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알아야 고객이 보인다, 고객 경험 관리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9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이었다. 참여 업체 중 AI를 언급하지 않은 업체는 찾기 어려웠을 정도.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전은 ICT 기술의 발전과 함께 찾아온 빅데이터 시대와 뗄 수 없는 관계다.

데이터는 수많은 디지털 채널로 연결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쌓인다. 우리는 지금도 인터넷에 연결된 PC,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을 통해 나만의 데이터를 쌓는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남성은 평소 어떤 뉴스에 관심을 가지고, 그가 주로 구매하는 물건은 무엇인지, 휴가 기간 어느 지역으로 여행 준비를 하는지 등 개개인의 취향과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근간으로 작용한다.

경험을 판매하는 시대

전세계 전자상거래 유통 시장을 다시 쓰고 있는 아마존의 등장은, 미국 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종말과도 같은 시대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PC 이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로 아마존에 접속해 더 쉽고, 빠르게 물건을 구매한다. 유통 구조를 단순화한 시스템으로 저렴해진 물건 가격에 사람들의 관심과 클릭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자제품 판매업체 '베스트바이'는 달랐다. 베스트바이의 작년 매출은 421억 5,100만 달러(약 47조 8,245억 원)로 전년 대비 6.9% 증가했다. 비결 중 하나는 고객정보 분석과 관리였다.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구매 성향, 제품 구입 이력 등을 분석하고 가정방문 서비스 '긱 스쿼드(geek squad)'를 맞춤형으로 제공해 타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달리 성장을 계속했다.

'어도비 서밋 2019'에 등장한 베스트바이 허버트 졸리 CEO(왼쪽), 출처:
어도비
'어도비 서밋 2019'에 등장한 베스트바이 허버트 졸리 CEO(왼쪽), 출처: 어도비

< '어도비 서밋 2019'에 등장한 베스트바이 허버트 졸리 CEO(왼쪽), 출처: 어도비 >

지난 3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어도비 서밋 2019'에서 베스트바이 허버트 졸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7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아마존 때문에 우리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고객 여정(라이프 싸이클)'에 집중하는 디지털 혁신을 진행했다. 소비자의 제품 구입 동기, 제품 검색 방식, 선호하는 제품 수령 방법, 제품 사용 방식 등 고객의 소비 이력을 분석했다"라며, "분석한 고객 성향에 맞는 이메일로 광고했고, 고객이 구매한 제품을 분석해 필요한 상품을 추가 제안하는 등 고객정보를 십분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는 고객에게 TV 한 대를 판매하고 '종료'하지 않았다. 고객이 TV를 제대로 사용하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를 찾았다. PC, 모바일 등 고객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 효과를 높였다"라고 덧붙였다.

베이스트바이가 주목한 것은 제품이 아닌, 고객의 경험이다. 고객에게 맞는 경험을 제공하는 '고객경험관리(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 이하 CXM)' 개념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찾아가는 가치, 고객경험

지난 3월 어도비가 미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유통, 여행, 금융, 모바일 앱 등 디지털 경험에 대한 선호도와 기대치를 담은 '2019년 CXM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는 젊을수록 업체가 제공하는 경험에 집중한다. 특히, 디지털 기기 경험이 풍부한 18세부터 34세 연령층은 고객 경험에 충실한 업체의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경우에 따라 업체에 직접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에도 익숙하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전 연령대의 소비자들은 대부분 온라인 유통 업체로부터 다양한 피드백을 원한다. 온라인 유통 업체를 통해 물건을 구매하면, 절반 이상이 이메일로 영수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40% 이상이 문자메시지로 주문 배송 결과를 원한다.

출처: 어도비 공식 블로그
출처: 어도비 공식 블로그

< 출처: 어도비 공식 블로그 >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유기적인 관계를 원한다. 온라인 유통 업체와 다시 소통할 때 자신의 정보를 다시 입력하길 원치 않는 것. 이미 한번 제공한 정보를 또 다시 입력하는 번거로움은 싫어하는 것이다. 즉, 업체와 소비자 사이의 긴말한 관계를 소비자도 바라는 셈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라인/모바일 업체와 연계된 서비스는 여행과 숙박 서비스 등에서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소비자는 비행기 지연 소식을 문자로 받길 원하고, 모바일 앱으로 호텔에 체크인하길 원한다. 또한, 호텔 객실에 들어갔을 때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설정한 알람 정보가 그대로 연동되기를 원한다. 이러한 데이터의 연동은 여행에 대한 좋은 고객경험으로 작용했다고 소비자들은 응답했다.

불필요한 정보 교환을 덜어내고, 사용자의 기존 경험을 그대로 유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고객경험을 충실하게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 기반 분석 및 고객 관리 활동은 소비자도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트너의 어기 레이(Augie Ray) 애널리스트는 "CXM은 고객 중심 비즈니스 혁신의 다음 단계"라며, "과거에도 업체가 고객에게 대응하는 방법은 중요했다. 다만, 이제는 업체의 일방적인 내용 전달이 아닌 고객의 마음을 읽고 함께하는 경험을 제공해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라고 말한다.

CXM을 제대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객 의견을 찾고, 이를 분석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완벽하게 제공해야 한다. 고객을, 소비자를 배워야 하는 것이 CXM의 핵심이다. 그저 단발성 프로젝트에 가까운 설문조사와 예, 아니오로 점철된 데이터는 이제 의미가 없다. 실시간으로 그리고 자동으로 각 개인에게 맞는 데이터와 분석 툴을 갖춰야 진정한 CXM이라 할 수 있다.

출처: 어도비 공식 블로그
출처: 어도비 공식 블로그

< 출처: 어도비 공식 블로그 >

CXM에 집중해야

온라인 아마존에 맞서 오프라인 유통매장에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베스트바이 뒤에는 어도비가 있었다. 일러스트레이터, PDF 등 콘텐츠 제작 소프트웨어업체로 유명한 어도비는 최근 기업들이 고객들에게 맞춤형 경험을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CXM 분야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어도비의 디지털 익스피리언스 사업부 매출은 20% 성장했으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0%를 기록했다.

베스트바이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역시 어도비의 도움을 받고 있다. GS리테일은 하루 700만건이 넘는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전환율을 높이고, 현대엠엔소프트는 세계 60여 개국에 판매되는 차량에 탑재되는 내비게이션 SW를 위한 디지털 자산 관리를 위해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다. 연세의료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고객 중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어도비 솔루션을 도입했다.

고객의 목소리를 찾는 데이터와 이를 활용하는 CXM은 이제 놓치지 말아야 하는 필수 과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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