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매니아의 축제를 넘어 대중문화로
[IT동아 이상우 기자] 스포츠라는 단어를 정의할 때 게임을 포함하는 것은 이제 어색한 일이 아니다. 게임 경기를 단순히 '전자오락 대회' 정도로만 여기던 과거와 달리, 전세계 수 억 명의 팬을 갖추게 됐다. 또한, 평창 동계 올림픽 기간에는 e스포츠 대회인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이하 IEM)이 열리기도 했으며, 지난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에는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돼 지상파 방송에서 e스포츠 경기를 중계했다.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외국인이 개최국을 찾는 것처럼, 세계 규모의 e스포츠를 개최하는 도시를 방문하는 사례도 있다. 폴란드 카토비체의 경우 최근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를 개최하며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도 했다. 카토비체는 이렇다할 관광지가 없는 작은 도시지만, 시에서 IEM 개최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했으며 이를 통해 수 천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이 도시를 방문할 수 있었다.
e스포츠 게임단인 페이즈 클랜 에릭 앤더슨 매니저는 "우리는 전세계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경기를 진행하는데, 5만 여 명의 관객이 경기장에 가득 차고, 수백만 명의 관객이 온라인으로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것을 경험했다. 야구 경기 규모가 커지고 팀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관람객이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스타 플레이어의 존재는 e스포츠 영역을 더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e스포츠의 발전에는 컴퓨팅 기술의 성장 역시 함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종목으로 선정된 게임이 업데이트를 거치면, 현재 사용 중인 시스템과 충돌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특히 새로운 프로세서나 그래픽 카드가 출시될 경우 주요 종목이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지 사전에 테스트할 필요도 있다.
유럽 e스포츠 리그인 ESL 미갈 블리카츠(Michal Blciharz) 부사장은 "e스포츠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장비와 PC 기술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인텔 등 주요 기술 기업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주요 게임을 문제 없이 종목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과거에는 e스포츠 방송을 위해 별도의 장비나 중계용 PC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강화된 멀티태스킹 성능을 통해 실시간 방송 플랫폼으로 송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대중매체를 이용하는 스포츠 중계와는 달리, 인터넷을 통해 유명하지 않은 경기를 찾아볼 수 있으며, 이미 녹화된 방송 역시 유튜브나 트위치 등의 플랫폼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개인 시점에서 송출되는 방송을 다른 친구와 공유하며 다른 장소에서 한 경기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진행하는 e스포츠 경기의 중요성은 크다. 인터넷을 통해 보던 경기는 물론, 스타 플레이어를 실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수많은 관람객이 모인다. 또한, 경기장에 모인 팬들은 공통된 구호로 팀을 응원하기도 하며, 응원하는 팀이 패배하면 울기도 한다. 이 때문에 ESL과 인텔은 세계 여러 지역을 돌며 IEM 같은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e스포츠 관람객과 시청자는 대부분이 게임을 실제로 즐기는 게이머다. 인텔에 따르면 전세계에 PC로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는 약 12억 명에 이르며, 이 중 5억 8,000여 명은 게임을 위해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텔 같은 기업에게 e스포츠는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접점이다. 뿐만 아니라 식음료, 유통, 금융 등 PC 기술과 거리가 먼 기업 역시 기존과는 다른 유형의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채널이며,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의 접점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 때문에 e스포츠 게임단을 후원하는 비(非)테크 브랜드 역시 늘고 있다.
페이즈 클랜 에릭 앤더슨 매니저는 "과거에는 축구나 풋볼(미식축구) 같은 것을 스포츠라고 불렀지만, 인터넷 세대는 그렇지 않다. 이 시대에 게이머는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팬을 만들기도 한다. 페이즈 클랜 역시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많은 기업과 스폰서십을 맺기도 했으며, 우리 팀 로고가 들어간 의류나 제품이 제작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