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초고화질' TV 시대도 OLED가 이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디스플레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대중이 요구하는 제품의 형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초대형·초고화질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먼저 해상도는 풀HD 해상도(1,920 x 1,080)를 4K 해상도(3,840 x 2,160)가 이어 받았으나, 현재는 이보다 더 세밀한 8K 해상도(7,680 x 4,320)로 진화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크기 또한 마찬가지다. 50인치 전후가 주를 이루던 것에서 현재는 60~70인치 이상 크기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초대형·초고화질 경쟁은 이제 불붙기 시작했다. LG전자가 88인치 8K 올레드(OLED) TV를 선보이면서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 그 동안 OLED TV는 화질과 색감 등 경험적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아 왔지만 크기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8K 올레드 TV는 화질과 크기에 목마른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디스플레이 제품으로 높은 상품성을 제공한다.
시장은 현재 크기는 뒤로 하더라도 초고해상도 패널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4K 해상도가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시기가 오래 되지 않은 상황에서 등장한 8K 해상도라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해상도 외에 여러가지다.
화질은 말 그대로 '화면의 질'을 뜻한다. 여기에는 해상도도 포함되지만 색감이나 움직임(반응속도), 밝고 어두운 곳의 표현력(명암비와 계조 표현)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OLED TV는 이 모든 부분을 만족시키면서 시장의 주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액정(LCD)가 가질 수 없는 특징을 갖추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었기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스스로 빛내는' 소자를 4배 더 촘촘하게 품다
OLED 패널의 강점은 화소 하나를 구성하는 소자가 스스로 빛을 낸다는 점이다. 스스로 빛을 낼 수 없어 패널 뒤에 별도의 조명(백라이트)을 배치해야 되는 LCD와는 가장 큰 차별화 요소다. 신호에 따라 스스로 빛을 제어하게 되므로 자연스러운 화질과 색감을 구현하는데 이점이 있다. 그 결과, 완전한 검은색 및 밝고 어두운 곳을 폭넓게 표현할 때 강점이 있다.
LCD는 패널에 탑재된 소자가 아닌 뒤에 배치된 조명이 밝기를 조절하게 된다. 과거에는 큰 패널 하나를 활용했지만 기술의 발달로 점등되는 영역을 세밀하게 나눠 제어(디밍)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조명을 화점(픽셀) 단위로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완벽한 수준의 계조 및 명암 표현은 쉽지 않다.
발 빠르게 8K 해상도와 대형 패널을 구현한 삼성 QLED TV라고 다르지 않다. 패널 중간에 양자점(Quantum Dot) 필름을 부착해 화질을 더 풍부하게 구현했지만 근본적인 구조는 LCD와 마찬가지로 후면에 조명이 배치된다. 화소를 구성하는 소자 스스로 빛을 낼 수 없어서다.
8K 올레드 TV는 화질면에서 기존보다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 4K의 해상도는 3,840 x 2,160, 약 829만 화소가 패널에 집적된다. 풀HD의 약 207만 화소 대비 4배 가량이다. 8K는 4K 해상도보다 4배 더 많은 3,317만 화소로 구성된다. 그러나 LG의 8K 올레드 TV는 한 화소(픽셀)가 4개의 부분 화소(RGBW 서브 픽셀)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실제 패널에 집적되는 부분 화소는 약 1억 3,000만 개에 달한다.
화소와 부분 화소의 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에 8K 해상도를 구현한 올레드 TV는 더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다. 동일한 패널 면적이라면 화소와 부분 화소 수가 더 많은 것이 선명한 화면을 구현하는데 유리하다. 패널 특유의 강점은 그대로다. 스스로 빛을 내는 소자를 품었기 때문에 검은색 표현은 물론이고 시야각도 넓다. 색 표현과 반응속도도 마찬가지다. 기존 OLED TV의 특징을 유지하면서 세밀함이 더해진 것이 LG전자의 8K 올레드 TV다.
서서히 기지개 펴는 8K, 그래도 준비는 착실히
8K 디스플레이가 하나 둘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를 우려하는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4K 콘텐츠가 이제 막 활성화되기 시작한 상황과 대조적으로 8K 콘텐츠의 수는 압도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 또한 유튜브를 제외하면 전무한 상태. 촬영 환경도 마찬가지다. 일부 전문가용 장비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8K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재생 표준 규격도 아직 완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8K 디스플레이가 현재 겪는 어려움 중 하나다. LG전자 역시 여러 표준 규격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구성된 8K 협의체에 아직 참가하지 않은 상황. 기본적인 틀이 마련된 이후에 협의체 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K 올레드 TV는 타 제품과 달리 모든 HDMI 단자에서 8K 60p(초당 60매 표시) 재생을 지원한다.
콘텐츠는 천천히 준비 중에 있다.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일본은 처음 8K 해상도로 시험방송을 시험한 바 있고, 오는 2020년 개최될 예정인 도쿄 올림픽에서는 8K 해상도로 경기를 생중계할 예정이다. 중국 또한 2022년 개최되는 동계 올림픽에서 8K 방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이벤트를 계기로 업계는 8K 방송과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는 8K 콘텐츠가 부족한 부분들을 착실히 대응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는 인공지능 기술 씽큐(ThinQ)가 쓰였다. 2세대 인공지능 알파9 영상처리엔진은 8K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현재 상황을 감안, 기존 콘텐츠의 화질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을 담았다. 영상은 물론 소리 특성을 인공지능이 스스로 파악해 최적화한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약 100만 가지 이상의 영상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알파9은 원본 화질의 품질을 분석한 다음, 화질에 따라 보정 강도를 달리 적용해 대화면에서도 최적의 화질 경험이 가능하다.
LG 8K 올레드 TV는 6단계에 걸쳐 화질 저하 요인인 색 뭉개짐이나 열화 현상을 개선한다. 1~3단계를 거치며 화질 열화와 잡티를 보정(업스케일링)하고 4~6단계에서는 색상의 뭉개짐과 줄무늬 형태로 갈라지는 밴딩 노이즈를 완화시킨다. 또한 인공지능은 영상이 영화인지 뉴스인지 음악인지 등을 파악해 콘텐츠에 따른 입체 음향을 전달한다.
속도 붙는 초대형·초고화질 TV 경쟁, OLED도 함께 달린다
하드웨어의 발전은 소프트웨어를 앞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8K 디스플레이의 등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는 아니다. 프리미엄 TV 시장은 4K를 넘어 8K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이미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는 LG전자를 비롯해 삼성전자, 샤프, 소니, 하이얼, TCL, 창훙 등 약 10여 개 기업이 대형 패널의 8K TV를 공개했다. 자연스러운 흐름인 셈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화질이다. 해상도 증가도 쉽지 않지만 최적의 화질을 구현하는 작업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부분에서 보면 OLED는 LCD 기반 디스플레이 대비 강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발광 소자를 활용해 자연스러운 색상을 구현하고 밝기와 명암 표현 등을 구현할 수 있어서다. LG전자의 88인치 8K 올레드 TV는 크기면에서도 아쉬움이 없다. OLED 기반 TV 중에서는 해상도와 면적이 가장 크다.
현장의 반응도 기대 이상이다. 양승일 LG전자 베스트샵 강남본점 매니저는 "OLED TV의 화질에 만족했던 혹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고객들이 88인치 제품에 관심을 갖고 문의해 오고 있다. 실제 방문해 제품을 체험한 예비 고객들도 크기와 화질에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거거익선. 클수록 좋다는 의미다. 모든 제품에 통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TV에서는 절대적인 의미로 통한다. 화면이 크고 화질이 좋으면 그만큼 콘텐츠에 몰입하기 쉬워진다. 초대형·초고화질 TV 경쟁에 속도가 붙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경쟁에 OLED도 뛰어든 상황. 이번에도 시장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