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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텍스2019] 엔비디아 스튜디오, 새로움 없는 현 엔비디아의 고민이 낳은 결과물

강형석

제프 피셔 엔비디아 PC 사업부 수석 부사장.

[타이베이=IT동아 강형석 기자] 등장인물부터 힘이 빠졌다. 그 동안 엔비디아가 개최한 행사에서는 대부분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직접 등장해 특유의 입담을 뽐내며 신기술 혹은 신제품을 공개해 왔다. 이번에는 제프 피셔(Jeff Fisher) 엔비디아 PC 사업부 수석 부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화끈한 이벤트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지난 5월 2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엔비디아 컨퍼런스에서는 고작 ‘엔비디아 RTX 스튜디오(NVIDIA RTX STUDIO)’ 프로그램만 공개된 채 막을 내렸다.

첫 시작은 현재 엔비디아가 구축하고 있는 다양한 라인업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즐겨 쓰는 지포스(GEFORCE) 그래픽카드를 시작으로 지싱크(G-SYNC) 모니터, 맥스-큐(MAX-Q) 모바일 그래픽카드, 전문가용 쿼드로(QUADRO) 그래픽카드, 서버와 워크스테이션을 위한 HGX와 T4 서버, 자율주행차를 위한 드라이브 시리즈 등을 선보이고 있다. 방대한 제품군으로 여러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거창하게 유명 자동차 기업 포르쉐를 예로 들었다. 포르쉐 911이 처음 등장한 것이 1964년인데 이를 시작으로 현재 파나메라, 카이엔, 마칸, 박스터, 타이칸 등 여러 자동차 라인업을 선보이며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엔비디아 역시 1996년에 첫 그래픽카드를 선보였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

게이밍 관련 언급은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이었다.

이후 엔비디아는 계속 자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지싱크 모니터 시장은 계속 성장 중이고, 현재 100여개 이상 노트북이 지싱크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2종의 새로운 지싱크 얼티밋(G-SYNC ULTIMATE) 모니터와 지싱크 기술 내장 노트북 1종을 소개했다.

그 다음은 지포스의 차례였다. 현재 엔비디아는 RTX 20 시리즈의 부진으로 인해 하위 라인업인 GTX 16 시리즈를 운영하고 있다. 선택지는 많아졌지만 그래픽카드 구매 비용에 따른 부담은 오히려 늘었다. 아직 여물지 않은 신기술에 대한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이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180억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가지고 가장 빠른 그래픽카드를 만들어냈다며 스스로를 띄우기에 바빴다.

RTX 기술의 핵심은 인공지능과 광선추적이라 불리는 레이트레이싱(Ray-Tracing) 기술이다. 그 중에서 빛에 따른 변화를 실시간 기록해야 하는 레이트레이싱이 가장 구현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비디아 RTX 20 시리즈 그래픽카드에는 이 기술을 독자 처리하기 위해 RT코어라는 것을 탑재했지만 제대로 된 성능을 내지 못해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적용 게임의 수도 많지 않거나 대체로 흥행에 실패한 것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야심 차게 등장한 배틀필드V나 섀도 오브 더 툼레이더가 게임성 및 그 외 논란들로 인해 이전 작품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그나마 기대작으로 꼽혔던 메트로 엑소더스 역시 플랫폼을 스팀에서 돌연 에픽 스토어로 변경하면서 여러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런 부분을 의식했는지 엔비디아는 베데스다와 이드 소프트웨어와 협력, 고전 게임 퀘이크(QUAKE) 2에 RTX 기술을 적용해 배포하겠다는 계획을 내걸었다. 기존 게임을 보유하고 있다면 멀티플레이까지 가능하다. 기존 게임에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게이머에게 더할 것 없이 좋은 선물이겠지만 대부분 젊은 게이머들은 고개가 갸우뚱해질 부분. 이어 엔비디아는 곧 출시될 울펜슈타인:영블러드(Wolfenstein:Youngblood)와의 협업을 언급했다.

전문가 시장을 겨냥한 엔비디아 스튜디오 인증 프로그램.

이어 제프 피셔 부사장은 나머지 시간 모두를 ‘엔비디아 RTX 스튜디오’에 쏟아 부었다. 이것은 특별한 기술이나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맥스-큐 모바일 그래픽카드처럼 노트북용 인증 프로그램이다.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엔비디아가 인증하는 스튜디오 노트북이 된다.

그들은 성장 중인 창작자 시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예상된다. 2,300만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이 있으며, 자유롭게 작업하는 프리랜서 규모가 25% 가량 성장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는 고성능 그래픽 프로세서 외에 여러 애플리케이션 및 하드웨어 제조사와의 협업을 내세워 전문가들에게 더 나은 성능과 효율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RTX 스튜디오를 제안하게 된 것이다.

자사 제품의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도 언급했다. 제프 피셔 부사장은 RTX 2080 맥스-큐 탑재 스튜디오 인증 노트북이 애플 맥북 프로에 비해 오토데스크 마야에서 최대 8배 빠르고,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에서는 2.5배 가량 빠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굳이 엔비디아 RTX 스튜디오 인증 노트북을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의문이다. 비슷한 사양의 게이밍 노트북으로도 충분히 도달 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약 1시간 이상 진행된 행사는 이렇다 할 것 없이 막을 내렸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도, 뜨거운 함성도, 열렬한 환호도 없었다.

현재 엔비디아의 실적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 2020년 1분기(회계연도) 기준, 총 매출은 22억 2,000만 달러로 지난 분기의 22억 500만 달러에 비해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해 동분기 32억 700만 달러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게이밍과 전장을 제외한 모든 사업부문이 이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 여기에는 전문가용, 데이터센터, OEM과 기타 사업부 등이 포함된다. 엔비디아가 RTX 스튜디오에 큰 공을 들인 것도 어떻게 보면 전문가용과 OEM 부문에서 실적을 내기 위한 고민의 결과이지 않았을까?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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