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신상공개] 포베온은 아니지만 시도는 새롭게, 시그마 fp
[IT동아 강형석 기자] 대다수는 모르겠지만 시그마(SIGMA)라는 카메라 브랜드가 있다. 호환렌즈로는 나름대로의 입지가 있는데, 카메라로는 소수의 마니아 층만 확보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성능이나 기능적인 부분에서 타 브랜드에 뒤쳐진 것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묘한 매력을 품고 있는데 바로 이미지 센서인 '포베온(Foveon)' 때문이다.
포베온. 후지필름의 허니콤(Honeycomb) CCD와 함께 독특한 설계 구조를 가진 이미지 센서다. 일반적인 이미지 센서는 감광 화소를 RGBG 형태로 줄 세워 배치하는 베이어 패턴 방식을 사용했지만 포베온은 빛을 받는 감광층을 BGR 형태로 배치해 많은 양의 색 정보를 담을 수 있다. 후지필름 허니콤은 색정보와 빛정보를 담을 수 있어 풍부한 표현이 가능했으나, 비용적 문제로 일반 CMOS 방식 이미지 센서를 채용했다. 현재는 과거를 열심히 부정하면서도 과거의 포맷을 바탕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아무튼, 이런 시그마가 새로운 카메라를 내놓았다. 미러리스 카메라 fp가 그것. 이를 통해 라이카-파나소닉-시그마 연합의 L-마운트 플랫폼이 완성됐다. 라이카는 이전부터 SL을 선보였고, 파나소닉은 루믹스 S 시리즈를 선보인 바 있다. 모두 라이카의 L-마운트를 쓴다.
시그마 fp의 콘셉트는 정말 독특하다. 일단 크기가 작다. 얼핏 보면 마치 소니의 브이로그용 카메라 RX0를 보는 듯하다. 당연히 덩치는 더 크겠지만 그만큼 조작계가 간소화 되어 있다. 당장 크기만 봐도 폭 112.6mm, 높이 69.9mm, 두께 45.3mm 정도니까 얼마나 작은지 감이 온다. 참고로 소니 알파7 M3가 폭 126.9mm, 높이 95.6mm, 두께 73.7mm다.
무게는 더 충격적인데, 배터리에 SD 카드를 넣고도 약 422g 수준이다. 역시나 소니 알파7 M3의 무게는 657g이다. 200g 이상 가볍고, 크기도 작아졌기 때문에 본체 휴대성 자체는 높다 할 수 있겠다. 당연히 렌즈로 다 까먹겠지만 최근 추세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조작 구조는 정말 단순 그 자체다. 대부분이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고, 후면에도 큼지막한 액정 디스플레이가 자리하고 있다. 회전 기능은 없으나 터치는 가능한 디스플레이는 3.15인치 크기와 210만 화소 사양을 제공한다.
이미지 센서. 정말 안타깝게도 포베온이 아니다. 일반 35mm 필름 규격(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쓴다. 2,460만 화소가 제공되고 오로지 전자식 셔터로 제어된다. 아무래도 동영상 촬영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 제품에서는 12비트 시네마DNG(저손실 원본 데이터) 기록(최대 4K/24매)을 지원한다. 손실 압축 영상(H.264)은 최대 4K/30매 촬영이 가능하다.
영상 촬영에 초점을 뒀기 때문인지 호환성에 많은 신경을 썼다. 거의 대부분의 액세서리와 호흡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정에 '감독의 뷰파인더(Director's Viewfinder)' 모드가 제공되는데 카메라 브랜드와 모델 등 세부 항목에 맞는 화각을 재현해 보여주는 기능인 듯 하다. 시그마 측에서는 아리(ARRI), 소니 베니스(VENICE), 레드(RED) 등 13종에 달하는 촬영 장비의 뷰파인더를 지원하는 듯 하다.
이렇게 시그마 fp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가 어떤 영역으로 나아갈지를 보여주는 제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포베온 센서가 아니라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곧 탑재한 제품을 따로 출시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향후 미러리스 카메라가 fp에서 많은 영감을 얻을 듯한 느낌이 온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