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발전으로 HW 한계 뛰어넘으려는 구글
[IT동아 강일용 기자] 제 아무리 소프트웨어 기술이 뛰어나도 하드웨어의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한다는 것이 그동안 IT 업계의 정설이었다. 특히 카메라 분야에서 이 이론은 철썩같이 받아들여졌다. 제 아무리 뛰어난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고성능 센서와 고급 렌즈가 없으면 좋은 사진을 얻지 못하는 것을 당연시 여겼다. 때문에 최신 소프트웨어 기술의 총아로 여겨지는 스마트폰조차 화질 경쟁 시대를 맞이해 고성능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를 여럿 탑재하기 시작했다. 앞뒤 1개씩 탑재되던 카메라가 어느새 후면에만 3~4개씩 탑재될 정도로 하드웨어 경쟁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 구글이 반기를 들었다. 자사의 소프트웨어 기술로 하드웨어의 한계를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는 선언이다. 지난 9일 구글은 미국 뉴욕에서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를 개최하고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픽셀3와 픽셀XL을 공개했다. 두 스마트폰의 가장 큰 특징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강화된 구글의 인공지능이 사진의 품질을 한층 향상시켜준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기술로 하드웨어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구글의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픽셀3는 1220만 화소 후면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다. 나쁘지 않은 하드웨어 사양이지만, 최근 불고있는 고사양 스마트폰 카메라 열풍을 감안하면 조금 빛이 바랜다. 하지만 픽셀3의 소프트웨어는 조금 특별하다. 픽셀3는 구글이 개발한 사진 인공지능을 활용해 촬영된 사진의 품질을 한 단계 향상시켜준다. 픽셀3는 여러 장의 사진을 찍은 후 이 가운데 가장 훌륭한 사진을 골라주는 탑샷(Top Shot), 디지털 줌을 사용할 경우 일어나는 노이즈와 화질 열화를 없애주는 슈퍼 레즈 줌(Super Res Zoom), 어두운 곳에서 생략되기 쉬운 사진 디테일을 복원해주는 나이트 사이트(Night Sight) 등의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얼핏 설명만 들으면 기존 스마트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기능 같지만, 실제 결과물은 하늘과 땅 차이다. 탑샷의 경우 픽셀에 탑재된 이미지 처리 칩셋인 비주얼 코어 칩을 활용해 흔들린 사진을 흔들리지 않은 상태로 복원해준다. 슈퍼 레즈 줌의 경우 광학 3~4배 줌과 대등한 수준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나이트 사이트의 경우 피사체가 선명하게 보일뿐만 아니라 어두운 곳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노이즈도 스마트폰 카메라 답지 않게 적은 편이다.
다른 제조사들은 카메라의 센서와 렌즈를 강화하고 여러 개의 카메라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돌파하는 반면, 구글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강화함으로써 한 개의 카메라만으로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행사에서 구글은 픽셀3로 찍은 사진을 현존 최고 수준의 카메라를 탑재한 것으로 평가받는 아이폰XS와 비교하는 자신감까지 보여줬다.
픽셀3와 픽셀XL은 사진을 처리하는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한 단계 발전한 음성비서 인공지능까지 탑재하고 있다. 올해 5월 개발자행사 구글 I/O를 통해 공개된 사람과 버금가는 대화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구글 듀플렉스'의 간략화된 버전이 탑재됐다. 구글의 인공지능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가 사용자 대신 식당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해줄뿐만 아니라 전화를 대신 받아주기까지 한다. 타사의 인공지능 비서는 아직 흉내내지도 못하는 독보적인 기능이다.
흥미롭게도 두 스마트폰은 구글이 자체 개발한 하드웨어 보안 칩셋인 '타이탄M'도 탑재하고 있다. 구글이 자사 서버 보안을 위해 개발한 ASIC 타이탄의 모바일 버전이다. 허가받지 않은 외부인이 하드웨어 해킹으로 스마트폰 내부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해줄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해킹도 걸러내준다. 이렇게 하드웨어 레벨에서 스마트폰에 보안 칩셋을 탑재한 것은 구글이 처음이다.
점점 발전하는 소프트웨어인 인공지능이 조용히, 하지만 점점 더 사람의 능력에 가깝게 강화되고 있다.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구글의 도전을 유심히 지켜봐야하는 이유다.
한편, 구글 픽셀3는 5.5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고, 저장공간 64GB 모델이 799달러 128GB 모델이 899달러에 판매할 예정이다. 픽셀3 XL은 6.3인치 OLED를 탑재했고 저장공간 64GB 모델이 899달러 128GB 모델이 999달러에 판매된다. 미국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XS,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 등과 경쟁할 전망이다. 국내 발매 시기는 미정이나, 기존 픽셀폰도 정식 발매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선 만나보기 힘들 전망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