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비용 높으니 가격이 높다?' 지포스 RTX, 이대로 괜찮을까?
[IT동아 강형석 기자]
"가격이 매우 높아졌다. 국내 예약판매 가격만 봐도 적게는 160만 원대, 많게는 190만 원대도 있었다. 이것이 온당한 가격 정책인지, 그리고 게임 환경 개선을 빌미로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시키는 것이 아닌지 이야기를 해달라."
"가격적인 부분은 이해가 된다.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큰 칩이다. 84억 개 트랜지스터가 들어간다. 그만큼 제조 비용이 저렴하지 않다. 쿠다(CUDA)도 처음 그랬지만 결국 제일 대표적인 GPU 언어가 되지 않았나? 가격이라는 것은 제품이 무엇인지 반영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기자의 질의에 제프리 옌(Jeffrey Yen) 엔비디아 아시아태평양 기술 마케팅 이사의 답변이다. 고가의 그래픽카드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것이 그래픽 프로세서 생산 비용의 증가. 문제는 시장의 반응이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기존과 비교해 제품 가격 상승폭이 너무 큰데 따른 저항 심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 코리아는 2018년 9월 19일, 롯데월드타워 스카이 31 컨벤션에서 지포스 미디어 브리핑을 갖고 자사의 차세대 그래픽 프로세서 '지포스(GEFORCE) RTX'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공개된 그래픽 프로세서는 총 3개(2080 Ti, 2080, 2070). 이 중 10월에 출시될 지포스 RTX 2070을 제외하면 두 제품은 9월 중에 출시되어 소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새로운 그래픽 프로세서의 핵심은 '빛'과 '인공지능'이다. 이를 위해 칩 내에는 기존과 달리 빛과 인공지능을 처리할 수 있는 RT(광원추적)코어와 텐서코어를 추가했다. 이들은 게임 성능을 높이거나 몰입감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출시 전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성능과 품질 향상을 위해 많은 것을 넣기는 했다
엔비디아 지포스 RTX에는 다양한 기술이 포함된다. 몇가지만 살펴보면 딥러닝 슈퍼샘플링(DLSS), 가변 비율 셰이딩(Variable Rate Shading), RTX 기술 등이다. 그러나 대부분 게임 개발사들이 해당 기술에 대응하지 않으면 아무 쓸모 없는 기술들이 대부분이어서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RTX 기술은 광선 추적은 물론 그래픽 데이터 처리 과정 등을 하나로 묶은 것이지만 적용 시 처리 속도 저하가 우려된다. 반면, 엔비디아는 이 부분보다 빛을 처리하게 됨으로써 현실적인 몰입감이 가능해진다라는 장점만을 부각시켰다.
엔비디아 측은 RTX 기술 자체가 차세대 개념이며 기존 자사가 언급하던 물리연산(PhysX)과 게임웍스(Gameworks)와는 다르다고 언급했다. 특히 RTX는 엔비디아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개념으로 광선 처리 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광선추적 명령어인 DXR(DirectX Ray Tracing)에 기초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제는 광선 처리가 이뤄지면서 발생하는 성능 저하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광선 처리 기술에 대한 부분을 시연했는데 중간중간 움직임이 끊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19년 출시 예정인 메트로 : 엑소더스(METRO : EXODUS) 시연에서는 RTX 기술 적용 시 움직임이 매끄럽게 처리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DLSS(Deep Learing Super Sampling)도 문제는 있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인공지능 기술을 응용한 화질 향상 기능의 일종이다. 단, 그래픽카드 스스로 처리하는 것이 아닌 기존 화면 보정 기술처럼 개발사가 추가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제공된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하므로 늘 정확한 화질 보정이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다. 계속 학습하고 이를 반영해야 되기 때문이다.
제프리 옌 기술 마케팅 이사는 "DLSS를 사용하면 성능과 품질 개선이 가능하다. 모두는 아니지만 개선은 존재한다. 이는 지포스 GTX 1080 Ti의 최대 2배 가량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품질이 저하된 상태에서 성능이 향상된다면 게이머 입장에서 납득 가능한 기술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성능 향상 지표에 있어 엔비디아는 신뢰를 심어주지 못했다. 기존에는 이전 세대와 현 세대 그래픽카드 비교를 일부 항목에 빗대어 최대 몇 % 상승이라는 기준을 내세웠지만 이번에는 처음 들어 본 RTX-OPS라는 기준을 들고 나왔다. 이는 차세대 그래픽 프로세서 처리 기준을 바탕으로 이전 세대 그래픽 프로세서가 어느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는지 알려주기 위한 지표다.
지포스 RTX 2080 Ti의 처리량은 78테라 RTX-OPS. 기존 동급 그래픽카드 대비 약 6배 이상 성능 차이를 낸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RTX-OPS는 텐서코어와 RT코어, 쿠다코어 등의 성능을 종합한 수치를 의미하는데, 기존에는 텐서/RT코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성능 차이를 극대화해서 소비자들의 선택에 혼란을 주는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저 성능이 100% 발휘되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다. 일부 RT 및 텐서코어가 활용되지 않는 게임 내에서는 두 코어는 아무 의미가 없다. 결국 쿠다코어로만 그래픽 처리가 이뤄지게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해당 기술을 활용하도록 개발사가 대응하지 않으면 그 수치도 의미가 없어진다.
제조 비용이 높으니 당연히 비싸다?
여러 기술이 탑재된 지포스 RTX 20 시리즈지만 그만큼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었다. 엔비디아 기준으로 RTX 2080 Ti는 파트너사 최저가 999달러(원화 환산 약 112만 원), 파운더스 에디션은 1,199달러(원화 환산 약 134만 원)에 책정됐다. RTX 2080은 699~799달러, RTX 2070은 499~599달러다. 예로 RTX 2080 Ti의 국내 예약판매 가격은 적게는 150만 원대 후반에서 많게는 190만 원대에 달했다. 지포스 GTX 1080 Ti의 현재 시장 가격이 100만~140만 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인상이다.
엔비디아는 큰 칩이고 제조 비용이 저렴하지 않으니 그만한 비용을 지불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그것이 우리나라 기준으로 적게는 100만 원대(2080)에서 많게는 160만 원대(2080 Ti) 이상이다. 어느 누가 크게 만들어 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단지 엔비디아의 탐욕으로 인해 칩이 커졌을 뿐이다.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지포스 RTX의 가치 대비 가격적인 부분을 고려했을 때 그들은 정말 떳떳할 수 있을까?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