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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어폰에서 터져 나오는 부드러운 감성, AK T9iE

강형석

AK T9iE.

[IT동아 강형석 기자] 베이어다이나믹(Beyerdynamic)은 헤드폰으로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다. 세계 최초로 다이나믹 방식의 헤드폰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베이어다이나믹이 아스텔앤컨(Astell&Kern)과 손잡고 첫 이어폰 AK T8iE를 선보인 바 있다. 프리미엄 헤드폰에 적용하던 테슬라 기술을 이어폰에 적용한 사례로 주목 받은 바 있다. 이 제품은 부분 변경 및 성능 개선(T8iE MkII)이 이뤄지기도 했다.

한 번의 결과물로는 아쉬웠는지 아스텔앤컨과 베이어다이나믹은 테슬라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이어폰을 선보였다. AK T9iE가 그것. 이번 이어폰은 기존의 좋을 부분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소리를 더 매끄럽게 다듬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비록 몸값이 상당하지만 그만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기존의 아쉬운 부분을 더욱 탄탄하게

아스텔앤컨과 베이어다이나믹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어폰은 이 제품이 두 번째. 기존에는 T8iE라는 이름으로 먼저 선보여진 바 있다. 엄밀히 따지면 세 번째 제품(T8iE Mk II가 두 번째)이겠지만, 하나는 상품 개선을 위한 것이므로 제외했다. 물론, 첫 제품에서의 변화도 뚜렷한 편이다. 진동장치(보이스코일)와 케이블 재질(구리에서 은도금)을 바꾸고, 연결 단자인 MMCX도 고정밀 소재로 개선이 이뤄졌다.

테슬라 기술은 그대로지만 외모와 선재는 더욱 탄탄해졌다.

그에 반해 AK T9iE는 완전 신제품이다. 어떻게 보면 2세대 이어폰이라는 이야기. 그만큼 많은 부분들이 변화되었다. 외형은 고급스럽다. 재질, 마감 모두 만족스럽다. 기존(T8iE)은 크롬 증착 방식을 통해 완성도를 갖췄다면 T9iE는 베이어다이나믹의 숙련된 기술자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만든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안쪽 하우징에 '독일산(MADE IN GERMANY)'이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외부 하우징은 무광으로 고급스럽고, 안쪽은 유광처리로 화려한 인상을 주고자 했다. 크기는 작지만 그에 비해 무게감이 약간 느껴진다.

케이블 변경이 가능한 MMCX 규격을 쓴다. 하지만 케이블 자체의 품질이 뛰어나 굳이 바꿀 필요는 없어 보인다.

베이어다이나믹은 강한 자장을 이용한 테슬라 기술(TESLA Technology)을 활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강력한 자장을 내는 드라이버로 배음왜곡(Harmonic Distortion)을 줄인 이 기술은 깨끗한 재생력으로 최대한 원음에 가까운 사운드를 전달한다는 개념으로 도입됐다.

이 이어폰에도 그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작은 원형 장치 형태로 탑재되는데, 기존 헤드폰에 쓰이는 것에 비해 크기를 대폭 줄이고 미세하게 가공한 코일을 달았다. 이렇게 완성된 이어폰은 16옴의 저항(임피던스)과 8~4만 8,000Hz의 주파수 응답 등 사양 자체만 놓고 본다면 여느 플래그십 이어폰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완성되어 있다.

2세대 T5p에 쓰인 8심 케이블을 적용했다.

최대한 최적의 출력으로 소리를 내기 위해 케이블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아스텔앤컨과 베이어다이나믹이 협업한 헤드폰, 2세대 AK T5p와 동일한 8심 케이블을 도입한 것. 8심 케이블은 순도 99.9956%의 4N 은과 순도 99.99999%의 7N 무산소동선으로 구성됐다. 무산소동선에는 오노 연속 주조법(OCC - Ohno Continuous Casting)이 적용됐다. 이 구성이 테슬라 드라이버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아스텔앤컨 측의 설명.

여기에서 N은 무엇을 의미하고, OCC는 무엇인지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렇다. 먼저 N은 처음 두 자리와 소수점 뒤의 숫자를 포함하는데, 예로 4N이면 이 선재는 99.991~99.998%의 순도를 갖췄다는 의미다. N의 수치가 높을수록 고순도 선재로 취급된다. 또, OCC는 일본 치바 공업대의 오노 교수가 개발한 케이블 제조 방법으로 전류 전송 효율을 크게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케이블을 독특하게 교차시켜 만들었기 때문에 멋도 멋이지만 꼬여도 쉽게 풀 수 있다. 타 이어폰 케이블과 달리 두께감도 상당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단자를 연결하는 식으로 3.5mm와 2.5mm 규격을 선택할 수 있다.

AK T9iE는 3.5mm 규격의 일반 스테레오(언밸런스드)와 2.5mm 규격의 스테레오(밸런스드) 모두 대응한다. 기본이 2.5mm 단자이며, 별도의 케이블을 추가로 연결해 3.5mm 단자에 연결하는 식. 여기에서 언밸런스드는 하나의 출력 통로에서 소리 정보를 전달하게 되지만, 밸런스드 출력은 두 개의 출력 통로를 따라 신호 전달(정위상+역위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잡음도 줄고 최대한 정상적인 신호 전달이 이뤄진다.

부드럽지만 탄탄한 소리

이제 AK T9iE의 음질을 경험해 볼 차례. 다양한 환경에서 경험해 보기 위해 음원 재생은 함께 제공된 에이앤울티마(A&Ultima) SP2000과 기자가 보유한 LG V50S 씽큐(ThinQ)를 활용했다. 고해상 음원 재생에 특화된 환경과 일반 스마트폰 환경에서의 음질을 고루 경험하려는 생각이다. 추가로 슈어 SE535와 젠하이저 IE 500 프로를 번갈아가며 청음했다.

에이앤울티마 SP2000에 연결한 AK T9iE의 음질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음원이 재생되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상당히 풍부한 소리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상(소리가 느껴지는 거리)이 가깝고 표현력은 뛰어나기 때문에 마치 공연을 코 앞에서 듣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과장 섞인 표현이지만 그 정도로 뛰어난 음질을 들려준다는 의미다. 소위 말하는 '막귀'라 해도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어폰 자체의 실력도 있겠지만 에이앤울티마 SP2000의 출력 성능도 인상적이다.

고해상 음원 재생기를 활용해 음원을 들어본 느낌으로는 표현력은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저음은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필요할 때 적절히 표현해내지만 보스나 일부 중가 이어폰 브랜드 같이 강하게 친 다음 울리는 형태의 저음은 아니다. 강한 저음 표현을 중시하는 이라면 취향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참고하자.

V50S 씽큐에 연결해 청음해 보니 만족스러웠다.

일반적인 청음 환경이라고 가정하고 LG V50S 씽큐에 이어폰을 연결했다. 이번에는 SE 535와 IE 500 프로를 모두 활용해 봤다. 음량은 50(최고 75), 별도의 효과는 적용하지 않았다. 음원은 스마트폰 사용자 성향에 맞춰 실시간 재생(스트리밍, MP3 320K)을 진행했다.

청음을 통해 느끼는 것이지만 가격대에 따른 음질 차이도 그렇고 브랜드 및 이어폰 성향에 따른 음질은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SE535는 50만 원대, IE 500 프로는 80만 원대, AK T9iE는 120만 원대로 각각 차이가 큰 편인데 그에 따른 음질 차이는 비교적 뚜렷하다. 참고로 SE535는 중저음, IE 500 프로는 중고음이, AK T9iE 역시 중고음에 강점을 보인다. 대신 IE 500 프로는 모니터링 성향에 따라 음질이 뚜렷하게 구현되는 것과 달리, T9iE는 조금 더 부드럽고 풍성하다는 인상을 준다. 다만, 음질은 주관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가급적 매장 청음을 먼저 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냥 비싼 이어폰이 아니다

아스텔앤컨과 베이어다이나믹의 협업으로 완성된 AK T9iE. 저음이 강하지 않으나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풍부한 소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하다. 뛰어난 해상력을 바탕으로 두 제조사가 머리를 맞대어 기기적 특성을 살리기 위한 조율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고가 이어폰이지만 제 몫은 충분히 해낸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가격. 아무리 소리가 좋다 한들 120만 원 정도를 들여 이 이어폰을 선뜻 구입할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대신 자금 여유가 있고 어디서든 좋은 소리를 경험하고자 한다면 최적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케이블이 두껍다 보니까 귀 뒤 뒤쪽에 닿을 때의 감촉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 부분의 마감을 잘 해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AK T8iE는 베이어다이나믹의 첫 프리미엄 이어폰으로 이름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면, AK T9iE는 완성도를 더 탄탄히 다지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매력을 높였다. 이어폰에 더 관심이 많고 소리와 멋을 놓치고 싶지 않은 소비자라면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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