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옵테인'으로 SSD 없이 빠른 노트북들이 몰려온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하드디스크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저장공간을 갖췄지만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저장장치다. 대신 데이터를 담는 자기원반(플래터)을 모터로 돌려 이를 읽어내는 구조적 특성상 성능을 쉽게 끌어내기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고 컴퓨팅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olid State Drive), 일명 SSD가 등장했지만 가격대비 용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이 중간을 만족하기 위한 노력이 일부 있었다. 씨게이트는 SSD를 구성하는 낸드플래시를 하드디스크에 탑재한 SSHD를 공개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으며, 웨스턴디지털도 하드디스크와 SSD를 합친 형태의 제품을 선보인 바 있지만 현재 해당 라인업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 예는 하드디스크 제조사 입장에서 성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형태다. 별도로 프로세서 제조사 단계에서 물리적인 방식으로 극복하려 한 것도 존재한다. 인텔이 공개한 옵테인(Optane) 메모리가 그것. 이 기술은 SSD보다 빠른 비휘발성 메모리(낸드플래시)를 활용해 디램(DRAM)의 단점들을 극복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이는 먼 훗날의 이야기이고 현재는 시스템과 하드디스크 사이에서 느린 데이터 입출력 속도를 개선해주는 가교 역할에 충실하다.
처음 옵테인 메모리 시스템을 반기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가격이 모호했고 무엇보다 개인용 SSD가 대중화되어 있는 데스크탑 컴퓨터에서 용량과 성능을 만족시키기 위해 별도의 장비를 쓸 필요가 없었다. 모든 시스템이 아닌 7세대 코어 프로세서 기반의 시스템 이후에서 사용 가능했던 점도 약점이었다.
그러나 SSHD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다. SSHD는 입출력에 쓰이는 인터페이스 자체가 오래되어 제 성능을 낼 수 없는데다 데이터 보관을 위한 낸드플래시 공간도 적어 효과적인 성능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반면 옵테인 메모리는 고속 입출력 인터페이스를 활용하고 상대적으로 용량도 여유로워 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데스크탑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옵테인 메모리가 모바일(노트북) PC에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SSD와 하드디스크의 장점을 구현해 '용량과 성능'을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노트북 PC 제조사를 중심으로 관련 제품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8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을 중심으로 옵테인 메모리를 품고 있다. 주로 코어 i5와 i7이 대상이다. 옵테인 메모리는 사용자가 자주 쓰는 애플리케이션을 미리 학습하고 실행에 필요한 파일들을 미리 담아둔다. 차후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옵테인 메모리 내에 있는 주요 파일들을 불러와 체감 성능을 높여주는 방식이다.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330S-14IKB는 코어 i5 8250U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4GB 메모리와 호흡을 맞추도록 해놨다. 메모리 자체만 보면 일반적인 형태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여기에 옵테인 메모리를 추가해 성능을 높였다. 옵테인 메모리 자체로도 어느 정도 부족한 메모리 용량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 저장공간은 1TB 하드디스크로 옵테인 메모리를 추가함으로써 속도와 용량을 모두 제공한다.
MSI는 게이밍 노트북에 옵테인 메모리를 추가했다. GP63 레오파드 8RE는 코어 i7 8750H 프로세서와 8GB DDR4 메모리, 지포스 GTX 1060(6GB) 등을 탑재했다. 여기에 1TB 하드디스크, 16GB 옵테인 메모리를 추가한 형태. 이 역시 타 게이밍 노트북과 비교하면 사양이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새 기술로 극복하고자 한 예다.
이렇게 8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옵테인 메모리를 추가한 노트북이 하나 둘 출시가 이뤄지고 있는데, 구매 단계에서 보면 어떤 것이 일반 노트북이고 어떤 것이 옵테인 메모리가 탑재된 제품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인텔은 노트북에 부착되는 스티커에 변화를 줬다. 일반 노트북에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하면 'Intel CORE iX(숫자) 8th Gen'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스티커가 부착되는데, 옵테인 메모리가 있다면 숫자 뒤어 '플러스'를 상징하는 +가 추가되고 스티커 색상 역시 파란색으로 바뀐다.
용량과 성능을 모두 확보하려는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SSD와 하드디스크 모두 장착 가능한 지금 환경에서 두 제품 모두 용량이 넉넉하다면 좋겠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을 수 밖에 없다. 여전히 중저가 노트북의 SSD 저장공간이 120GB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
하지만 옵테인 메모리와 하드디스크를 조합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120GB 용량 SSD와 비슷해도 1TB 용량의 공간을 빠른 속도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격은 옵테인 메모리가 추가되기에 그만큼 상승하지만 대용량 공간 활용도가 높아진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다양한 형태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점은 환영할 부분이지 않을까.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