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펍(PUB)으로 변신! LG전자, 수제 맥주 제조기 '홈브루' 공개
[IT동아 강형석 기자]
"집이라는 공간은 주거를 넘어 휴식과 문화, 레저 등 개인의 로망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소비자들의 홈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LG전자는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 LG 홈브루(HomeBrew)를 개발했다. 최고의 맥주 레시피를 찾기 위해 여러 국가의 브루어리(양조장)을 찾았고, 시행착오를 겪었다. 우리는 이제 단지 한 잔의 맥주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고자 한다."
독특한 발상이다. 집에서 편하게 맥주를 만들어 마실 수 있다니. 하지만 그 속에는 달라진 생활상이 담겨 있었다. LG전자는 개인의 삶을 파악하고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아이템을 선보였다. 바로, 홈브루가 그것. 이 제품은 캡슐 커피 제조기처럼 맥주 제조를 위해 캡슐을 활용한다. 개인이 직접 술을 만드는 것보다 간단한 것은 물론, 보관도 용이하다.
2019년 7월 16일, LG전자는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캡슐형 수제 맥주 제조기 'LG 홈브루'를 공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흥미롭게도 대사관에서 행사가 열렸는데, 이는 LG전자와 협업한 문톤스(Muntons) 사가 영국 몰트(맥즙) 제조사인 것도 있지만 LG전자는 주류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시음을 포함한 행사 진행을 위해 주류법 적용이 되지 않는 대사관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새로운 제품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해소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화 상품의 결정체
LG 홈브루는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사치 중 정점에 있는 아이템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간을 내어 맥주를 만들 이가 많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 하지만 집에서 직접 만든 맥주를 혼자 혹은 지인들과 즐기고 싶은 이라면 이 제품보다 좋은 양조 솔루션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품은 자동으로 이뤄지지만 구조는 복잡하고 치밀하다. 맥주 종류에 따라 최적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온도와 압력, 시간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정밀 제어하게 된다. LG전자는 이를 '마이크로 브루잉(Micro Brewing)'이라고 부른다. 위생관리도 철저히 이뤄진다. 정수기를 개발하며 터득한 온수 살균 세척 시스템은 맥주를 만들기 전후로 기기 내부를 세척하고 살균한다. 이것도 모자라 6개월 단위로 케어 솔루션 매니저가 방문해 필터 교체를 포함한 내외부 세척을 진행함으로써 관리가 이뤄진다.
맥주는 오로지 캡슐을 사용해 만들어진다. 페일 에일(Pale Ale), 인디아 페일 에일(IPA), 위트(Wheat), 필스너(Pilsner), 스타우트(Stout) 등 5가지 맥즙팩을 선택할 수 있으며, 발효에 필요한 효모(이스트), 풍미를 위한 홉 오일(Hop Oil)과 맥주향(Flavor)이 포함된 캡슐 등 캡슐 3개가 한 묶음으로 구성된다. 캡슐은 기기 상단의 덮개를 열어 거꾸로 장착하면 끝이다. 캡슐 패키지는 각 3만 9,900원에 책정됐다.
캡슐과 물을 넣고 맥주 제조를 시작하면 위트는 약 9일, 필스너는 약 21일, IPA·페일 에일·스타우트는 약 14~15일 정도 소요된다. 마실 수 있는 맥주의 용량은 약 5리터 가량이다. 맥주 제조 과정은 전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 가능하고, 완성된 맥주는 4도와 6도 중 하나를 선택해 보관 가능하다. 별도 출시되는 보관 용기인 홈브루 보틀을 활용해 보관하고 즉시 다른 맥주를 만드는 과정을 거쳐도 된다.
IT 기술도 담았다. 홈브루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발효 과정과 기기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양조 이력 등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셜서비스에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고 캡슐을 구매하는 등의 기능도 제공된다.
홈브루의 맥주 5종을 모두 즐겨 봤습니다!
홈브루 공개 행사에서는 시음을 원하는 관계자를 대상으로 생산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맥주를 좋아하는 기자에게는 최고의 시간(?)이었다. 5가지 맥주를 시음하며 해외 곳곳에서 시음했던 느낌을 최대한 끌어냈다.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태리, 일본, 미국, 중국 등 그곳에서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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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 에일 : 잉글리시 에일이 훅 떠올랐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느낌이었다. 부드럽고 맛은 깔끔하다. 향도 자극적이지 않아 부담이 적었다. 맥주 세계로 입문하기에 적당하달까? 반면, 강한 향과 풍미를 선호한다면 조금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가벼운 파티나 식사 대접 시에 함께 마신다면 좋을 듯 하다.
인디아 페일 에일 : IPA다. 강한 향과 진한 풍미를 특징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음했던 홈브루 맥주들이 대체로 부드러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 특유의 향과 목 넘김을 느끼기 어려웠다. 다른 매장에서 판매되는 IPA를 즐겨 마시는 마니아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다. 기자 또한 조금 아쉬웠다. 풍미를 더 강하게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위트 : 바이스(Weiss) 맥주라고도 부른단다.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서 시작되어 널리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일이라고. 그렇다면 홈브루의 위트는? 마셔보니 산미가 적당히 느껴지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럽다. 특유의 시큼한 느낌을 선호한다면 마음에 들 것이다. 잘 구워진 고기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스너 : 체코 플젠(Pilsen) 지방에서 유래한 방식. 필스너 OOO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홈브루의 필스너는 라거에 가까웠다. 씁쓸함은 적지만 마실 때의 묵직함과 풍미는 있다. 필스너 특유의 쓴맛이 싫었다면 이쪽이 만족스러울 듯 하다. 대신 그것(씁쓸함)을 즐기는 마니아 입장에서 보면 아쉬울 수 있다.
스타우트 : 흑맥주다. 기자는 홈브루의 맥주를 마시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3가지를 꼽았는데 스타우트가 그 중 하나다. 마시는 순간 그 흑맥주 브랜드가 떠올랐다. 완전히 동일하지 않지만 비슷하다. 흑맥주 특유의 향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 조화를 이뤘다.
모두 마셔본 느낌으로는 전반적으로 강한 느낌을 주지 않으려는 듯 했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호불호를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가급적이면 맥주 종류에 따른 특징을 화끈하게 살리는 방법도 고려했으면 좋겠다. 참고로 LG는 문톤스와 계속 협력해 다양한 맛과 풍미를 가진 맥주 캡슐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마음만 먹으면 내 집도 양조장이 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우리의 생활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홈브루잉일 것이다. 애매하고 종류도 제한적인 양산형 맥주에서 벗어나 나만의 제조법으로 특별한 맥주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한 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공간이 필요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한계도 존재했다. 홈브루는 이 과정에 세련미를 더함으로써 홈브루잉 시장을 조용히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기술을 접목했기 때문에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다. 공개된 가격은 399만 원. 홈브루잉을 취미로 해 접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물론, 여기에는 3년간 관리 서비스(총 6회)가 제공되는 비용이 포함된 것. 이를 감안했는지 LG전자는 대여 서비스 형태로도 제품을 판매한다. 소비자는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접근해 구매하면 될 듯 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