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디바이스 쇼' 말고 '스마트 액세서리 365일장' 어떻습니까?
[IT동아 강형석 기자] 해도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할인합니다~", "싸게 구매하세요~"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2019년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코엑스(C홀)에서 개최된 '제 9회 스마트 디바이스 쇼(이하 KITAS 2019)' 현장의 모습이다. 기자는 행사 첫 날(11일) 오전에 방문해 약 4시간 가량을 머물며 행사장 내를 천천히 둘러봤다.
평일임에도 의외로 행사를 찾은 관람객 수는 꽤 됐다. 모두 비용을 내고 온 것인지 초대권 혹은 사전등록으로 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흥행 면에서는 아쉬움 없어 보였다. 아이를 대동한 젊은 부모부터 학생, 중장년층 등 세대도 다양했다. 그런데 의문은 의외로 간단히 풀렸다. 기자가 행사를 찾은 당일(11일)에는 코엑스에 모든 홀이 전시로 가득 찼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제43회 서울국제유아교육전&키즈페어'다. 여기에 '2019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가 열렸다. 학생들 현장체험과 주변 행사가 맞물리면서 어떻게 보면 반사이익을 얻은 셈이다.
기자는 사실, 지난해 열린 KITAS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2017년 행사가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 당시 행사(2017년)는 규모도 커졌고 3층에서 열렸던 것이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1층에서 개최됐기에 기대감을 줬다. 그러나 덩치는 커졌지만 내실은 없었다. 시장의 미래를 제시하는 쇼는 없었고, 당장 오늘을 위한 판매만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마치 이것이 국내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의 현실인 것처럼.
참고기사 : [KITAS 2017] '전시장'이 아니라 전 '시장'에 온 줄 알았습니다 (http://it.donga.com/26853/)
1년 남짓한 시간이 흘러, '혹시나 바뀌었을까?'하는 기자의 생각은 아주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규모는 더 작아졌는데 판매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이번에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Wadiz)'가 가세했다. 그래서인지 일부 참가 기업의 판매 방식에 세련미가 더해졌다. 바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와디즈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라는 방식이 되었다.
그나마 제품이 마음에 들어 현장에서 구매하고 싶어하던 관람객(?)은 일정 기간 동안 투자자를 유치하는 크라우드 펀딩 특유의 기묘한 판매 방식으로 인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행사 자체가 판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까 신제품, 콘셉트 제품 보다는 당장 유행하거나 다루기 용이한 제품 위주로 공간을 채웠다. 특색 없는 휴대용 선풍기는 기본이고 스마트폰 케이스, 보호필름, 셀카봉, 이어폰과 스피커 등이 곳곳에서 '20~30% 할인' 스티커를 붙여 주인을 찾았다. 착한텔레콤이 스카이 브랜드를 앞세워 신제품을 공개한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으나, 한 편에는 열심히 상품을 판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행사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물론, 곳곳에 판매보다 아이디어와 기술로 승부를 보려는 기업이 있다. 하지만 판매를 겸하는 전시관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까 분위기에 묻히는 경향이 있었다. 차라리 차세대 기술을 위한 구역을 따로 꾸며서 관람객 이동이 많을 듯한 곳에 배치했다면 어땠을까? 이것은 주최 측의 성의 문제다.
행사 규모는 작아졌는데 기묘하게 규모가 커진 공간이 있으니 바로 카페테리아다. 지나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2017년보다 약 3배 가량 넓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1~2개 있었던 것 같은 매점은 5개 가량으로 늘었다. 규모가 커진만큼 이 공간도 함께 넓어졌다면 좋았을텐데, 씁쓸함만이 남는다.
'KITAS는 국내 최대 규모의 스마트 디바이스 전시회입니다.' 주최측 스스로 이 문구에 부합하는 행사를 운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규모부터 내실, 관람객을 위한 프로그램 등 하나하나 다 따져봐도 특이점이 없다. 오죽하면 주최도 '다양한 이벤트와 최저가 할인행사'를 전면에 내세웠을까? 현재 분위기를 앞으로도 이어갈 생각이라면 '스마트 액세서리 365일장'이라고 하는 것은 어떨까? 그래야 '쇼'를 기대하고 온 관람객들이 실망하지 않을 테니까.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