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국가로] 관광 대국에서 창업 대국으로...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포르투갈의 노력
[리스본=IT동아 강일용 기자] 한국 사람들에게 포르투갈은 어떤 곳일까? 전 세계에서 손 꼽히는 관광지인 만큼 마음 속 깊은 곳에는 가보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쉽게 가볼 수 있는 땅은 아니다. 아직도 포르투갈과 한국 사이에는 그 흔한 직항 항공편조차 없다. 그만큼 멀고도 먼 사이다.
하지만 포르투갈이 한국에 미친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16세기를 전후해 포르투갈은 스페인과 함께 당대 최강의 국가 가운데 하나였다. 유럽인 최초로 인도 항로를 발견해 대항해시대를 연 '바스코 다 가마'도 포르투갈인이었다. 포르투갈 제국은 인도, 동남아시아를 넘어 일본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했다. 일본에 조총과 같은 다양한 선진문물을 수출했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은 군대를 키워 조선을 침략하기도 했다. 포르투갈인이 먹던 주식인 빵과 간식인 카스텔라 그리고 콩튀김이었던 템포라는 일본에 전래되어 빵, 카스테라, 덴뿌라가 되었고, 한국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우리가 한국어라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쓰는 빵이 바로 포르투갈에서 온 단어다.
<남유럽의 작은 국가 포르투갈은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사진은 포르투갈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베타아이(Beta-i)’에서 직원들이 근무하는 모습이다.>
17세기 이후 영국, 프랑스 등이 해외 식민지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유럽의 자그마한 국가였던 포르투갈 제국의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브라질과 아프리카 일부 식민지에서 들어오는 금과 자원을 바탕으로 간신히 나라를 꾸려나갔다. 그마저도 19세기 이후 브라질이 독립하면서 지원이 끊겼다. 그렇게 포르투갈은 유럽의 변방 국가가 되었다.
이후 왕정 폐지와 살라자르라는 독재자의 철권 통치를 거쳐 1974년 일어난 카네이션 혁명을 통해 민주화가 달성되었다. 이후 유럽연합(EU)의 일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민주화 운동인 카네이션 혁명을 기념하기 위한 4.25 대교. 카네이션 혁명이 일어난 4월 25일을 기념하기 위해 이러한 이름을
붙였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은 두 개의 대교로 남쪽 지방과 연결된다. 첫 번째는 대항해 시대를 연 바스코 다 가마를 기념하기 위한 바스코
다 가마 대교이고, 두 번째가 4.25 대교다.>
IMF 극복의 비결은 '관광 대국'
최근 포르투갈 경제는 부침이 많았다. 포르투갈은 남유럽 재정 위기의 시발점인 피그스(PIIGS,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 2011~2014년 국제통화기금(IMF)과 EU로부터 많은 재정 지원을 받아야만 했다.
체질을 개선하지 못하고 많은 문제를 일으킨 그리스와 달리 포르투갈은 다행히 반등에 성공했다. IMF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야 했던 원인은 포르투갈 정부의 2010년 포르투갈 정부의 재정적자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11.2%에 달했으나, 2016년에는 이를 2%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는 포르투갈이 민주화된 1974년 이후 가장 낮으면서, EU가 각나라에게 요구하는 재정건전성인 'GDP 대비 3% 이내의 재정 적자 유지'를 충족하는 수치다.
<한때 포르투갈과 리스본의 중심지였던 코메르시우 광장에 위치한 개선문 ‘아우구스타 아치’.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포르투갈의 관광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포르투갈이 다시 경제를 살려낼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관광 산업이다. 포르투갈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휴양지다. 리스본, 포르투 등 포르투갈의 주요 도시 역시 항구를 중심으로한 교역과 관광 산업으로 성장했다. 같은 EU 소속 국가에서온 관광객 뿐만 아니라 브라질, 앙골라 등 식민지였기 때문에 같은 포르투갈어를 쓰는 국가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오고 있다. 포르투갈이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남아메리카의 경제 대국인 브라질과 산유국인 앙골라의 도움을 꼽는 현지인들마저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리스본 남쪽에 있는 거대 예수상. 한때 식민지였던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에 있는 거대 예수상을 흉내내 만든 것이다. 리오데자네이루에 있는 것과 형태는 동일하지만 상당히 작다. 포르투갈과 브라질 사이의 역전된 관계를 상징하는 구조물이다. 실제로 포르투갈은 IMF를 극복하기 위해 과거의 식민지였던 브라질과 앙골라 등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야 했다. 브라질은 남아메리카 최대의 경제 대국이고, 앙골라는 손 꼽히는 산유국 가운데 하나다.>
포르투갈 통계청은 2016년 관광 수입은 전년 대비 10.7% 증가한 126억 8000만 유로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10년 내에서 최고 수준이다. 2016년 관광 산업은 포르투갈의 전체 GDP에서 6.9%를 차지했다.
관광 위주의 경제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포르투갈의 세 가지 전략
하지만 관광 산업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전 세계 경기가 위축되면 관광 산업에 기대는 포르투갈의 경제 구조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국가의 경제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포르투갈 정부는 세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전략은 내수 시장 활성화다. 두 번째 전략은 해외 투자 유치다. 포르투갈 정부는 고액을 투자하는 외국인이 포르투갈과 EU내에서 사업을 진행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도록 '골든 비자(Golden Visa)'를 발급하고 있다. 50만 유로 이상의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100만 유로 이상의 포르투갈 주식을 구매할 경우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쉽게 골든 비자를 받는 방법이 있다. 스타트업을 설립해 1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한 경우에도 골든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를 활용해 포르투갈은 2017년 1~2월 2개월 동안 2억 4000만 유로의 해외 자금을 끌어들였다.
<포르투갈에는 화웨이, DJI 등 많은 중국 기업이 진출한 상태다. 중국 자본은 포르투갈 시내의 많은 건물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과거
마카오를 통해 중국과 서양간의 교두보 역할을 했던 포르투갈이 이제 리스본을 통해 중국과 서양간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세 번째이자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은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다. 포르투갈의 대기업들은 주로 내수 시장에 기대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 대형 마켓이나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 중이다. 한국으로 치면 이마트와 SK텔레콤을 하나로 합친 회사가 포르투갈 최대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극히 드물다.
IMF를 극복한 후 포르투갈 정부와 민간 단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취직 대신 창업을 하도록 많은 지원을 하고 있고, 브라질 등에서도 우수 인력도 유치하고 있다. EU 국가들 가운데 손 꼽히게 저렴한 인건비를 적극 활용해 EU의 다른 국가 소속 젊은이들이 포르투갈에서 회사를 창업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또한 해외의 스타트업들이 포르투갈을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마련했다.
IT동아는 포르투갈 무역투자진흥공사(한국으로 치면 KOTRA와 같은 역할을 한다)의 초청으로 포르투갈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둘러보고 올 수 있었다. 머나먼 타국에선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어떤 스타트업이 비상을 위한 날개짓을 하고 있을까. 관광 대국이 창업 대국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총 네 편의 기사를 통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도움이 될 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