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부터 여행용 가방 까지, 배터리로 재탄생한 제품들
[IT동아 이상우 기자] 배터리는 우리 생활 곳곳에서 쓰이며 많은 곳에 전력을 공급해 전자기기를 쓸 수 있게 해준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건전지부터 자동차마다 내장하고 있는 납 축전지는 물론, 우리가 언제나 휴대하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역시 배터리의 역할이 크다. 이러한 배터리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며 점점 더 작고 가벼워지고 있으며, 데스크톱을 노트북으로 바꾼 것처럼 다양한 기기를 휴대하고, 어디서든 쓸 수 있는 제품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가습기는 보통 거실이나 방 등에 놓고 전원을 연결해 사용하는 중소형 가전제품으로 인식해왔지만, 최근에는 텀블러만큼 작아지고, USB로 전원을 공급할 수 있어 책상 위에 놓고 쓰는 형태의 제품도 많아졌다. 특히 여기에 배터리를 내장하면서 이제는 전원 공급 없이도 아기 방이나 침실 등 원하는 곳으로 옮겨가며 자신이 있는 공간의 습도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책상이나 거실 소파 근처에서 사용할 때는 전원을 연결해 배터리를 충전함과 동시에 가습기를 사용할 수 있고, 방이나 침실로 들어갈 때는 전원 케이블을 뽑고 가습기 본체만 들고 이동하면 된다. 뿐만 아니라 아이가 잠든 방에도 전원을 연결하는 번거로움 없이 조용히 옮겨 놓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고, 전원 연결이 어려운, 구석진 곳 혹은 높은 곳에도 설치해 몇 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 역시 넉넉하다. 엔보우 워터에이지02의 경우 2,000mAh 배터리를 내장해, 전원 연결 없이 6시간 정도 연속 사용 가능한 만큼 침실은 물론 캠핑 시에도 사용 가능하다.
빔 프로젝터 역시 배터리를 통해 휴대용 제품으로 탈바꿈 했다. 과거 빔 프로젝터는 천장이나 높은 협탁에 설치하고, 노트북이나 블루레이 플레이어 같은 장치와 케이블로 연결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선 연결 기능과 배터리를 통해 어디든 편한 곳에 놓고 사용할 수 있는 기기가 됐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무선 빔 프로젝터는 휴대를 위한 미니 프로젝터가 많았다. 이를 스마트폰과 무선으로 연결해 저장된 영상을 보거나 유튜브 등의 앱을 실행해 상대적으로 더 큰 빔 프로젝터 화면에서 감상하는 등으로 활용 가능했으며, 특히 캠핑용 제품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미니 빔 프로젝터를 넘어 80인치 정도의 대화면을 영사할 수 있는 프로젝터 중에도 배터리를 내장한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LG 시네빔 등의 제품 중에는 내장 배터리를 통해 전원 연결 없이 영화 한 편 정도를 볼 수 있는 제품도 있으며, 30cm 정도의 거리만 있으면 80인치 화면을 영사할 수도 있어 차 안이나 텐트를 영화관 처럼 꾸미는 것이 가능하다.
사물 인터넷과 스마트 기능이 가전제품을 넘어 일반적인 제품에도 추가되면서, 이러한 제품에 배터리 역시 필수적인 존재가 됐다. 여행용 가방이 이러한 제품 중 하나다. 스마트 기능을 갖춘 여행용 가방은 GPS를 통한 위치 추적 기능이나 자동 무게 측정, 배터리를 통한 외부기기 충전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제품으로, 특히 향후에는 자동으로 사용자를 따라 이동하는 제품도 우리 삶에 흔히 쓰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여행용 가방을 위탁 수하물로 보낼 경우 배터리를 제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며, 기내 수하물로 휴대하기에는 배터리 등으로 인해 무게를 조금 손해보는 느낌도 든다. 특히 모터 등을 내장하는 자동 이동형 제품이라면 기존보다 더 적은 짐을 넣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의류나 액세서리 등에도 스마트 기능을 위한 배터리를 사용한다. 이러한 제품은 내장한 센서를 통해 몸의 움직임을 기록하거나 신체 치수를 기록해 건강관리 및 운동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스마트 벨트는 하루 동안 얼마나 걸었는지, 벨트 장력은 얼마나 늘었는지 등을 측정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며 이를 통해 자신이 과식을 했는지, 운동량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스마트 러닝화는 사용자가 달린 거리나 속도 등을 측정할 수도 있고, 스마트 골프화의 경우 체중 이동까지 측정해 기록할 수 있어 향후 운동 계획이나 자세 교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형태의 제품은 충전이 쉽지 않은 만큼 리튬 이온 배터리 대신 수은 전지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배터리는 우리가 사용하던 전자기기를 장소와 관계 없이 휴대할 수 있게 했고, 나아가 '전자'와 관계가 없던 제품에도 스마트 기능을 추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여기에 무선 충전 기술이나 친환경 발전 기술 등이 결합하면 미래에는 충전이나 전원 공급을 위한 케이블을 단 한번도 연결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