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대, VR/AR 영향력 커진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빠르게 다가오는 5G 시대와 함께 다시 주목 받고 있는 것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과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VR/AR은 의료,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교육, 훈련, 뉴미디어, 비즈니스,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지형을 바꾸고 있지만, 5G와 만나 몇 단계 도약을 꿈꾼다. 어쩌면 가상현실을 다룬 SF 헐리우드 영화 '레디플레이어원' 속의 모습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많은 사람이 5G 시대에 가상현실이 진짜 현실과 같은 모습을 구현할 것이라 말하는 이유는, 초저지연성을 확보해 시간차 없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간을 실시간으로 가상현실로 구현해 기존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원격 의료와 교육, 콘서트나 스포츠 관람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MWC 2018를 돌이켜보자. 아직 서비스 상용화 단계는 아니었지만, MWC 2018 전시장은 5G 실험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5G 상용화를 준비하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부스에는 5G가 요구하는 전송속도에 성큼 다가섰음을 보여줬다. 에릭슨은 원격으로 자동차를 운전했고, 퀄컴과 인텔 등 칩셋 제조사들은 모뎀을 공개했다. 원격으로 로봇을 제어하는 시연도 이어졌다. 비록 0.1ms로 아직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0.5ms 이하의 지연율로 서비스를 구현했지만, 사람이 체감하기에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연동성을 엿볼 수 있었다.

SKT가 MWC 2018에서 선보였던 '옥수수 소셜
VR'
SKT가 MWC 2018에서 선보였던 '옥수수 소셜 VR'

< SKT가 MWC 2018에서 선보였던 '옥수수 소셜 VR' >

본격적인 5G 시대에 이르면, VR/AR 등 실감형(Immersive) 미디어는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전세계 VR 시장 규모를 예상하며, 2018년 67억 달러(약 7조 4000억 원)에서 2020년 700억 달러(약 77조 5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 발표했다. 국내 VR시장도 같은 기간 1조 4,000억 원에서 5조 7,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VR/AR 콘텐츠가 5G를 필요로 하는 이유

스트라베이스에 따르면, VR 콘텐츠는 정지 화면 기준 가로 3만 개, 세로 2만 400개로 총 7억 2,000만 개의 픽셀 정보를 필요로 한다. 여기에 좌우의 회전까지 고려하면, 총 필요한 픽셀 정보는 약 25억 개에 이른다. 또한, 초당 60~120 프레임을 처리해야 모션 블러(Motion Blur, 화면 이동시 생성되는 잔상) 현상을 막을 수 있다. 그만큼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야 한다.

AR과 같이 사람의 신경 반응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초저지연성 확보가 필수다. 사용자와 상호 작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네트워크 지연은 더욱 짧아야 한다. 신경 자극의 인체 내 최대 속도는 100m/s로 손에서 뇌까지 신호를 전하는데 소용되는 시간은 대략 10ms이다. 사용자의 움직임과 AR 화면 변화 사이에서 발생하는 지연 속도의 차이는 방향을 잃게 하거나 어지럼증과 같은 체감 저하로 이어지는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눈과 머리 움직임을 조정하는데, 약 7ms가 소요된다. 즉, 5G의 초저지연성이 확보되어야만 VR/AR을 원활하게 즐길 수 있다.

출처: KT경제경영연구소
출처: KT경제경영연구소

< 출처: KT경제경영연구소 >

5G와 함께 즐길 수 있는 VR /AR콘텐츠 확보에 이통사, 제조사 등이 열을 올리는 이유다. 국내 이통사인 SK텔레콤 역시 5G용 '킬러 콘텐츠' 확보에 나섰다. 주력 분야 중 하나는 'VR 게임'으로, 국내 게임 업체 넥슨과 5G VR 게임 개발을 위한 인기 온라인 게임 3종의 IP(지적재산권)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게임 3종은 넥슨을 대표하는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버블파이터'다.

이번 계약을 통해 SK텔레콤은 '카트라이더 VR(가칭)' 등 5G 스마트폰용 VR 게임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게임 개발은 넥슨의 주요게임 담당 출신이 주축으로 있는 VR 게임 전문 개발사 '픽셀핌스' 와 SK텔레콤이 협업한다. 또한, SK텔레콤은 여러 기업과 협력해 콘텐츠 확보에 나선다. 넥슨과 추가 협력을 논의하는 한편, 대형/중소 개발사들과 함께 5G VR 게임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VR 콘텐츠 등 엔터테인먼트 영역 뿐만 아니라 광고 마케팅 영역에서도 VR 콘텐츠 광고 수요가 늘고 있다. KT는 지난 2016년 7월, 세계 최초로 가상현실 전용 카메라로 촬영한 광고를 TV로 런칭한 바 있다. 유투브, 페이스북 등 온라인 채널을 넘어 TV까지 VR 광고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또한, 2017년 HTC는 바이브용 앱에 광고를 넣을 수 있는 VR 광고 서비스 프로그램을 공개한 바 있으며, 구글은 VR 환경에서 광고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AdVR'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초기 VR/AR 시장은 고성능을 요구하는 하드웨어적 제약과 실시간 전송에 미비한 네트워크 기술 등 몇 가지 기술적 한계로 기대만큼 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5G 시대에 이르면, 양상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우리는 진정한 가상현실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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