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일과 여가 모두를 얻는 법, LG 울트라와이드 모니터 34WK95U
[IT동아 강형석 기자] PC 모니터를 선택하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소비자가 PC로 무엇을 하는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성향이 강하다. 대다수 평범한 모니터를 선택하겠지만 게임을 주로 즐긴다면 많은 화면을 그려내는 고주사율 모니터, 전문 작업을 주로 진행한다면 해상도와 광색역을 제공하는 모니터에 눈길을 준다.
LG 울트라와이드 모니터 34WK95U(이하 34WK95U)는 후자에 포함되는 모니터다. 34인치 크기를 가진 이 모니터는 흥미롭게도 21:9 비율을 제공하는 것도 모자라 해상도가 5K(5,000 픽셀 이상)에 달한다. 이 외에 미국 영화 업계에서 디지털 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제안한 DCI-P3 색역(98%)과 밝고 어두운 부분을 자연스레 표현하는 하이 다이나믹 레인지(HDR) 10과 600에도 대응한다.
큼직한 디스플레이에 눈이 갑니다
34WK95U의 강점은 좌우로 시원하게 뻗은 디스플레이에 있다. 비율은 21:9.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모니터 비율이 16:9니까 좌우로 더 뻗어 있다고 보면 된다. 흔히 쓰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영화관에서 보는 화면 비율이 이와 같기 때문에 영화 감상 및 관련 작업에서는 빛을 발한다. 또한 좌우 해상도 영역이 넓어졌기 때문에 여유롭게 작업하기에도 적합하다.
디자인은 언급할 여지가 없다. 매우 직관적인 형태다. 기교를 부린 것도 없다. 말 그대로 화면에 집중할 수 있는 요소에 집중한 듯한 느낌이다. 화면 테두리(베젤)도 얇게 설계한 것도 오로지 화면에 집중하게 도와주기 위한 부분 중 하나다. 받침대는 다소 얇아 보이지만 모니터를 잘 지지한다. LED 같은 화려한 요소는 배제되어 있다.
화면 영역은 대각선 기준 34인치(86.36cm)로 화면비에 따라 실제 크기는 마치 큰 모니터 두 대를 붙인 듯한 느낌을 준다. 해상도는 5K 영역에 해당하는 5,120 x 2,160이 제공된다. 계산해 보니 기본적인 4K 화면 영역(3,840 x 2,160)에 HD 해상도(1,280 x 720) 영역이 옆에 3칸 더 붙어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받침대는 단순하기 때문에 많은 기능을 제공하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높낮이 조절을 위한 엘리베이션(상하조절)과 각도 조절(틸트)만 가능하다. 좌우로 돌리거나(스위블) 90도로 꺾어(피벗) 쓰는 형태로 쓰고자 한다면 스탠드를 별도 구매해야 될 듯 하다.
후면은 전문 사용자가 사용하는 것을 감안해 다양한 연결 단자들이 제공된다. 영상 입력 단자를 보면 디스플레이 포트 1개와 HDMI 2개, 썬더볼트3 단자 1개가 있다. 기본적인 PC 시스템 외에도 애플 시스템(맥북 및 맥 프로 등)과의 연결성에도 신경 쓴 흔적이 있다.
5K를 모두 쓰기 위해서는 케이블을 신중히 사용해야 된다. HDMI 케이블로는 5K 해상도를 100% 지원하지 못한다. 디스플레이 포트 혹은 썬더볼트3 케이블을 써야 5K 해상도를 지원한다. 노트북 같은 경우도 기종에 따라 4K(3,840 x 2,160)까지만 지원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확인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HDMI는 어디에 쓰는가? 두 개의 HDMI 단자는 화면분할(PBP) 기능에 쓰인다. 하나는 노트북, 하나는 게임기 등에 연결해 놓으면 넓은 화면을 둘로 나눠 다중 작업을 할 수 있게 지원한다.
외부 연결 단자는 USB로 채워졌다. PC 연결을 위한 타입-B(업스트림), 모니터에 외부 장치 연결이 가능한 USB A-규격(다운스트림) 단자 2개가 각각 제공된다. 해당 단자를 활용하려면 모니터 전원이 인가되어 있어야 하며, PC 연결은 필수다.
제품 조작은 모니터 하단 중앙에 있는 버튼 하나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구조다. 버튼을 좌우로 움직이면 음량 조절이 가능하고, 위아래로 움직이면 디스플레이 상태를 우측 상단에 표시한다. 메뉴를 불러오려면 버튼을 한 번 누르면 되며, 이 때 화면 하단에 메뉴가 나타난다. 주로 하단의 영상모드와 우측의 설정 메뉴가 많이 쓰인다. 버튼을 약 3~5초 정도 누르고 있으면 전원이 꺼진다.
설정 및 영상모드를 선택하면 그에 맞는 화면이 화면 우측에 표시된다. 영상모드를 선택하면 사용자 설정을 포함해 11개 가량 선택지가 나온다. 눈에 띄는 것은 색약자 색보정 모드다. 일부 사용자가 색을 감지하지 못할 때를 고려해 추가한 기능이다. 이 외에 전문가용 모니터답게 EBU, REC.709, SMPTE-C 등 다양한 색역을 제공한다.
색역에 대해 간단히 보자. Rec.709는 HDTV 규격의 sRGB 색 공간, SMPTE-C와 EBU는 각각 미국과 유럽에서 사용되는 방송 통신용 색 공간이다. DCI-P3는 미국 영화 업계에서 디지털 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제안한 색 공간이다.
설정 메뉴에서는 간편·입력·영상·일반 등 4가지로 나뉘어 제공된다. 밝기와 명암 등을 조정하거나 입력 기능을 활용해 화면을 여럿 나눠 쓰는 등의 기능도 쓸 수 있다. 영상 모드는 별도로 제공되는 것과 동일하지만 일부 세부 화면 조정 항목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일반 설정은 언어부터 시작해 절전, USB 연결 규격 등 보조적인 기능들을 다룬다.
21:9 + 5K 해상도 = 콘텐츠 작업 및 감상에 딱!
이제 34WK95U의 화질과 기능들을 하나씩 확인해 볼 차례다. 사양 자체로는 수준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5,120 x 2,160 해상도(21:9 비율)부터 시작해 HDR 600, 광색역 대응 등 전문가라면 매력을 느낄 요소들이 많다. 게임 관련 기능도 추가해 게이머의 선택도 유도하고 있다.
우선, 패널에는 반사 방지 처리가 이뤄졌기 때문에 외부 조명에 의한 난반사를 느끼기 어렵다. 반사광을 완전히 방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야를 방해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예로 형광등 빛이 디스플레이에 비춰진다면 형광등 형상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퍼진 형태로 표시된다. 영상을 보거나 작업을 할 때 유용하다. 또한 저반사 패널은 먼지나 이물질 제거 등 관리 측면에도 이점이 있다.
밝기는 최소 360칸델라(cd/㎡), 평균 450칸델라 사양이다. 밝기가 타 모니터에 비해 높은 것은 디스플레이HDR 600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 비디오 전자공학 표준위원회(VESA)가 인증하는 이 기능은 350칸델라 이상의 밝기를 연속 구현하면서 0.1칸델라 수준의 검은색 구현, DCI-P3 색역 90% 이상 재현 등 조건을 만족해야 통과 가능하다. 이 모니터는 이 부분을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으므로 관련 인증을 획득할 수 있었다.
높은 화면 밝기와 광색역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은 IPS 패널에 나노입자를 분사한 '나노 IPS'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얼핏 나노셀(Nano Cell) 기술과 비슷하지만 구현 방식은 다르다. TV에 쓰이는 나노셀 기술은 나노 입자를 도포한 표면을 패널 전면에 배치한다. 이와 달리 나노 IPS는 나노 입자를 패널 뒤에 있는 조명(백라이트) 표면에 분사한다.
백라이트에 나노 입자를 도포하게 되면 광원에서 나오는 불필요한 색을 흡수하는 결과를 얻어 정확한 색표현이 가능해진다. 일반 모니터는 하나의 색을 표현할 때 주변 색이 일부 섞이지만, 나노 입자를 도포하면 표현하려는 색을 제외한 나머지 색상을 입자가 흡수해 순수한 색상을 최대한 표현한다. 그 덕에 모니터 밝기를 높일 수 있고, 폭넓은 색 표현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HDR 600 및 DCI-P3 98%, sRGB 135% 등을 구현하게 된 것도 이 기술 덕이다. 오래 사용해도 눈이 덜 피로한 것도 나노 IPS 장점 중 하나다.
명암비는 1,200:1이 기본이며, 별도로 제공되는 동적명암비(DFC)를 사용하면 100만:1 수준까지 상승하지만 왜곡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취향에 따라 선택하자. 이 외에 응답속도 5밀리초(ms), 주사율 60Hz(초당 60회 깜박임) 등의 사양을 갖췄다.
색상은 10비트(약 10억 7,000만 색)를 지원한다. 일반 모니터는 8비트(약 1,677만 7,000만 색)을 지원하고 있는 것과 달리 더 많은 색 표현이 가능하다. HDR과 DCI-P3 색역 구현에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색상 구현은 타 제품과 비슷하게 8비트 색상에 주사율 전환(FRC – Frame Rate Conversion)을 더한 형태다. FRC는 디더링(Dithering) 기술 중 하나로 시간·공간적 혹은 복합적(시간+공간)인 방법으로 중간색을 만들어 표현하는 기법이다.
이 부분만 보더라도 전문가에게 잘 어울리는 사양인데, 더 정확한 활용을 위해 LG전자는 패널을 직접 조율한 수치(공장 색보정)를 문서로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모니터는 사용 시간이 지날수록 색에 변화가 생기는데 이를 최대한 바로잡는 작업이 보정(캘리브레이션)이다. 34WK95U는 이 작업을 정확하게 진행할 수 있게 하드웨어 방식의 캘리브레이션 기능을 제공한다. 디스플레이 위에 스파이더나 아이원 디스플레이 등의 보정 기기를 올려두고 차례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
별도로 제품에는 트루 컬러 프로(True Color Pro)라는 이름의 색보정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한 번 사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게이머를 위한 기능도 충실히 담겨 있다. AMD 프리싱크(Freesync)나 엔비디아 지싱크(G-SYNC) 같은 주사율 동기화 관련 기능이나 고주사율을 제공하지 않지만 그래픽카드에서 전달되는 신호를 바로 통과시켜 입력 지연을 줄여주는 액션모드(Dynamic Action Sync) 기술을 갖췄다.
실제로 게임을 해봤다. 시스템은 코어 i9 9900K와 지포스 RTX 2070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배틑그라운드를 실행해 최대 해상도(5,120 x 2,160)로 즐겨보니 중간 그래픽 설정으로 평균 50~60프레임(초당 이미지 표시 수) 정도를 보여준다. 화면도 가득 차 게임에 몰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상도가 높아지면 요구 자원이 많아지기 때문에 시스템 성능이 몰입감을 좌우하게 된다. 이 같은 고해상도 영역에서 게임을 쾌적하게 즐기려면 최소 지포스 RTX 2070~2080급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
추가로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은 화면 비율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기에 좋지만 일부 게임은 해당 비율을 지원하지 않기도 해 게임을 실행하기 전 확인해야 된다. 16:9 비율 고정인 게임은 화면 좌우가 검은색으로 표시되지 않는다.
영화를 감상할 때도 21:9 화면비는 큰 이점을 준다. 극장에서 보는 듯한 느낌(좌우로 긴)으로 영상을 볼 수 있기 때문. 관람 몰입감 하나는 인정할 만하다. 다만 아직까지는 일반 영상 콘텐츠는 16:9 비율이 많기 때문에 좌우가 잘린 형태로 재생되며, 일부 영상에 따라서는 화면을 가득 채우지 못하고 재생될 수 있으니 참고하자.
여유만 있다면 전문가도 OK, 게이머도 OK
LG 울트라와이드 모니터 34WK95U. 약 150만 원대 가격표를 제안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소로 작용될 수 밖에 없다. 흔히 24~27인치 게이밍 모니터가 저렴한 것은 30만 원대, 유명 브랜드 제품이어도 50만 원대 수준이다. 이보다 적게는 3배, 많게는 5배 이상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전 고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목적이 분명하다면 이 모니터의 매력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전문 작업을 중심으로 간간히 휴식(게임·영상)을 즐기고자 할 때 만족감이 배가 된다. 해상도가 강조되는 사진·영상·그래픽 작업 환경에서는 이 모니터를 대체할 수단이 많지 않아서다. 관련 기능도 모두 담겨 있기 때문에 가격보다 효율이나 정확도에 초점을 맞춘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 예상해 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