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인치로 커졌는데 '무게 1,340g', LG전자 그램 17 공개
[IT동아 강형석 기자]
"니체는 인생의 '왜?(Why)'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공을 하려면 Why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인데, 제품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PC 시장이 어려웠다고 하는데 그램은 매년 신기록을 갱신하며 시장을 견인했다. 이는 그램이 왜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Why를 분명히 가지고 있으며, 이 가치는 고객을 향하고 있어서 가능했다."
손대기 LG전자 한국 HE 마케팅 담당은 그램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사실, LG 그램은 국내 초경량 노트북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해 왔다. '1kg이 채 안 되는 모바일 PC'라는 이점은 언제 어디서든 PC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꿨다.
이후 LG전자는 초경량이라는 목표를 유지하면서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일부 부품을 교체 혹은 추가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제 단순히 작고 가볍게 만드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덩치를 키우면서 무게를 줄인 신제품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LG전자는 2019년 1월 17일, 용산 CGV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고, 자사의 신제품 노트북 'LG 그램 17' 및 그램 14·15' 라인업 등을 공개했다. 지난 1월 8일부터 11일(현지 기준)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를 통해 먼저 공개되어 호평 받았던 이 제품은 대화면을 제공하면서도 무게가 1,340g 가량에 불과해 동급 노트북 중 가장 가벼운 제품으로 기록됐다.
더 커졌지만 여전히 튼튼하고 가볍다
LG 그램은 14, 15, 17인치 라인업으로 운영된다. 이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제품은 17인치다. 큰 화면을 제공하면서도 크기는 여느 15인치 수준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 협업해 패널(화면) 두께를 줄이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두께를 기존 15인치와 동일한 2mm(2T)를 유지하면서 화면 크기를 키울 수 있었다.
조웅철 PC 마케팅팀 책임은 "그램 17에 탑재될 디스플레이를 위해 모든 것을 새로 개발했다. 그 덕에 화면은 커졌지만 제품 크기(체적)는 기존 15인치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면은 커졌지만 일반 TV 수준의 풀HD 해상도(1,920 x 1,080)를 제공할 수 없었다는 LG는 해상도를 WQXGA(2,560 x 1,600)로 세밀하게 높여 생산성과 콘텐츠 소비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을 택했다고 언급했다. 그램 17의 해상도는 일반 풀HD 해상도 대비 약 2배 가까운 해상도 면적을 제공한다. 그만큼 더 세밀한 화면 감상이 가능하다.
여기에 사양은 8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초고속 데이터 전송 및 충전 등이 가능한 썬더볼트(Thunderbolt) 3.0 규격 단자, 기가비트 무선 네트워크, 플래시 기반으로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쓰는 SSD 저장장치 등을 적용해 성능까지 확보했다. 그램 자체에는 별도의 그래픽카드가 없는데, 썬더볼트 3.0 단자를 활용하면 외장 그래픽카드(eGPU) 연결을 통한 그래픽 처리 가속이 가능하다.
얇고 가볍게 만들어 내구성이 떨어지는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수 있지만 그램 17도 기존 그램 시리즈들과 마찬가지로 미국방성 군용 표준 테스트 중 하나인 MIL-STD-810G를 통과했다. 이 테스트를 통과하려면 충격·진동·온도·습도·먼지·압력 등 자체 정해진 기준을 만족해야 된다.
17인치가 이렇게 가볍다니...
기자는 LG 그램 17을 잠깐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먼저 한 손으로 들어보니 "정말 17인치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가벼움이 느껴졌다. 1,340g이면 일반 15인치 초경량 노트북과 비슷한 수준. 동일한 크기를 가진 노트북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LG가 이 제품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17.3인치 노트북 제품들을 보면 대부분 '게이밍'을 앞세워 고성능 부품으로 채워 넣은 것들이 많다. LG 그램 17은 솔직히 그런 점에서 타 제품들 대비 부족한 면이 있다. 8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자체 내장된 그래픽 프로세서를 써야 한다. 인텔 내장 그래픽 프로세서는 성능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별명이 '그래픽 감속기'라 할 정도로 성능이 아쉽다.
하지만 다른 17인치 고성능 노트북은 별도의 외장 그래픽카드(eGPU)를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내장된 그래픽카드를 무시하고 외부 그래픽카드 장비를 인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 LG 그램 17은 그런 점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외장 그래픽카드가 인식되면 내장 그래픽이 비활성화 되는 구조여서다.
확장성도 그대로 유지한 점도 인상적이다. 확인해 보니 HDMI 단자도 그대로 있고, 타원형 모양의 USB-C 규격 단자도 좌우에 하나씩 제공된다. 직사각형 모양의 일반 USB 단자도 총 3개가 있다. 메모리카드는 여전히 마이크로 SD 규격이다. 가장 작은 것으로 블랙박스나 스마트폰에 쓰던 것과 같다.
이 외에 LG전자는 그램 투인원(2 in 1)과 다른 그램 라인업도 공개했다. 투인원은 사용 환경에 따라 노트북도 되고 태블릿도 되고 하는 등 변신이 가능한 제품이다. 여기에 펜과 유사한 입력 감각을 제공하기 위해 이 분야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는 와콤(WACOM)과 협력했다.
LG전자는 지금까지의 소비자 구매 빈도를 확인해 보니 15인치 제품이 전체 시장의 50%를 차지했다고 한다. 17인치도 기존 15인치의 연장선에 있는 노트북으로 많은 관심이 예상된다. 목표는 15·17인치 라인업이 그램 판매 비중의 60% 정도를 달성하는 것. 그들의 목표는 과연 이뤄질 수 있을지 제품 출시 이후를 주목해야 할 듯 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