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알파7 '정조준', 니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Z 시리즈' 공개
[IT동아 강형석 기자]
"니콘 Z 시리즈는 니콘 광학 기술의 결정체라 할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 카메라다. 우리는 이 신제품을 통해 풀프레임 기반의 미러리스와 DSLR(일안반사식) 카메라 모두 제공하는 유일무이한 제조사가 됐다. 사진 애호가들과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고 나아가 시장을 공략해 나가겠다."
키타바타 히데유키 니콘이미징코리아 대표이사는 새로운 카메라와 향후 전략을 언급하며 이 같이 말했다. 니콘이 새로운 카메라에 쏟아 넣은 노력과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 동시에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도 있었다.
2018년 8월 28일, 니콘이미징코리아는 서울 롯데호텔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미러리스 카메라 'Z 시리즈'를 공개했다. 신제품은 모두 필름과 동일한 면적(풀프레임)의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것이 특징. 이를 통해 니콘은 소니, 라이카에 이어 세 번째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제조사가 되었다.
신제품은 Z6와 Z7, 2종이다. 각각 2,450만, 4,575만 화소를 담아 넣었는데, 이것만 놓고 보면 소니 알파 7(2,420만) 시리즈와 알파 7R 시리즈(4,240만)와 유사한 성격을 갖는다. 두 카메라 시장을 겨냥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니콘의 새로운 카메라에 대해 하나씩 살펴봤다.
니콘도 이제 본격적인 미러리스 카메라 제조사
미러리스 카메라는 일안반사식 카메라에 탑재되던 반사 거울과 피사체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치(뷰파인더)를 없애 크기를 줄인 형태다. 기존에는 렌즈를 통과한 빛이 반사 거울을 지나 뷰파인더로 전달되면 이를 확인하고 사진을 촬영하는 구조였다. 이를 과감히 없앤 미러리스는 단순히 본체에 달린 디스플레이를 보며 사진을 찍으면 그만이다.
니콘은 그 동안 일안반사식(SLR)에 주력해 왔다. 미러리스 카메라 라인업은 존재했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이미지 센서는 경쟁사와 비교해 아쉬움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다 지난해 자사 창립 100주년 간담회에서 새로운 카메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이후 약 1년 3개월여 만에 Z 시리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Z 시리즈의 장점은 차기 광학 시장의 흐름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렌즈와 본체가 맞물리는 마운트의 구경을 키운 것. 기존 일안반사식 카메라의 마운트 구경은 타 카메라 제조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는 곧 렌즈 설계에 있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 Z 시리즈에서는 이를 과감하게 키워 대구경 렌즈 채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대구경 렌즈를 채용하면 빛을 통과시키는 조리개도 크게 만들 수 있다. 이는 곧 밝은 조리개 값을 가진 렌즈를 제조할 여력을 남긴다. 실제로 니콘은 조리개 수치 f/0.95를 자랑하는 초점거리 58mm 렌즈, '니코르(NIKKOR) Z 58mm 녹트(Noct)'를 2019년 공개할 예정이다.
Z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니콘은 이전 미러리스 카메라 라인업인 '니콘 1 시리즈'를 더 이상 생산하지 않을 방침이다. 고큐 노부요시 니콘 영상사업부장은 "니콘 1 시리즈의 생산은 종료된 상태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예정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여기에 탑재된 센서를 활용하는 것은 차후 시장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Z 시리즈에 탑재된 풀프레임 센서를 바탕으로 한 제품군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점도 덧붙였다.
'민첩함' 강조한 Z6, '화질' 강조한 Z7
Z 시리즈, 화소가 다르다고 해서 기본적인 카메라의 외형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저 내부 사양에만 약간의 차이를 두었을 뿐이다. 이 부분은 소니의 알파 7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최근 3세대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소니는 개선된 카메라 설계를 바탕으로 화소와 일부 촬영 기능에 차이를 주면서 소비자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니콘도 Z6와 Z7을 제시한 것도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Z6는 전천후 카메라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2,450만 화소로 촬영 후 이미지 파일 용량에 대한 부담을 줄인 형태다. 하지만 가로 35.9mm, 세로 23.9mm 영역의 이미지 센서에 집적되는 화소가 적기 때문에 촬영 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만큼 야간에서의 대응 능력이 향상된다. Z6의 실제 상용 감도는 ISO 100부터 5만 1,200으로 ISO 64부터 2만 5,600까지 제공하는 Z7 대비 고감도에서 유리하다.
Z7은 상대적으로 감도 활용 범위는 조금 떨어지지만 철저하게 화질에 초점을 맞춘 설정이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감도가 높아지면 화질이 떨어지고 감도가 낮으면 선명한 화질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ISO 64를 상용 감도로 내세웠다. 화질을 중시하는 상업 시장(스튜디오)에 적합한 형태다.
잃는 것도 있다. 화소가 적다 보니 그만큼 이를 활용해 초점을 잡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다. Z6는 측거점이 273개로 493개인 Z7 대비 그 수가 적다. 이 외에 저장 용량의 다르므로 연사 속도에도 차이를 보인다. 2,450만 화소인 Z6는 최대 초당 12매, 4,575만 화소인 Z7은 최대 초당 8매 연사가 가능하다.
첫 제품이라서 나타난 아쉬움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니콘 Z 시리즈도 아쉬운 요소들이 존재한다. 성능이나 기능적인 부분이 아니라 외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고개를 내민다. 정리하자면 렌즈 구성, 저장매체 규격, 기존 니콘 주변기기에 대한 호환성 등이다.
먼저 렌즈 구성. Z 시리즈와 함께 출시되는 렌즈는 3종에 불과하다. 평범한 표준 줌렌즈(24-70mm f/4) 1개, 표준 단렌즈(35mm f/1.8, 50mm f/1.8) 2개다. 당장 부족한 렌즈는 기존 일안반사식 카메라에 쓰던 것을 어댑터로 연결해 써야 된다.
"어댑터로 기존 렌즈 호환이 가능하니 당분간 버틸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기존 니콘 카메라를 쓰던 사람이라면 모르겠으나, Z 시리즈를 처음 구매하려는 사람에게는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다양하게 써보고 싶어도 결국 기존 렌즈에 변환 어댑터를 추가로 구매해야 된다. 차후 렌즈가 추가되면 기존 렌즈를 처분하기가 곤란하다.
2019년에는 조금 더 다양한 영역의 렌즈 5종이 추가되고, 수동이지만 성능을 화끈하게 높인 58mm f/0.95 녹트가 합류하면 사정은 조금 더 나아지지만 경쟁자가 될 소니 역시 가만히 있을리 없다.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저장매체 선택도 의문이다. 니콘은 Z 시리즈에서 모두 XQD라는 매체를 선택했다. 이는 자사 최고 성능의 일안반사식 카메라에 쓰이던 것이다. 빠른 전송속도가 장점이지만 매체 가격이 높고 주류로 쓰이지 않기에 관련 주변기기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니콘은 파일 용량이 크기 때문에 속도가 빠른 XQD를 선택하게 됐다는 입장이지만 비주류 저장매체를 반길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출시 이후가 되어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구매자에게 XQD 메모리를 주는 방법도 있겠지만 확실한 해결책이라 볼 수 없다.
새로운 규격과 설계를 도입하다 보니까 기존 카메라에 쓰이던 주변기기간 호환성이 문제다. 특히 외장 조명(스트로보)이나 기타 촬영 도구들을 Z 시리즈에 어떻게 호환시키는지가 관건이다. 이는 일반 사진가보다는 사진 스튜디오나 전문 촬영가들처럼 카메라 외에도 주변기기 생태계까지 생각하는 소비자를 고려한 것이다.
9월부터 발매, 다시 불붙는 카메라 시장
니콘이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은 다시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니콘에 이어 캐논도 관련 제품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해외에서 들려오고 있어서다. 정말 출시될지 여부는 판가름하기 어렵지만 캐논까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보인다면 판이 새롭게 구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Z 시리즈는 9월 하반기 Z7을 시작으로 10월 Z6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시장 경쟁에 돌입한다. 가격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Z7이 약 370만 원, Z6가 약 250만 원대에 책정될 예정이라고. 대체로 소니 알파 7 시리즈의 가격과 비슷하다. 참고로 알파 7M3가 249만 9,000원, 7RM3가 389만 9,000원이다.
문제는 렌즈 가격이다. 출시와 함께 호흡을 맞출 렌즈 수는 3종에 불과한데 각 렌즈 가격이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 이상 가격대에 출시된다면 초기 구매에 부담이 된다. 그렇다고 기존 렌즈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기에 니콘이 새로운 렌즈에 어떤 가격표를 붙일지 여부가 중요하다. 결국 열쇠는 그들이 쥐고 있는 셈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