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산실인 줄 알았더니... 생각과는 달랐던 공유오피스
[IT동아 강일용 기자] 날씨만 핫한게 아니다. 공유오피스(코워킹스페이스) 시장도 핫하다. 지난 7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내놓은 '코워킹스페이스트렌드리포트'에 따르면 위워크, 리저스, 패스트파이브 등 공유오피스는 5월 말 기준 서울 시내에만 51개에 달한다. 2015년 1월 2개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3년 반만에 25배나 성장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이 2017년 600억 원 규모에서 매년 60%씩 성장해 2022년 77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공유오피스란 건물 전체 또는 일부를 빌려 사무공간으로 꾸민 후 이를 월 사용료를 받고 개인 또는 작은 사업자에게 다시 임대해주는 비즈니스다. 사무공간처럼 핵심 비즈니스와 밀접한 공간은 홀로 쓸 수 있지만 회의실, 카페 및 라운지(네트워킹 공간), 휴게 시설 등 핵심 비즈니스와 거리가 있는 시설은 다른 입주자와 함께 이용해야 한다. 쉽게 말해 기업을 위한 원룸이다. 원룸에 침대, 에어컨, 세탁기, 주방도구 등 개인을 위한 기초 생활 도구들이 갖춰져 있는 것처럼 공유오피스에도 기업 비즈니스를 위한 기초 사무도구 등이 모두 갖춰져 있다. 기업과 스타트업은 업무를 위한 노트북이나 PC만 들고 입주하면 된다.
<공유오피스의 대표주자인 위워크>
공유오피스가 가장 밀집한 지역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주변이다. 전체 공유 오피스의 절반 이상인 29개가 모여있다. 이는 서울 강남구에 벤처캐피털 등 스타트업 투자자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공유오피스는 점점 그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광화문(종로구), 종각(종로구), 서울역(중구), 홍대(마포구), 성수(성동구) 등 강북 주요 비즈니스 지역에도 공유오피스가 들어서고 있다.
공유오피스는 늘어나는 공실 때문에 수익률 악화에 직면한 건물주들의 시름도 줄여주고 있다.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 B동은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자리를 비운 후 마땅한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글로벌 공유오피스 업체인 위워크가 이 자리를 빌려 광화문 지점 영업을 시작함으로써 공실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공유오피스라는 사업이 처음 등장한 목적이 비어있는 도심의 대규모 오피스를 빌려 이를 작은 사업자에게 빌려줌으로써 공실율을 줄이고 도심 재생을 꾀하려는데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모든 경제활동이 도심에 집중되는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북미, 유럽 등은 기업들이 낙후된 도심을 버리고 외곽으로 떠나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공유오피스는 이렇게 비어있는 오피스를 빌려 공동화를 막고 도심을 다시 살려내는데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 모델이다.)
공유오피스는 이미 도심 오피스 임대 시장의 큰손이다. 한 번에 대규모로 오피스를 임대하기 때문에 건물주 입장에서도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위워크가 삼성역 지점을 내기 위해 지하 5층, 지상 19층 규모의 빌딩 전체를 임대하자 건물주는 이 빌딩의 이름을 일송빌딩에서 위워크빌딩으로 바꿀 정도였다. 이밖에 명동 대신파이낸스센터,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 종각 종로타워, 종각 그랑서울, 강남 메리츠타워 등 시내의 굵직굵직한 건물에도 공유오피스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공유오피스의 성장에 주목해 현대카드, 한화생명, LG서브원 등 국내 대기업들도 공유오피스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입주... 공유오피스의 네 가지 장점
공유오피스의 주고객은 유행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후반 출생한 세대)가 주축이된 스타트업과 개인사업자들이다. 국내의 공유오피스 업체인 패스트파이브의 경우 입주자 가운데 밀레니얼 세대의 비율이 71%에 달한다.
어떤 매력이 있길래 밀레니얼 세대는 공유오피스에 열광하는 것일까. 가장 큰 장점은 많은 초기 비용이 없어도 사무공간과 관련 비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 사무실을 빌리려면 연 단위로 계약하고, 인테리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등 수천만 원대에 이르는 초기 비용이 필요하다. 반면 공유오피스는 저렴한 입주 비용만 내면 바로 업무공간과 비품을 얻어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탕비실 유지를 비롯해 인터넷, 전화 등 업무에 필요한 부가 서비스도 공유오피스에서 해결해준다. 사무용 공유공간에서 지정좌석을 얻지 않을 경우 월 20만~30만 원, 지정좌석을 얻을 경우 월 40만 원 내외의 비용만 내면 된다. 월 70만 원 내외의 비용을 내면 타인과 격리된 프라이빗 오피스에 입주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장점은 확장성이다. 기업이 성장하고 구성원이 늘어나도 공유오피스에 비용만 지불하면 즉시 추가로 공간을 얻을 수 있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여기저기 이사를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없는 것이다.
세 번째 장점은 좋은 입지조건이다. 공유오피스는 강남, 역삼, 삼성, 광화문, 종각, 홍대, 성수 등 서울의 중심가에 위치해있다. 그만큼 교통편이 다양하고, 접근성도 뛰어나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도시 중심가에 사무실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공유오피스를 활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네 번째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 일하길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근무방식에 최적화된 사무공간이라는 점이다. 한 공유오피스에 입주하면 다른 곳에 위치한 공유오피스의 공유공간에서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워크 삼성역점에 사무실을 얻었더라도 광화문, 종로점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해외에 있는 위워크 지점도 이용할 수 있어 출장 등을 간 경우 편리하다. (다만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위워크 앱으로 사용 예약을 진행한 후 입장해야 한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이미 자리를 잡은 대기업이나 대기업의 사내벤처가 공유오피스에 입주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제네럴일렉트릭(GE),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등의 한국지사와 하나금융티아이 DT랩, 아모레퍼시픽 사내벤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학 기숙사만큼 엄격... 공유오피스의 네 가지 단점
하지만 공유오피스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스타트업에서 일반 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여러 업체들이 공유오피스를 떠나 일반 사무실으로 이사하는 현상이 자주 관찰되고 있다. 왜 이들은 오랜기간 공유오피스에 입주해 있지 않고 떠나는 것일까?
공유오피스의 가장 큰 단점은 생각보다 이용비용이 비싸다는 것이다. 분명 초기비용을 절감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용하면 사무실과 비품을 갖추고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을 내는 구간에 도달하게 된다. 기업 구성원이 적은 경우에는 사무실을 임대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기업 구성원이 늘어날 수록 이용 비용이 비싸져 어느 순간 사무실을 임대하는 것이 더 저렴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두 번째 단점은 사무공간 주변환경이 시끄럽고 기밀유지 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공간에서 일할 경우 다양한 방문자들 때문에 소음을 감안하고 작업을 해야 한다. 프라이빗 오피스도 층이나 두꺼운 벽으로 나눈 것이 아니라 유리 등 얇은 벽으로 나눈 것이기 때문에 회의나 통화 내용과 같이 민감한 정보가 타인에게 들릴 수도 있다.
세 번째 단점은 공유오피스 사업자가 정한 룰에 강제적으로 따라야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급한 일이 있어 야근 등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공유오피스 사업자가 8시에 전체소등 및 냉난방차단을 실시한다면 어쩔수 없이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 공유오피스 관리자들이 기업 구성원들에게 고압적으로 행동한다는 지적도 있고, 불평불만을 제기해도 잘 시정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공유오피스에 입주한 스타트업에 다니는 한 직원은 "공유오피스에 들어온 후 대학 기숙사에 다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분명 우리가 돈을 내고 입주한 손님인데 정작 공유오피스 직원들이 손님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고, 한국어 대신 영어로 문제점을 지적해야 피드백이 오는 등 불편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네 번째 단점은 공유오피스가 내세우는 네트워킹 효과가 생각보다 미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유 오피스에 입주했거나 입주하고 있는 설문자(122명) 59.8%가 "커뮤니티나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심지어 행사 소음으로 업무를 방해받고 있다, 지정좌석을 얻지 않고 공유공간에 입주한 기업인이 네트워크 행사 때문에 업무공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구석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있다 등 부정적인 평가도 함께 나왔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