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in IT] 간편송금으로 시작한 '토스', 증권시장 혁신 일으킬까

친구 휴대폰번호만 있으면 송금할 수 있다. 카카오톡 친구라면 휴대폰번호를 몰라도 송금할 수 있다.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송금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불과 3년 전만 해도 송금은 꽤 불편한 일이었다. 은행 앱을 실행하고, 공인인증서로 본인인증을 한 뒤, 친구 계좌번호를 하나씩 입력해야 했다. 친구와 점심을 먹은 한 후 밥값을 송금하기가 불편해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못 보내는 일도 있었다.

귀찮은 일의 대명사였던 송금이 '간편송금'으로 바뀐 것은 핀테크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 덕이 크다. 토스는 송금할 때마다 공인인증서를 자동으로 연동해 상대방 계좌번호를 알아서 입력한다. 또한, 주거래은행이 아님에도 일정 건수까지 무료로 손쉽게 송금할 수 있다. 혁신이란, 이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작은 것에서 시작하는 혁신
작은 것에서 시작하는 혁신

간편송금 문을 연 토스

토스가 간편송금을 시작할 수 있던 배경은 무엇일까. 매월 일정 금액의 후원금을 보내는 사회복지재단의 자동이체 후원서비스 방식을 적용했기에 가능했다. 이 기능은 자동 요금납부를 위해 개발된 은행의 자동출금 서비스로, 공인인증서 없이 송금할 수 있도록 설계한 '펌뱅킹망' 자동이체 방식을 활용했다. 펌뱅킹망은 보험이나 카드사가 자동이체로 요금을 출금할 때 주로 사용하는 금융네트워크다. 은행과 협약을 맺어 이미 개발된 금융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계좌에서 실시간으로 출금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펌뱅킹맘을 활용하는 서비스 출시 몇 년 후, 카카오와 NHN엔터 등 IT기업과 대부분의 은행사들이 잇따라 간편송금 서비스를 연달아 출시했다. 간편한 송금 기능을 앞세워 고객을 유입하고, 유입 고객을 통해 다른 금융서비스들을 용이하게 선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로 더 이상 간편송금은 특정 금융회사나 핀테크 기업의 '차별점'이 아닌 기본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자신만의 차별점을 빼앗긴 토스는 다소 억울할 수 있겠다. 하지만, 대다수 금융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혜택은 높아진 셈이다.

비바리퍼블리카 '토스'의 주요 서비스
비바리퍼블리카 '토스'의 주요 서비스

< 비바리퍼블리카 '토스'의 주요 서비스 >

금융의 새로운 도전, 혁신이 찾아올까

간편송금의 대명사 토스가 증권업 도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2017년 하반기부터 P2P투자, 해외주식, 펀드 투자 등을 선보이더니, 최근 증권사 설립 인가 신청 계획을 밝혔다. 만약 비바리퍼블리카가 증권사를 설립한다면, IBK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이 신설된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신규 증권사가 등장하는 일이다.

국내 대표적인 핀테크 서비스, 출처: 핀다
국내 대표적인 핀테크 서비스, 출처: 핀다

< 국내 대표적인 핀테크 서비스, 출처: 핀다 >

증권업에 대한 도전은 비단 토스만이 아니다. 카카오페이도 바로투자증권 인수로 증권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카카오페이 역시 증권업 라이센스를 획득하면 기존 플랫폼에서 CMA나 MMF 등 금융상품 판매를 위해 활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내 핀테크 강자들이 투자의 허들을 낮추겠다는 목표로 사용자 경험을 중시한 혁신 금융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 등장한지도 1년 반이 지났다. 계좌를 쉽게 만들고 대출 및 금융상품을 편리하게 신청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주목받았다. 다만, 산업 자본과 금융 자본을 철저히 구분하는 여전한 은산분리법의 영향으로 자본 고갈이 이어져 대출이 중단되는 등 아직 금융소비자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기존 은행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역할은 충분히 했다. '안전한 보안' 등을 이유로 혁신에 보수적이었던 은행을 조금씩 움직이게 만들었다. 실제 카카오뱅크 런칭 이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외치며, 온라인-모바일 전용 서비스와 상품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상품과 서비스를 단순히 온라인과 모바일로 옮겨온 것이 아니다. 사용자경험과 사용자 중심 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변화다. 인터넷은행 사례처럼 핀테크 업체의 증권사 설립 후 이어질 모습을 기대하는 이유다.

이유미 / 핀다 외부 필진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이데일리에 입사해 기업금융, IT, 국제부, 증권부 등을 담당했다. 2016년 카이스트 MBA 졸업하고, 2017년 여름부터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기획 및 편집 등을 담당 중이다.

정은애 / 핀다 마케팅 매니저
핀다 퍼포먼스 및 콘텐츠 마케팅 담당. 서울시립대학교 통계학과 학사.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 핀다 이유미 외부필자, 핀다 정은애 마케팅 매니저
편집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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