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F 2019] 새로운 도구는 작가의 창의력을 확장한다, 문준용 작가
[IT동아 이상우 기자] 2019 글로벌 개발자 포럼(이하 GDF 2019)이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막을 올렸다. GDF는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하는 가상/증강현실 개발자 포럼으로, 올해에는 경험의 확장(Beyond Experience)이라는 주제를 통해 VR/AR 등의 첨단 기술이 예술, 사회 등 우리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논한다. 특히 국내외 주요 미디어 아트 작가를 초청해 새로운 기술을 예술과 접목하고,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미디어 아트 전시회를 18일부터 24일까지 함께 진행한다.
문준용 작가는 '인터렉티브 아트, 그림자를 이용한 AR'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며, 실감형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창작도구를 직접 개발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도구를 제작하는 것은 기성품으로는 없는 것을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제작 자체로도 의미가 있으며, 새로운 창작도구로 기존과는 다른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나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예술과 엔지니어링을 함께 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사람이 만든 장치나 기술이 아니라 직접 만든 기술로 작품을 만든다. 화가라면 물감이나 붓을 직접 개발해서 그림을 그리는 셈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DIY 활동이 훨씬 쉬워져, 유튜브 동영상만 보면서 배울 수도 있고, 어려운 점은 해외 개발자 포럼에 글을 올려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필요하지만 시장에는 없는 물건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DIY는 오늘날 많은 사람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다. 학교에서는 기본적인 코딩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아두이노 같은 기판을 이용해 직접 프로그래밍을 해 전자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교사들이 간단한 코딩을 통해 학습용 교보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맞춤형 교재를 기업이 양산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교사는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제작해 수업에 활용한다.
문준용 작가는 "기본적인 코딩 교육이나 접근성 높아진 개발 환경은 더 많은 사람을 엔지니어링으로 이끌 것이며, 이는 미술작가도 마찬가지다. 교사들이 교보재를 직접 개발하는 것처럼, 나도 작품을 위한 창작도구를 만든다. 창작도구 개발은 작품을 위한 과정임과 동시에 하나의 결과물이다"고 설명했다.
또, "새로운 창작도구는 작가의 창의력을 확장할 수 있다. 단순히 설계한대로 제작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도구를 통해 기존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결과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자기장을 표현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단순 스케치만으로는 이를 표현하기 어려워 자기장 시뮬레이션을 개발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자석의 개수, 위치, 자력 세기 등 현실 세계에서는 실제로 테스트해보기 어려운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볼 수 있었고, 상상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자기장의 움직임을 발견하는 등 새로운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가 현재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증강현실로, 다른 작품을 제작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구상했다. 조명의 방향이나 거리에 따라 그림자의 모양이 바뀌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현상이다. 그는 이 그림자 속에 증강현실을 적용해 그림자 속 세상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존 증강현실의 경우 이를 구현하기 위해 안경 형태의 장치를 착용하거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대상을 촬영해야 하는데, 이는 사용자에게 번거롭고, 재미를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때문에 그는 그림자를 속에 직접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실감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별도의 장비 없이, 누구나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을 기획했다.
GDF 2019 기간에 전시한 Hello Shadow!는 손전등으로 기둥 모양의 물체를 비추면 벽면에 생기는 그림자에 건물 모양을 빛으로 만들고,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거나 이들의 행동을 보며 이 안에서 스토리를 찾고, 간단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빛을 비추는 방향이나 거리를 센서로 인식해 방향에 따라 장면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조명을 들고 가까이 다가가면 안에 있는 사람 그림자가 관람객을 향해 손을 흔든다.
그는 "전시를 하면서 느낀 점은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많은 것을 시도해보고 숨어있는 상호작용을 찾아내며, 자신이 찾아낸 것을 오히려 부모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 주목해 그림자 극장이라는 작품도 제작해 봤다. 손전등이라는 직관적인 장치를 이용해 벽면을 비춰보면서, 별도의 설명을 해주지 않아도 작품이 무엇을 말하는지 스스로 알아챈다. 이러한 방식의 발견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