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합리적인 가격의 고급 모니터, 벤큐 EW3270U
[IT동아 이상우 기자] 새로운 기술이 처음 등장한 뒤, 이 기술을 탑재하고 등장하는 제품은 기존의 제품보다 가격이 더 비싸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기술이 대중화되면 대부분의 제품이 이 기술을 탑재하게 되며 가격 역시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맞춰진다. 예를 들어 SSD는 비싸고 용량이 적은 저장장치였지만, 오늘날 등장하는 얇고 가벼운 노트북은 SSD를 기본으로 장착할 정도로 흔해졌다.
디스플레이 제품 역시 이와 같은 변화를 겪었다. 불과 4~5년 전만 하더라도 4K(UHD)가 고급 디스플레이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약간의 비용만 더하면 충분히 살 수 있는 수준이 됐다. 2~3년 전에는 HDR이라는 기술이 고급 디스플레이의 새 기준으로 자리잡았으나, 이 역시 점점 더 많은 제품에 탑재되면서 가격 역시 안정되고 있다.
벤큐가 출시한 모니터 EW3270U는 이러한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이지만, UHD 해상도와 HDR 기능을 갖춘 것은 물론, 벤큐 모니터 제품군의 장점인 시력보호 기능까지 갖췄다. 뿐만 아니라 10비트 색 심도는 물론, DCI-P3 색공간을 95%, sRGB 색공간을 100% 지원해 방송 콘텐츠 제작 등 전문 작업에도 어울리는 제품이다.
우선 UHD 해상도에 관해 얘기해보자. IT 제품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개념에 대해 많이 들어봤겠지만, 큰 관심이 없다면 '일반 모니터보다 선명하다'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모니터의 화면을 확대해서 보면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수많은 점(화소)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풀HD 모니터라면 가로 1,920개, 세로 1,080(1,920 x 1,080, 약 200만 개)로 가득 차 있다. UHD는 이 보다 4배 더 많은 화소(3,840 x 2,160, 약 800만 개) 구성된다. 즉 모니터 크기가 동일하다면 똑같은 장면을 더 작고 세밀한 화소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매끄럽고 선명하다.
HDR은 최근 동영상 콘텐츠 및 디스플레이 업계의 주요 화두이며, 이 기 술을 통해 명암의 세부적인 표현을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화면에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같이 표시한다고 했을 때, 어두운 곳을 기준으로 밝기를 맞춘 다면 밝은 곳은 완전히 하얀색으로 바뀌며 사물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밝은 곳을 기준으로 밝기를 맞추면 어두운 곳은 검은색으로 변해서 세부적인 묘사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이와 달리 HDR을 적용해 제작한 동영상을 HDR을 지원하는 모니터에서 봤을 경우 밝은 곳을 선명하게 표시하고, 어두운 곳의 세부묘사를 살릴 수 있다. 보통 모니터에서 HDR 기능을 켜고 끌 때는 모니터에 있는 조작 버튼을 눌러 화면 설정 메뉴를 열고, 색상 모드 등의 항목에서 HDR 기능을 찾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EW3270U는 버튼 하나만으로 HDR 기능을 켜고 끌 수 있어 조작이 간편하다.
벤큐 모니터 제품군의 특징은 시력 보호 기능이다. 벤큐는 오래 전부터 모니터를 오래 봤을 때 생길 수 있는 컴퓨터시각증후군에 대응해 여러 시력 보호 기능을 탑재해왔다. EW3270U 역시 이러한 기능을 탑재했으며, 이전 세대 제품보다 한 층 더 강화한 기능도 갖췄다.
대표적인 시력 보호 기능은 'B.I.플러스'다. 벤큐의 B.I.(브라이트 인텔리전스) 기능은 모니터에 부착된 조도 센서를 통해 주변 밝기를 파악하고 화면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이다. 보통 주변이 어두울 때 모니터가 지나치게 밝으면 눈이 시리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 밤중에 스마트폰 화면을 갑자기 켜면 눈이 부신 경험을 생각하면 된다. B.I. 기능은 이처럼 주변 밝기에 따라 모니터의 밝기를 적절하게 바꿔주는 기능이다.
EW3270U에 장착된 B.I.플러스는 이전 세대(B.I.)보다 한층 더 발전한 기능으로, 밝기뿐만 아니라 주변의 색온도까지 파악해 화면의 색감을 이와 유사하게 바꿔준다. 세상의 모든 빛은 색온도라는 개념을 갖고 있다. 같은 태양이라 하더라도 새벽에는 푸르스름한 느낌이, 저녁에는 불그스름한 느낌이 든다. 우리 눈은 모니터의 색감과 주변의 색감이 비슷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 B.I.플러스 기능을 활성화하면 주변의 색온도에 따라 화면의 전반적인 색감을 바꿔 눈을 편하게 해준다.
색온도를 자동으로 변경하는 기능 외에도, 사용자가 직접 따뜻한 색감으로 화면을 고정할 수 있는 '로우 블루라이트' 기능도 있다. 블루라이트란 화면에서 나오는 청색광을 말한다. 청색광은 다른 빛의 파장과 달리 직진성이 강해, 상대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망막 손상이나 안구건조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로우 블루라이트 기능은 모니터가 내보내는 빛 자체에서 청색 파장을 줄여주는 기능이다. 화면 전체에서 푸른 빛을 줄이고 주홍색이 돌게 바꿔 상대적으로 눈을 편하게 해준다.
플리커 프리 역시 시력 보호를 위한 기능이다. 일반적인 모니터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깜빡이는데, 이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이 피로해진다. 이를 플리커 현상이라고 부른다. 플리커 프리는 이러한 플리커 현상을 완전히 제거한 것으로, 장시간 모니터를 바라보더라도 눈의 피로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자신의 모니터에 플리커 현상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스마트폰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의 동영상 촬영 모드를 켜고, 셔터 속도를 빠르게 설정한 뒤 촬영하면 깜빡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전문가가 사용하기에도 어울리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 우선 색심도는 10비트로, 일반적인 모니터와 비교해 더 많은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 일반 모니터의 경우 8비트 색심도를 지원하며, 이는 화소가 1,677만 7,216가지의 색상을 단계별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와 달리 EW3270U는 10비트 색심도를 지원해, 10억 가지 이상의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확한 색상을 봐야 하는 디자이너나 영상관련 전문가에게 어울린다. 이 밖에도 앞서 말한 것처럼 sRGB 100%, DCI-P3 95% 등의 색 재현율을 갖춰, 전문 작업에 부족함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입출력단자는 HDMI 2.0, DP 1.4 등을 갖췄으며, UHD 해상도 및 HDR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본 포함된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독특한 점은 USB C형을 통한 디스플레이 입력을 지원하는 점이다. 최근 등장하는 노트북의 경우 USB C형 단자 하나에 기존의 데이터 전송 기능은 물론, 디스플레이 출력이나 충전 까지 하나로 통합한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단자 수를 최대한 줄이고, 노트북 두께를 얇게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노트북이 C형 단자를 통한 디스플레이 출력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노트북 사양에서 잘 확인해야 한다. 참고로 이 단자를 통해 충전도 가능하지만, 노트북을 사용하는 중에도 충전할 만큼의 출력이 나오지는 않는 듯하다. 필자의 경우 충전 표시 LED가 켜지는 것을 확인했으나, 사용 시 배터리가 계속 소모됐다.
벤큐 EW3270U는 UHD 해상도와 HDR, 시력 보호 기능, 전문가의 요구에 맞는 성능 등을 갖춘 제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65만 원 내외로, 아주 합리적이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본격적인 전문 작업용은 아니더라도, 사진 작업이나 동영상 제작 등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만족스럽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용'과 '보급형'이라는 말이 서로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지만, 이 제품은 '전문가를 위한 보급형 모니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