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은 줄이고 성능은 그대로, AMD 페넘II X6 1055T 95W
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때, 우수한 PC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미덕은 역시 ‘성능’이다. 보다 빨리, 그리고 많이 데이터를 처리할수록 좋은 PC라는 의미다. 이는 1946년에 최초의 컴퓨터인 ‘에니악(ENIAC)’이 등장할 때부터 최근까지 거의 변함없는 진리라고 여겨져 왔다.
다만, PC의 성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면서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하던 ‘복병’이 나타나 ‘좋은 PC = 고성능 PC’라는 진리가 조금씩 의심을 사기 시작했다. 그 복병이란 다름이 아닌 ‘발열’과 ‘소음’이었다. PC를 구성하는 주요 장치, 즉, CPU나 그래픽카드, 메모리 등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이들이 소모하는 전력량 역시 급격하게 올라갔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열 역시 심해졌기 때문이다.
전자 부품은 고열에 취약하기 때문에 이를 신속하게 식혀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지 PC 안에는 여러 개의 쿨러(Cooler: 냉각 장치)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특히, 요즘 나오는 PC에는 최소 3~4개, 많으면 5~6개의 쿨러가 설치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쿨러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냉각 팬(Fan: 바람개비)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냉각 성능을 높이기 위해 많은 쿨러를 달수록, 혹은 더 빨리 회전하는 쿨러를 달수록 소음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점이다.
성능이 아무리 좋더라도 뜨겁고 시끄러운 PC는 아무래도 사용자에게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를 준다. 때문에 최근의 PC 업계에서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받아들여 고성능과 저전력, 그리고 저발열과 저소음을 함께 추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번에 소개할 AMD의 페넘II X6 1055T CPU(개발 코드명: 투반)의 저전력 버전이다. 본래 페넘II X6 1055T는 지난 4월에 처음 소개된 제품으로서, 6개의 코어를 갖춰 성능 면에서는 만족스러웠지만, 소비 전력이 125W(와트)에 이르렀기 때문에 발열 및 소음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8월에 새로 출시된 같은 이름의 신제품은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비 전력을 95W로 낮추고 발열 및 소음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새로이 태어난 AMD의 6코어 CPU의 면모를 살펴보도록 하자.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쿨러
페넘II X6 1055T 저전력 버전은 일단 CPU 자체의 외관상으로는 기존 버전과 차이가 없다. 자세히 살펴보아도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다. 다만, 함께 제공되는 쿨러의 형태가 다르고 제품 상자의 우측 상단에 ‘New Low Noise(신형 저소음)’ 스티커가 붙어 있어 다른 제품임을 알게 할 따름이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라면 역시 쿨러다. 기존 버전에 제공되던 쿨러와 냉각팬의 직경(60mm)은 같지만, 나머지 부분은 다소 차이가 있다. 기존 제품은 얇은 알루미늄 판이 조합된 형태의 방열판의 중간에 열전도율이 높은 구리 재질의 히트파이프가 통과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저전력 버전의 것은 통짜 형태의 알루미늄 방열판이며, 히트파이프가 없고, 구리 재질은 CPU가 맞닿은 부분에만 쓰였다. 언뜻 보아서는 기존 버전의 쿨러가 조금 더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 성능을 보아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므로 이 부분은 유보해 두도록 하자.
CPU 장착 방법은 다른 AMD CPU와 완전히 동일하다. AM3 규격의 소켓을 가진 메인보드에 사용하며, 소켓 레버를 당기고 CPU를 장착한 뒤 다시 레버를 닫는다. 그리고 2개의 지지대를 가진 쿨러를 바로 위에 장착하고 냉각팬 전원을 메인보드에 연결하면 설치는 끝난다.
설계 전력을 제외하면 기존 버전과 동일한 사양
페넘II X6 1055T 저전력 버전의 대략적인 사양을 살펴보면, 6개의 코어에 2.8GHz의 클럭(Clock: 동작속도), 그리고 6MB의 L3 캐시(cash: CPU 내부의 임시 저장공간) 등, 기존 버전과 완전히 동일한 것을 알 수 있다. 단지 설계 전력만 125W에서 95W로 낮아졌을 뿐이다. 대부분의 CPU는 전력 소비가 적을수록 성능 역시 낮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페넘II X6 1055T 저전력 버전은 그렇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한 번 대략적인 성능 체크는 필요한 법. 기가바이트 GA-MA770T-US3 메인보드와 라데온 HD 5670 그래픽카드, 그리고 4GB DDR3 메모리로 구성된 시스템에 페넘II X6 1055T의 저전력 버전과 기존 버전을 번갈아 장착해가며 성능을 시험해 보았다.
일단은 윈도우 7에서 제공되는 ‘윈도우 체험지수’의 ‘프로세서’ 부분을 살펴보았는데, 양쪽 모두 ‘7.4’로 동일했다. 그리고 PC의 전반적인 그래픽 구동 성능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3DMark Vantage’의 테스트 결과, 저전력 버전은 6,150, 기존 버전은 6,159점으로 측정되었는데, 이 정도면 거의 오차 범위 수준이니 두 CPU가 성능적으로는 동일한 것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듯하다.
페넘II X6 1055T 기존 버전의 성능에 대해서는 이전 리뷰기사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니 이를 참고하도록 하고 이번 기사에서는 전력 소모 및 소음 등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소비 전력 및 대략적인 전기 요금 차이에 대해
PC에서 소비되는 전력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기 위해 마이크로닉스 사의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인 ‘파워 워처’를 사용했다. 이 파워서플라이는 후면에 현재 PC에서 사용되는 전력량을 표시해주는 디스플레이 창을 갖추고 있어 쉽게 전력 소모량을 확인할 수 있다. 요즘 나오는 CPU는 현재 실행 중인 작업에 따라 전력 소모가 달라지므로 소비 전력 측정 역시 유휴 상태와 과부하 상태로 나누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단은 PC를 켜고 윈도우 7을 부팅한 후, 5분 정도 지난 유휴 상태에서의 전력 소모량을 체크했다.
측정 결과, 저전력 버전을 사용한 PC는 55~60W 정도, 기존 버전을 사용한 PC는 60~65W 정도의 전력을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버전의 설계 전력은 제법 차이가 나지만, 고성능이 필요하지 않은 작업에서의 전력 소모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에는 의도적으로 PC에 부하가 걸리는 작업을 하게 한 후 소비 전력을 측정해 보았다. PC 성능 측정 프로그램인 3DMark Vantage를 구동하여 고사양 게임이나 그래픽 작업을 하는 경우와 유사한 상황을 연출한 후, 가장 큰 부하가 걸리는 순간의 소비 전력을 체크했다.
측정 결과, 저전력 버전을 사용한 PC는 110W 근처의 전력을 소모했으나 기존 버전을 사용한 PC는 140W 근처까지 소비 전력이 높아졌다. 테스트에 사용한 2종류의 PC는 CPU 외의 다른 사양이 동일하므로 이러한 차이는 곧 CPU의 소비전력 차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참고로, 이 정도의 소비 전력 차이에도 3DMark Vantage 성능 점수는 거의 같았다.
그렇다면 이 정도의 소비 전력 차이라면 전기요금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날까? 한국전력공사가 홈페이지(http://cyber.kepco.co.kr/)에서 서비스 중인 가상 전기 요금 계산기를 이용, 하루에 유휴 상태에서 3시간, 과부하 상태에서 2시간씩 총 5시간 동안 PC를 이용한다는 설정 하에 ‘주택용 저압’ 용도의 한 달 전기 요금을 계산해 보았다.
계산 결과, 저전력 버전을 사용한 PC는 1,180원, 기존 버전을 사용한 PC는 1,320원 정도의 월 전기요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형태의 종류, 혹은 총 전력 사용량에 따라 요금 단위가 다르게 계산되는 누진세의 적용 여부 등까지 고려해 본다면 실제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만 아무튼 이 정도의 소비 전력 차이로 전기요금이 눈에 띄게 절감되기를 바라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온도와 쿨러 소음의 차이에 대해
소비 전력이 낮아졌다면 당연히 발열 또한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시스템 상태 측정 소프트웨어인 ‘Hardware Monitor’를 이용, 윈도우 7 부팅 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유휴상태와 3DMark Vantage를 가동해 부하를 준 상태에의 온도를 측정하여 양쪽 CPU의 온도를 비교해 보았다.
측정 결과, 저전력 버전의 페넘II X6 1055T는 유휴 상태에서의 온도가 섭씨 23°C 정도, 과부하 상태에서는 섭씨 46°C 정도였으나, 기존 버전의 페넘II X6 1055T는 유휴 상태에서는 섭씨 31°C, 과부하 상태에서는 섭씨 62°C까지 CPU 온도가 상승했다(다만, 이는 완성된 PC가 아닌, 케이스가 없는 누드(Nude)상태의 PC에서 측정한 결과이므로 실제 PC에서는 이보다 약간 더 높은 온도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CPU 온도가 다르다면 쿨러의 소음도 달라질 수 있다. 양 버전의 쿨러 모두 CPU 온도에 따라 냉각팬의 회전 속도가 달라지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번 테스트 역시 유휴 상태와 과부하 상태로 나누어 소음측정기로 쿨러 소음을 측정했다. 일단은 유휴상태에서의 소음부터 살펴보자.
유휴 상태에서의 소음은 양쪽 모두 55데시벨 근처로 비슷했다. 이 정도면 환경부가 정한 소음 환경 기준에서 ‘일반주거지역(주간)’ 정도의 소음 수준으로 상당히 정숙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과부하 상태에서의 소음을 측정해 보자.
과부하 상태에서의 소음은 저전력 버전의 경우 60데시벨 정도, 기존 버전의 경우는 75데시벨 정도로 측정되어 제법 차이가 있었다. 환경부 소음 환경 기준으로 도로변 주거지역(주간)이 65데시벨, 도로변 공업지역(주간)이 75데시벨이니 저전력 버전의 경우는 그나마 조용한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기존 버전은 제법 소음이 큰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저전력 버전의 페넘II X6 1055T가 기존 버전의 성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정도까지 소음을 낮춘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AMD의 발 빠른 대응 칭찬받을 만
2010년 4월에 첫 출시된 AMD 페넘II X6 1055T는 성능적으로는 우수했지만, 전력소모와 발열, 그리고 소음에 대해서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AMD에서 이러한 소비자들의 움직임을 비교적 빨리 간파하여 초기 제품의 단점을 개선한 새로운 버전의 제품을 개발 / 출시한 것은 상당히 칭찬받을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 하여 기존의 페넘II X6 1055T(125W)를 사용하던 소비자들까지 새로 나온 저전력 버전 페넘II X6 1055T(95W)로 바꿀 필요까지는 없다. 성능적으로는 기존 버전과 동일한데다가, CPU만 저전력 버전으로 바꾸었다 하여 획기적인 전기요금 절감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들은 차라리 쿨러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저소음 제품으로 바꾸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하지만 새로이 페넘II X6 PC를 장만하고자 하는 소비자라면 당연히 저전력 버전의 페넘II X6 1055T(95W)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현재(2010년 8월), 시장에는 기존 버전과 저전력 버전이 함께 팔리고 있으며, 가격도 거의 같으므로 구매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 점을 신중히 체크해야 할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