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코리아] 비주얼캠프: 기술스타트업 PR방향, #B2C #힙스터 #기술기부

스케일업 코리아 참여 기업 비주얼캠프의 시선 추적 기술은 자세히 이해하면 사실상 무한한 확장성을 지녔습니다. 그러나 정작 '시선추적 기술은 어떤 기술인가요? 무엇에 쓰는 기술인가요?' 고객에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기 일쑤입니다. 스타트업임을 감안할 때 적절하고도 효율적인 PR 방향 설정이 필수인 이유입니다.

B2B 시장의 기술 스타트업은 어떻게 자신의 장점을 잘 알릴 수 있을까요? PR 전문가인 김완준 ㈜함샤우트 상무가 스타트업의 'PR전략'과 실행에 대해 함께 고민했습니다. 김 상무는 최근 박재승 비주얼캠프 대표를 직접 만나 이 기술기업의 '제대로 된 PR'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머리를 맞댔습니다. 그 생생한 현장을 두 번째 콘텐츠로 소개합니다.

제로원데이 행사(좌)과 리복 캠페인
모습(우)
제로원데이 행사(좌)과 리복 캠페인 모습(우)

< 제로원데이 행사(좌)과 리복 캠페인 모습(우) >

B2B 시장에 천착한 기술 스타트업은 저도 모르게 'PR도 B2B 모델이 맞다'는 인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제대로 된 PR 기회 사례는 오히려 B2C 모델에서 찾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위 사진은 현대자동차가 최근 개최했던 스타트업-예술가 협업축제 '제로원데이' 행사모습(왼쪽)과 스포츠브랜드 리복이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캠페인 일환으로 기획 설치했던 4미터 크기의 대형 신발 전시 모습(우)이다. 둘 다 B2C PR의 큰 기회와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평가다.

"제 느낌에 상무님은 (B2B 시장에 특화한) 우리 회사 PR을 B2C기업의 PR로 보시는 것 같습니다."
- 박재승 비주얼캠프 공동창업자, 대표

"물론 투자자들은 (B2C가 아닌) B2B 모델을 먼저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소비자예요. B2C 모델에 대한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 김완준 함샤우트 PR&IMC 본부 상무

PR 전문 기업 함샤우트 회의실 한 켠의 기류는 분 단위로 변했다. 작은 기술 스타트업 대표와 PR 전문가는 홍보전략을 두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박 대표는 창업 전 기술 마케팅 업계에서 다년간 일했다. 김 상무도 PR 관련 '업력'만 20년 된 베테랑이다.

비주얼캠프 박재승 대표(오른쪽)가 함샤우트 김완준 상무(왼쪽 첫번째)를 찾아 기술기업 PR방향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있다. 둘은
이날 함샤우트 회의실에서 수 시간에 걸쳐 비주얼캠프에 적합한 PR 전략 등을 논의했다. 출처:
인터비즈
비주얼캠프 박재승 대표(오른쪽)가 함샤우트 김완준 상무(왼쪽 첫번째)를 찾아 기술기업 PR방향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있다. 둘은 이날 함샤우트 회의실에서 수 시간에 걸쳐 비주얼캠프에 적합한 PR 전략 등을 논의했다. 출처: 인터비즈

< 비주얼캠프 박재승 대표(오른쪽)가 함샤우트 김완준 상무(왼쪽 첫번째)를 찾아 기술기업 PR방향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있다. 둘은 이날 함샤우트 회의실에서 수 시간에 걸쳐 비주얼캠프에 적합한 PR 전략 등을 논의했다. 출처: 인터비즈 >

비주얼캠프는 PR 예산의 단 1원도 허투루 쓸 수 없는 처지다. 소기업 PR 자문일수록 심각하고 진지하다. 이날 결정이 비주얼캠프의 앞날을 좌우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비주얼캠프 창업자의 'PR' 그 자체였다. PR(Public Relation)은 곧 커뮤니케이션이다. 박 대표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자기 회사를 상세하게 소개했지만, 김 상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만족하지 못했다. 커뮤니케이션은 쉽지 않았다. 박 대표의 PR엔 큰 알맹이가 빠져 있었다. 바로 PR 목적과 대상이 되는 '최종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회사소개가 곧 기술소개?

박 대표는 회의실 대형 화면에 자료를 띄우고 비주얼캠프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화면엔 알 수 없는 기계와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사진이 나란히 배치됐다.

1930년대에 만들어진 시선추적기기 초기형태(왼쪽)와 영국 물리학자 고(故)스티븐 호킹 박사, 출처: 시카고대학출판사
등
1930년대에 만들어진 시선추적기기 초기형태(왼쪽)와 영국 물리학자 고(故)스티븐 호킹 박사, 출처: 시카고대학출판사 등

< 1930년대에 만들어진 시선추적기기 초기형태(왼쪽)와 영국 물리학자 고(故)스티븐 호킹 박사, 출처: 시카고대학출판사 등 >

박 대표: 1937년 세상에 최초로 공개된 시선추적기 사진이다. 80년이 지났지만, 기술 보급이 제대로 안 된 이유가 있었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였다. 보급만 되면 사업화할 수 있으며, 사람들에게 편익도 주겠다 싶었다.

스티븐 호킹 사진을 내세운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루게릭 병에 걸렸던 호킹 박사도 이 기계가 있었다면 생전에 더 편히 생활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보였다. 그의 설명은 이어졌다. 시선추적기술 소개, 그리고 이 기술의 '적용범위'를 말하는데만 50분이 걸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

박 대표: 우리 기술은, (소개 화면 이미지를 가리키며) 이게 동공이다. 동공이 특정 영상을 보면 그걸 XY 좌표 축에 맵핑하는 게 핵심이다.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스마트폰 영상을 보면 카메라가 내 눈을 인지한다. 그걸 좌표축에 놓는 기술이다.

비주얼캠프가 모바일 기기 적용 시장에서 퍼스트무버다. 지원 속도는 업계 1위다. 낮은 사양의 CPU에서도 구동할 수 있다. '라즈베리파이3'에서도 작동된다. 자연스레 배터리 소모량이 줄어든다. 수족 장애인도 눈만 움직이면, 아이템이 따라 움직이는 기술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비주얼캠프 기술을 적용한 코카롤라 반응형 광고. 오른쪽 사람이 시선을 아래에서 위로 항하면, 콜라병 속 내용물은 저절로 올라와 스파클링
효과를 일으킨다. 출처: 비주얼캠프 유튜브 영상
캡처
비주얼캠프 기술을 적용한 코카롤라 반응형 광고. 오른쪽 사람이 시선을 아래에서 위로 항하면, 콜라병 속 내용물은 저절로 올라와 스파클링 효과를 일으킨다. 출처: 비주얼캠프 유튜브 영상 캡처

< 비주얼캠프 기술을 적용한 코카롤라 반응형 광고. 오른쪽 사람이 시선을 아래에서 위로 항하면, 콜라병 속 내용물은 저절로 올라와 스파클링 효과를 일으킨다. 출처: 비주얼캠프 유튜브 영상 캡처 >

박 대표: 코카콜라 반응형 광고에도 적용했다. 기존보다 광고효과 5배가 향상됐다고 하더라.

모든 키워드 검색이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바뀌고 있다. CPG(시선체류기간), 클릭은 페이크가 가능하지 않나. 사용자가 어디에 흥미를 느끼는지 AOI(Area Of Interest, 자극영상의 관심 또는 흥미영역) 측정도 가능하다. 구매전환율을 높일 수 있다. 쇼핑몰 쪽에서 계속 POC(Proof Of Concept, 개념증명) 요청이 들어온다. 그 밖에 현대차도 협업제안을 해왔다.

현재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OPPO)에 라이선스 판매를 진행 중이다. 광고사- 콘텐츠사-쇼핑몰회사 등등을 만나며, 매출 가능성 타진 중이다.

회사 설명이 끝난 뒤 김 상무가 말했다.
"굉장히 편리한 기술인 듯한데, 설명을 들으니 오히려 일반 소비자에게는 어려워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만 가졌으니 '기술설명'하면 PR될까

김 상무의 질문이 이어졌다. PR 전문가로서 기술 설명을 1시간 가까이 들었지만, 기술관련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박 대표의 회사소개에서 뭔가 빠진 점이 있었다는 의미다. 김 상무 질문은 주로 비주얼캠프 시선추적기술을 쓰는 '최종소비자'에 집중됐다.

김 상무: 회사 기술이 중국 앱 '틱톡' 등에 활용 중인 기존 '안면인식기술'과 어떤 차이가 있나?

박 대표: 시선추적기술은 얼굴과는 다르게, 눈동자 검은 부분(동공)만을 인식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사용처가 다르다.

김 상무: 이 기술이 모바일 기기에 주로 적용된다면, 사람들이 쓰고 있는 모든 모바일 기기에 쓰일 수 있는가?

박 대표: 아이폰을 우선으로 한다. 아이폰 사용자 시장에 먼저 집중하면서, 매출을 올릴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안드로이드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이 진행 중이다.

여기서 둘의 포인트가 살짝 어긋났다. 김 상무의 질문은 비주얼캠프 PR 목적을 알기 위해 간접적으로 던진 것이었다. 실제 소비자들이 할 법한 질문을 던져본 이유다. 그러나 박 대표는 자기 회사의 기술이 사실상 '모든 곳'에 쓰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기업 간 비즈니스 기반의) B2B 사업을 지향하는 기업이라며 '방어 답변'에 치중했다.

이번엔 김 상무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회사가 글로벌 플랫폼에 인수되길 원하나?"

박 대표가 말했다.
"우리는 시선추적기술로 모인 데이터를 갖고 우리만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게 꿈이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시선추적기술을 갖고 있는 해외 경쟁사들 모두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에 인수됐다. (우리도) 중국의 텐센트-바이두-알리바바 등 거대 플랫폼에 인수돼서, 거기에 우리 기술이 쓰이면 어떨까 싶다."

"PR의 목적: 투자유치? or 매출증대?"

김 상무: 저는 PR하는 사람이다. 궁금한 게… PR의 목적을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된 PR 전략과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잘 잡히지 않는다. 대표님이 병원에 왔다고 하자. 그렇다면 어디가 아파서 오신건가.

박 대표는 먼저 매출 이야기를 꺼냈다.

박 대표: 올해로 창업 5년차인데, 매출이 나긴 하겠지만 우리 생각만큼 속도감 없는 것이 문제다. 매출이 나야 시리즈B 투자 유치나 (거대플랫폼) 인수 등이 가능할 것 같은데, 그게 고민이다.

왜 고민이 깊어 졌는지 설명하겠다. 창업 초기 VR 시장을 봤지만, 시장이 생각만큼 활성화하지 못했다. 이게 우리의 '병명'이다. 남이 나를 때려서 아픈 것과 같다.

모바일 시장에 적용하기 위해 방향을 바꾼 것은 잘한 일인 것 같다. 연말부터 매출은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 같다. 그렇지만, 과연 우리 방향이 옳은 방향인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제 목적은 매출이 발생해야 시리즈B 투자가 되고, 여기서 더 획기적인 모양새를 갖춰야 거대 플랫폼 등이 우리를 데려가지 않을까 싶다.

최종 목적은 '대규모 투자유치나 인수'인데, 그 전에 매출을 발생시켜 외형을 키워 투자를 하고 싶게끔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고개를 갸웃했다.
"향후 매출 발생을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방식으로 PR해서는 매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비주얼캠프 박 대표와 함샤우트 김 상무가 만나 기술기업 PR 방향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있다. 출처:
인터비즈
비주얼캠프 박 대표와 함샤우트 김 상무가 만나 기술기업 PR 방향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있다. 출처: 인터비즈

< 비주얼캠프 박 대표와 함샤우트 김 상무가 만나 기술기업 PR 방향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있다. 출처: 인터비즈 >

"PR의 우선순위를 먼저 정하라, 방향을 바꿔라"

진단은 이어졌다.

김 상무: 어떤 의미에서 이렇게 말하냐면, 기술 설명을 쭉 듣고 실제 시연해보니 막상 눈이 피곤하고 인터페이스가 어색했다. 이런 부분들이 현재 매출을 올리고자 하는 타깃(B2B 관계자)들도 비슷하게 느낄 것 같아 우려돼서 드린 말씀이다.

김 상무는 일반인들이 비주얼캠프 기술이 기술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편의성, 재미로 다가가야 한다고 봤다.

박 대표 생각은 달랐다. 지금처럼 기술 중심 PR로도 매출을 올리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또 다시 '기술' 이야기를 풀어놨다. 두바이 등 해외에서 시선추적기술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했다. 기술만 갖고도 매출이 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그가 설명하던 중 스스로 의미심장한 문제제기를 했다.

박 대표: 오늘 보여준 간단한 데모 버전은 시선추적기술의 무한한 적용 가능성을 보여드린 것이다. 오늘도 해외에서 우리 기술 좋다면서 투자의향이 들어왔다. 단 '밸류(가치)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김 상무: 그게 무슨 뜻인가?

박 대표: 그쪽 투자사 대표가(시선추적기술 자체에 대한) 시장 이해도가 있어야 결정을 내릴텐데, 이걸 대표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지….

김 상무: 제가 드린 말씀이 그것이다. 투자 결정권자도 소비자기 때문에 '그'에게 이 기술을 어떻게 이해시킬 것이냐, 그게 중요한 것이다.

비주얼캠프는 자신만의 기술로 이루고 싶은 '큰 목적'과 '작은 목적'이 있다. 두 개는 연결돼 있다. 김 상무는 '작은 목적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한 PR이 필요했다. 작은 목적, '매출'은 최종 소비자에게서 나온다. 소위 '엔드유저'를 위한 PR로 방향을 바꿔야 한단 뜻이다.

답이 명확해지고 있었다. B2B(기업 대 기업 비즈니스) 관점의 PR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B2C(소비자 대상 비즈니스) 측면의 PR이 필요했다.

"B2C PR: #부연설명금지 #직관 #트렌드"

박 대표는 컨설팅 초반 회사설명 과정에서 틈틈이 시선추적기술을 설명했다. 김 상무에게 기술을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이해를 돕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김 상무는 손사래를 쳤다.

김 상무: 부연설명이 많아서는 안된다. 대표님 기술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일반 소비자 대상의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는 직관적으로 이해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출처: Zer01ne Zone 공식 페이스북 계정
캡처
출처: Zer01ne Zone 공식 페이스북 계정 캡처

< 출처: Zer01ne Zone 공식 페이스북 계정 캡처 >

'제로원데이'는 현대차가 지난 9월 26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옛 서비스센터에서 개최한 스타트업과 예술가의 협업 축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이 행사는 예술가와 개발자, 스타트업 관계자 등 다양한 창의인재들이 참여해 프로젝트와 사업모델을 일반에 선보이고 소통했다. 올해 행사의 주제인 '모든 것의 무경계(Borderless in Everything)'는 예술과 기술, 그리고 산업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질 때 비로소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진정한 오픈 이노베이션은 한계 없는 만남과 협업으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김 상무: 현대차가 주최한 '제로원데이' 행사 초청받았나.

박 대표: 실제로 초청받고 강연했다.

김 상무: 역시...어땠나.

박 대표: (비주얼 캠프 강연 때는) 낮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 많이 안왔다.

김 상무: 그런 이유도 있고, 햇볕이 뜨거워서 앉아 있기 힘들었을 것이다.

박 대표: 날 덥더라.

김 상무: 누구나 땡볕에 앉아서 강연 듣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행사 콘셉트나 여러 측면에서 제로원데이는 크게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박 대표: 작년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것으로 안다.

김 상무: 이 행사가 성공했다고 하는 근거가 있다. 행사의 주축인 아티스트, 스타트업 관계자, 기술자, 기획자, 마케터 등을 포함해 트렌드에 민감한 밀레니얼, Z세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내가 아는 힙스터들과 트렌드세터들도 많이 왔더라. 마치 뮤직페스티벌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는 기술을 보여주는 자리인데… 어떻게 많이 왔을까. 작년에 비해 B2C 커뮤니케이션을 대폭 강화했다고 들었다.

박 대표: (고개를 끄덕이며) 아….

김 상무: 그렇다 보니 비주얼캠프도 이러한 참석자들이 관심을 끌만한 콘텐츠로 접근하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박 대표: 나도 콘셉트를 모르고 갔다. 강연하러 갔더니 참석자들이 기술자들이 아닌 일반 대중들이더라. 그래서 바로 발표 내용을 일반인 눈높이에 맞추어야 했다.

김 상무: 원천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아무래도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B2B로 매출을 올리게 되다 보니 최종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B2C 커뮤니케이션을 할 생각을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박 대표: 맞다. 다른 회사들도 단순 기술 설명이 많더라.

김 상무: 예를 들어, 비주얼캠프가 시선추적이라는 원천기술을 직관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도록 아티스트들과 협업해서 '커다란 눈동자' 하나 만들고, 사람이 움직이면 따라가는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예술)로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한다. 아마 호기심을 자극해 많은 사람이 사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을 것이다. 제로원데이에서 랜드마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박 대표: 맞는 말씀이다. 우리가 저런 행사장에 가서도 기술 그 자체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말씀하신 대로 접근을 했다면…이제 이해가 된다. 제로원데이에서 부스 세우고 전시할까 생각했는데 우리 멤버들이 안한다고 했다. '우리회사는 B2C 시장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김 상무: 투자자나 기술을 사는 대기업 임원들도 결국 다 소비자들 아닌가.

박 대표: 우리는 계속 고집을 부린 것이다. '그건 B2C영역이지 우리 일 아니다'라고.

기술기업 B2C PR, "내 기술 재미있게 보여줘라"

출처: 인스타그램
출처: 인스타그램

< 출처: 인스타그램 >

최근 김 상무 자신이 기획했던 '리복 캠페인' 관련 영상을 박대표에게 틀어줬다. '언제나 땅과 닿던 신발'을 하늘에 날리는 프로젝트였다. 겉보기에 간단했지만, 임팩트는 컸다. 소비자들은 리복의 역발상에 환호했다.

김 상무: (영상을 보고) 궁금한 것 있으신가.

박 대표: (큰 신발을) 어떻게 띄웠을까. 드론으로 띄웠을 것 같고.

김 상무: 맞다. 그게 포인트다. 물론 저 퍼포먼스로 제일 득을 본 건 물론 리복이다. 그 다음이 대형신발을 하늘을 띄운 공기 조형물 업체가 관심을 끌었다. 어떻게 저렇게 큰 신발을 띄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사람들이 명함도 많이 가져갔다고 들었다. 그게 기술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기술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핵심이다.

자리에 있던 참석자들은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 상무: 기술만 갖고 있는 회사가 '부족한' 디자인으로 데모용 게임을 만드는 게 PR에 좋을까? 아니면 내 기술,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유명 브랜드 행사에 우리 기술을 써보도록 설득하는 게 좋을까?

조금 전 박 대표께서 설명한 '눈으로 병뚜껑 따기'를 실제 코카콜라 회사에 퍼포먼스를 제안해 보면 어땠을까? 단순 기술 시연이 아니라, 실제로 소비자가 체험한다면, 좀더 캐주얼하고 재밌는 기술로 느낄 것이다. 만약 이야기가 잘 돼 모델 박보검씨가 광고 영상에서 시연이라도 한다면…, 정말 큰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표: 그리고 이게 비주얼캠프의 기술이라는 걸 알려주고.

김 상무: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하나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것보다는… 뭔가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만들었어야 한다.

B2C PR, 효율적인 방법 있을까: 기술기부

그러나 문제가 있다. 역시나 시간과 돈이다. 모두 부족하다. 스타트업의 현실이다. 김 상무는 기존 영업을 유지하되 '기술기부' 병행을 제안했다. 전제가 있다. 가장 트렌디하고 '힙한' 브랜드에 기부하라는 것이다.

박 대표: 진짜 고민인 게, 하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두번째는 돈 문제다. 우리 구성원들을 설득하기도 힘들다. 구성원들이 먼저 (제로원데이) 전시회를 안 하겠다고 하더라. 작년 제로원데이 봤냐 하더라. '보니까 창고에 이런거?' 라면서….

김 상무: 나는 반대로 이 행사의 성공요인 중에는 그 '창고'같은 무드가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 레트로가 뜨고 있다. 재생에도 관심 많다. 연예인 등 셀럽들이 일부러 오래된 낡은 느낌의 장소에서 사진 찍고 촬영한다. 그게 고퀄리티여서가 아니라 현재 힙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 이제 알겠다. (몰랐지만) 막상 창고에서 다양한 행사와 전시를 하니까 더 신선해 보이더라.

김 상무: 그 장소가 굉장히 신비한 것이다. 적어도 '힙스터'들에겐 그렇다. 이런 것은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가 없으면 안 보인다. 지금 투자자도 찾아 다니셔야 하지만, 실제 브랜드 활동을 바이럴할 수 있는 힙한 브랜드도 알아보길 바란다. 찾아가서 '당신들이 뭔가 할 때 도와줄 테니 우리 기술을 접목해보라. 적극 서포트 해주겠다'는 식으로 설득해야 한다. 최근 가장 힙한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접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김 상무는 젠틀몬스터와 어떤 이해관계도 없다. 순수하게 '협업대상'만을 알려줬다. 젠틀몬스터는 기술을 접목한 키네틱아트로 브랜딩해 충격적인 신선함을 안겨줬다. 그 결과 엄청난 매출 성장과 함깨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계열사 엘캐터톤(L Catterton Asia)에서 600억 원을 투자 받았다. 김 상무는 비주얼캠프의 시각추적기술라면,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무엇인가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 제일 힙한 브랜드에 기술을 접목해야 한다. 엣지있게 보여야 한다. 가진 게 훌륭한 기술 밖에 없지 않나. 적극적으로 접촉해봐라.

궁극적으로 비주얼캠프 기술은 소비자를 향하고 있는데, B2B 매출을 올리는 것에 마음이 급하다 보니 기술 설명만 하고 있다. 막상 소비자인 B2B 담당자나 투자자들에게도 흥미요소가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러가지 상황은 쉽지 않겠지만, 비주얼캠프가 타깃으로 하는 모든 형태의 관계자들도 소비자이니 이 점을 염두하고 소비자 지향 PR 활동을 강화하길 바란다. 비주얼캠프 기술을 쉽고 트렌디하고 엣지있게 보여줘, 매출 성장도, 투자 유치도 성공하길 바란다.

박 대표: 처음에 고집 부렸지만, 이제서야 이해하게 된 것들이 많다.

비주얼캠프는 과연 김 상무의 진단을 받고 일종의 'PR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필자 / 인터비즈 윤현종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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