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전히 만족할 성능' 에이수스 ROG STRIX GL504GW
[IT동아 강형석 기자] 게이밍 노트북이라 부르는 고성능 노트북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라 볼 수 있다. 하나는 데스크탑 수준의 부품 구성. 과거 휴대성과 배터리 효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제한하거나 포기해야 했던 프로세서와 그래픽 프로세서 등을 성능 중심으로 꾸미는 것이다. 또 하나는 확장성이다. 여러 장비들을 연결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형태다. 자연스레 성능은 향상되지만 덩치는 불고, 가격은 화끈하게 상승한다.
최근 고성능 노트북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휴대성까지 갖춰나가고 있다. 최적의 냉각 설계는 물론, 최대한 몸집을 줄여 성능대비 무게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데스크탑 못지 않은 성능을 갖춘 게이밍 노트북이지만 휴대성이 높은 제품이 여럿 있을 정도다. (가격은 더 비싸다.)
게이밍 노트북의 필수 공식이 있다. 8세대 코어 i7(주로 8750H) 프로세서에 지포스 10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채용한 형태가 그것. 여기에 선택적으로 대용량 SSD 혹은 메모리(램)를 추가해 완성도를 더한다. 성능과 휴대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적의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구성에 최근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가 지포스 10 시리즈에 이어 모바일용 지포스 20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선보였기 때문. 그에 따라 고성능 노트북들이 하나 둘씩 새로운 그래픽카드를 품고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 소개할 에이수스 ROG(Republic Of Gamers) 스트릭스 GL504GW도 그 중 하나다.
듬직한 ROG 특유의 디자인은 그대로
에이수스 ROG 스트릭스 GL504GW의 디자인 자체는 기존 GL504GS와 큰 차이가 없다. 사실 두 제품은 동일한 본체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디자인 자체는 흠잡을 데가 없다. 에이수스의 자존심 중 하나인 ROG 제피러스(Zephurus)에서 일부 가져온 듯한 디자인은 고급스러운 인상을 심어주고, 일부 요소에 군(밀리터리) 특유의 패턴을 입혀 강한 인상까지 더했다.
노트북은 15.6인치 급으로 실제 보면 그렇게 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크기는 가로 약 36cm, 세로 약 26.2cm, 두께 2.5cm 정도로 이전 제품(GL504GS)과 차이가 없다. 과거의 큰 덩치를 지울 수 있었던 비결은 설계 기술의 발전이다. 특히 디스플레이 테두리(베젤)를 최대한 줄임으로써 실제 크기와 무게를 덜어내는데 성공했다. 최근 노트북들의 흐름을 잘 따르고 있다 볼 수 있겠다.
후면은 ROG 제피러스와 가장 비슷한 느낌을 주는 부분이다. 직선 위주의 하단 라인과 달리, 상판 힌지 라인에는 U자 형태의 굴곡을 넣어 시각적 멋을 살렸다. 여기에는 단순히 멋을 낸 것이 아니라 이 밑을 지나는 공기의 흐름을 어느 정도 고려한 것이다.
하단부 좌우에는 통풍구가 마련되어 있는데 각각 그래픽카드와 프로세서의 발열을 배출하도록 만들어졌다. 후면 중앙에는 'ROG STRIX'라는 문구를 넣었고(제피러스는 ZEPHYRUS라 각인 되어 있다), 상단에는 ROG를 의미하는 Republic Of Gamers(게이머 공화국)를 인쇄해 놓았다. 이를 통해 이 노트북 역시 에이수스 게이밍 브랜드의 일원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준다.
또한 고성능 부품을 탑재했기 때문에 에이수스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하이퍼쿨 프로(HyperCool Pro) 냉각 기술을 적용했다. 12V 전압을 갖는 2개의 흡입형 냉각팬을 노트북에 달아 외부 공기를 빨아들이고 밖으로 배출한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냉각팬 날개의 수를 71개로 늘려 풍량을 높였다. 이어 다중 히트파이프와 0.1mm 두께의 냉각핀이 열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공기와 접촉해 발열 균형을 맞추게 된다. 공기 저항은 7% 줄이고, 방열 표면적은 기존 대비 10% 늘렸다.
냉각팬은 배터리 모드에서는 저소음(Silent), 균형(Balanced) 두 가지가 있으며, 전원을 연결하면 가장 빠른 터보(Turbo)가 추가된다.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사용 환경에 따라 작동 속도를 조절하자. 조작은 기능키(FN)와 F5키의 조합으로 변경할 수 있다.
기기 좌우 측면에 각각 제공되는 확장 단자도 기존과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다. 우선 노트북을 전면으로 바라봤을 때 기준으로 좌측에는 USB-A 규격 단자 2개와 USB-C 규격 단자 1개, HDMI 단자와 미니 디스플레이포트(m-DP) 단자 등이 있다. 우측에는 USB-A 규격 단자 1개와 SD카드 리더기 1개가 각각 배치되어 있다.
노트북에서 주로 무선 네트워크를 활용하겠지만 안정적인 네트워크 환경 구축을 위해 온전한 형태의 유선 네트워크(RJ-45) 단자 1개가 노트북 우측에 제공된다. 민감한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면 아무래도 무선보다 유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 사용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통풍구는 노트북 우측에 배치되어 있다. 기기 후면 외에도 측면에 통풍구를 배치하면 아무래도 열을 더 쉽게 배출할 수 있게 된다는 이점이 생긴다.
덮개를 펼치면 15.6인치 디스플레이와 함께 키보드/터치패드가 모습을 드러낸다. 크기를 줄인 게이밍 노트북이기 때문에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 참고로 기기 전면에도 LED를 길게 배치했는데,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이보다 좋은 방식은 없어 보인다. 밝기와 색상, 점등 방식은 소프트웨어(게이밍 센터) 내에서 조절 가능하니 사용자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꾸미면 되겠다.
디스플레이는 우선 하단을 제외하고 테두리를 최대한 얇게 만들어 화면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해상도는 1,920 x 1,080으로 풀HD 규격에 해당된다. 더 높은 해상도를 채용했으면 좋겠지만 안정적인 게임 성능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적당한 수준. 주사율은 초당 144회 깜박이는 144Hz 패널을 채용했지만,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주사율을 바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는 엔비디아 지싱크(G-SYNC) 기술은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 참고하자.
키보드는 노트북용 풀 사이즈 규격이 적용된 상태. 풀사이즈라고 함은 우측에 별도의 숫자 키패드가 제공되는 형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기존 제품과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좁아진 공간에 키를 다 넣다 보니까 일부 불편한 점이 있다. 특히 방향키와 숫자키가 모여 있다 보니까 이 부분에서 가끔 오입력이 발생한다. 실제 게임을 즐길 때에는 WASD 키를 주로 쓰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대신 일반 작업 환경에서는 의외로 방향키 사용이 잦다. 의식하며 쓰게 되는데 적응되면 오입력이 조금은 줄어든다.
키보드는 RGB LED 조명을 붙여 화려함을 뽐낸다. 흥미롭게도 게임할 때 많이 쓰는 WASD 키를 투명하게 만들어 LED 점등 시 눈에 잘 띈다. 키감은 전반적으로 조용하면서도 탄력이 있는 느낌이다. 기계식 키보드 수준은 아니지만 노트북 본체만으로도 경쾌한 키 입력이 가능하다.
터치패드는 영역이 뚜렷해 조작이 용이한 편이다. 또한 하단에 마우스 좌우 클릭을 담당하는 버튼을 따로 배치해 터치 조작에 따른 불편함을 덜어냈다.
코어 i7 8750H와 지포스 RTX 2070의 조합은?
이제 에이수스 ROG 스트릭스 GL504GW의 성능을 확인해 볼 차례다. 성능 측정을 위해 간단한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와 게임 등을 실행해 봤다. 사실, 이전 세대와 동일한 구성에서 그래픽카드만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70을 적용한 것이기에 3D 게임 성능에 초점을 두었다.
노트북에 탑재된 프로세서는 인텔 코어 i7 8750H. 같은 세대(8세대) 데스크탑 프로세서와 마찬가지로 6코어에 가상 쓰레드 처리 기술인 하이퍼스레딩(Hyper-Threading)이 더해져 12스레드(6C/12T) 처리를 지원한다. 작동속도는 2.2GHz지만 특정 환경에 따라 속도를 높여 처리 성능을 개선하는 터보부스트 기술을 활용하면 4.1GHz까지 상승, 처리 시간을 최대한 앞당긴다. 현재 게이밍 노트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코어 i7 프로세서 중 하나다.
이 외에 16GB 용량의 DDR4 메모리, 512GB 용량의 고속 저장장치(SSD)는 시스템을 민첩하게 구동하는데 도움을 준다. 사양에 따라서는 SSD 용량 및 하드디스크 방식이 다를 수 있으니 참고하자.
그래픽 처리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70이 담당한다.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 프로세서 중 하나로 이전 세대와 달리 인공지능과 빛 처리 관련 처리 능력이 강화된 점이 특징이다. GL504GW에는 성능을 낮춘 맥스큐 디자인(MAX-Q Design)이 아니라 일반 RTX 2070이 탑재되어 있다. 단, 독립된 형태가 아닌 노트북 시스템에 귀속되는 엔비디아 옵티머스(Optimus) 기반이다. 때문에 외장처럼 세부 조절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다.
프로세서의 성능을 확인하고자 벤치마크 애플리케이션인 PC마크 10을 실행해 봤다. 측정 후 세부 항목을 보니 대부분 애플리케이션 작동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기민하다. 어지간한 문서 관련 작업 실행은 1~2초 혹은 그 이내에 마무리될 정도로 민첩하다. 코어 i7 프로세서의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저장장치도 SSD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적다.
게이밍 성능을 가늠하는 벤치마크 애플리케이션 3D마크(파이어 스트라이크)를 실행해 보니 거의 동급 데스크탑 그래픽카드 수준의 성능이다. 세부 항목을 봐도 그래픽 테스트에서 초당 76~91 프레임에 가까운 움직임을 그려낼 정도이며, 종합 처리 능력도 초당 37 프레임 가량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점수는 1만 6,390을 기록했다. 동일한 부품을 탑재한 데스크탑 PC에 비하면 조금 떨어지는 성능이지만 노트북 중에서는 엄지를 들어도 아깝지 않을 성능이다.
실제 게이밍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배틀그라운드를 실행했다. 모든 그래픽 옵션을 가장 높은 울트라(Ultra)에 설정한 다음, 일부 불필요한 설정을 낮추니 지싱크가 없음에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기본 사양이 뛰어난 것도 한 몫 한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게임 몰입에 영향을 준다. 1초에 이미지가 많이 뿌려질수록 부드럽고 화면에 몰입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노트북의 초당 프레임(1초에 보여지는 이미지 수)은 어느 정도일까? 설원으로 꾸며진 전장 비켄디에서 게임을 즐겨보니 주변에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초당 80 프레임 전후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그렇지 않다면 초당 110~120 프레임 전후를 기록했다. 게임을 즐기기에 문제 없는 수준이다.
이번에는 레지던트이블2:RE를 실행했다. 그래픽 설정을 그래픽 우선에 맞춘 다음 실행하니 상황에 따라 적게는 초당 90 프레임 전후, 많게는 105 프레임 전후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여기에 모니터 주사율이 높으니 이에 따른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참고로 일반 주사율인 60Hz(1초에 60회 화면 표시)에서는 이를 초과하면 화면이 찢어지는 티어링(Tearing)이 발생한다. GL504GW는 초당 144회 화면이 표시되는 고주사율 디스플레이를 썼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그래픽카드로 더 탄탄해진 성능
에이수스 ROG 스트릭스 GL504GW. 이전 세대 그래픽카드(GTX 1070)를 채택했던 노트북도 충분히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으나 이번에는 그보다 더 나은 게이밍 성능을 자랑한다는 점에서 인상깊다. 게임을 많이 즐기는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분명 매력적인 제품이 아닐까 예상해 본다.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 외에도 저장장치와 기타 구성이 탄탄한 것도 가치를 높여주는 요소라 하겠다.
키보드 구성은 기존과 동일하기 때문에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방향키 조작 시 오입력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인데, 차기 제품에서는 이 부분을 조금 고려해주었으면 좋겠다. 키의 높낮이를 조금 바꾼다거나 우측 컨트롤키를 조금 작게 만들어서 방향키 부분을 조금 독립시키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아주 사소한 부분을 제외하면 에이수스 ROG 스트릭스 GL504GW는 어디든 휴대하며 필요한 작업과 취미생활(게임)을 병행할 수 있는 최고의 노트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만 원대 초반이라는 가격만 극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