각 지역, 나라마다 수화에도 사투리가 있는데, 같은 단어를 표현하더라도 의미가 조금씩 다른 경우가 많다. 여기에 감정 표현까지 접목되면 완전히 다른 의미로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술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

고려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 입구에 선 최병호
교수
고려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 입구에 선 최병호 교수

< 고려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 입구에 선 최병호 교수 >

Q. 인공지능 기업, 인공지능 스타트업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인공지능은 기존 비즈니스모델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사람 한명에 집중하는 비즈니스모델은 없었다. 언제나 다수, 복수를 대상으로 제품과 서비스가 존재했다. 많은 사람에게 제품을 팔고, 많은 사람이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초개인화 인공지능 시대는 이제 개인, 한명에게 집중하는 비즈니스모델이 가능해진다. 각 개인에 따라 구매패턴이 달라질 것이다. 처음부터 그려야 하는 비즈니스모델, 그림, 설계가 달라져야 한다. 로드맵이 달라지고, 포인트도 다르다.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더 많은 것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Q. 마지막 질문이다. 인공지능 생태계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A. 첫째, 모두가 공감하는 미션 이다. 둘째, 해당 미션을 가지고 집중해야 하는 비즈니스모델 이 필요하다. 셋째,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의 이익이 아닌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오픈 생태계 다. 넷째,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 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정책 이다.

한 기업, 한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며, 인공지능 생태계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함께 고민하며 변화하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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