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 콘서트] 민은정 "소비자 아닌 '팬' 만드는 브랜드 지어야"
[IT동아 김영우 기자]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나 서비스라도 홍보 및 마케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다. 제품에 깃든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최종적으로 담는 그릇은 ‘브랜드’이며, 어떠한 방향으로 브랜드를 시장에 인식시키는 지에 따라 사업의 성패는 갈린다. 부족한 자금이나 인력을 아이디어로 극복해야 하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의 경우는 더욱 절실하다.
브랜드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이름이나 홍보문구, 그리고 콘셉트 등의 방향성을 정하는 전문가도 등장했다. 이른바 '브랜드 버벌리스트'라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창조한 브랜드명이나 슬로건 하나로 인해 시장의 판도가 뒤바뀐 경우도 적지 않다.
한편, 경기콘텐츠진흥원은 도내의 유망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이른바 '스케일업'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업계의 대표자로 떠오른 주요 인사들을 초청, 창업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전문가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TEC(Tech, Experience, Content, 테크)' 콘서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지난 2년간 시즌 1과 시즌 2 행사를 개최, 총 24번의 콘서트 동안 1,520명이 참가하는 등 기술과 창업 분야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7월부터 11월까지 세번째 시즌의 TEC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17일에는 고양 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TEC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다국적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Interbrand) 소속의 브랜드 버벌리스트 민은정 전무였다. 올해 50세인 민은정 전무는 25년간 브랜드 버벌리스트 업무를
수행하며 '카누(동서식품)', '티오피(동서식품)', '에쿠스(현대자동차)', '홈앤쇼핑(중소기업중앙회)' 등의 익히 잘 알려진 브랜드의
이름을 기획했으며, 그 외에도 '기분 좋은 발견(GS홈쇼핑)', '내일을 봅니다(SBS)', '아이엠유어에너지(GS칼텍스)'등의 슬로건을
만들어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드; 짓다(2019, 리더스북 출판)'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브랜드의 중심에 철학을 두어라
이날 민은정 전무는 브랜드 기획의 가장 중요한 원칙 7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 요건은 ‘브랜드의 중심에 철학을 두어라’다. 이를테면 ‘안다르’의 경우 요가복을 팔면서도 ‘요가’뿐 아니라 각종 일상이나 여행에서도 입을 수 있는 제품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으며 ‘파타고니아’의 경우는 ‘옷’ 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중시하여 자꾸 새 옷을 사지 않아도 되는 튼튼하고 기본적인 제품이라는 인상을 주는데 성공했다. 제품의 기능 등을 설명하는 것 보다는 이 제품이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재정의 할 수 있는지를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며, 해당 철학에 공감한 고객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격을 부여하라
두 번째로 강조한 원칙은 ‘인격을 부여하라’다. 해당 제품을 쓰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연구해야 하며, 이는 브랜드를 인간화하는 것과 같다. 어떤 브랜드는 이름만 들어도 친구 같고 또 어떤 브랜드는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이를테면 ‘수프림’은 반항아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패션 브랜드이며, ‘크롬하츠’는 금이나 은 같은 소재로 만든 것도 아닌데 고가에 팔린다. 디자인만으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 ‘빅토리아 시크릿’의 속옷 모델들은 현대여성이 동경하는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에 최근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
서사를 만들라
세 번째 원칙은 ‘서사를 만들라’다. 1998년 데뷔한 사이버가수 ‘아담’이 오래가지 못한 이유는 캐릭터에 서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브랜드에는 과거와 성격, 직업이나 가치관 등의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애플’의 경우는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가 배경에 깔려 있으며, ‘임실앤치즈’ 역시 국내 최초로 어렵사리 치즈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거창하고 위대한 이야기가 아닌 진실이 담긴 이야기가 중요하며, 이것이 바로 팬을 늘릴 수 있는 비결이라고 민은정 전무는 강조했다.
나만의 키워드를 찾아라
네 번째 원칙은 ‘나만의 키워드를 찾아라’다. 예전에는 30초 안에 브랜드를 말해야 했지만 지금은 한 마디로 짧게 끝내야 한다. 이를테면 커피 브랜드 ‘노블’과 ‘카누’의 비교에서 노블은 건강이나 습관과 같은 다소 뻔한 이야기를 강조했지만 카누는 새로움을 강조해서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체중계 브랜드 ‘타니타’는 단순한 ‘지방’이 아닌 ‘체지방’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시장에 일반화시키는데 성공했으며, ‘유니클로’는 내복에 ‘히트텍’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 히트를 했다.
CO-CREATING 하라
다섯 번째 원칙은 ‘CO-CREATING(공동창조)’이다. 기업 혼자가 아닌 소비자활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아이돌 그룹 ‘워너원’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투표를 한 시청자들이 투자자이자 팬이 되었으며, ‘방탄소년단’ 역시 그들의 성장을 팬들이 지켜봤다. ‘엘라스 키친’의 경우는 설립 15년 만에 영국 최대의 유아식 브랜드가 되었는데, 이들은 제품 출시 이전에 커뮤니티부터 만들어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했고 그들의 요청사항에 기반한 제품을 내놓았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제품화되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경험하게 하라
여섯 번째 원칙은 ‘경험하게 하라’다. 이는 간단히 말해 모두를 위한 제품이 아닌 소수를 위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팝아티스트들이 만드는 소품으로 유명한 ‘아트피버’의 경우는 불과 10명의 팬으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비록 시작은 소박할 지 몰라도 요즘은 SNS 등을 통한 정보 공유가 활발한 시대이므로 분명 열성적인 팬 층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꼰대가 되지 말자
마지막으로 강조한 브랜드 원칙은 ‘꼰대가 되지 말자’다. 최근에는 가볍고 발랄하며 부담 없는 것이 시대를 이끌고 있다. 이를테면 ‘구찌’나 ‘펜디’, ‘진로소주’ 같이 이미 오래되어 정체성이 분명한 브랜드 역시 유연함과 유머를 더해 신세대에게 어필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의견을 종합하자면 브랜드를 제품이 아닌 인격으로 세상에 남겨야 하며, 이를 위해 역사 및 철학과 같은 진정성 있는 스토리가 가미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뻔한 말이 아닌 자신만의 키워드가 필요하며, 고객을 팬이자 동업자로 만들어 그들이 나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민은정 전무는 강조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이번 테크 콘서트 행사는 이번 7월부터 11월까지 고양, 광교, 시흥, 부천, 의정부 등 경기도 각지를 돌며 월 5회씩 총 25회 개최될 예정이다. 다음 행사는 9월 21일 경기도 의정부시의 북부 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열리며, PICA 앱의 제작자이기도 한 이종범 사진작가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산다는 것'을 주제로 강연한다. 행사 관람 신청은 온오프믹스(ONOFFMIX)를 통해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