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 세상 노트북이 아니다' 에이수스 ROG G703
[IT동아 강형석 기자] '괴물'이라는 말은 상식을 뛰어넘는 존재를 빗대어 설명할 때 많이 쓰인다. PC 시장도 마찬가지로 가장 압도적인 성능 또는 사양을 갖췄을 때 괴물 같다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지금 소개하려는 이 제품은 괴물 그 이상의 사양과 성능을 자랑한다. 덩치도 상당하다. 바로 에이수스의 게이밍 노트북, ROG G703 키메라(Chimera)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인텔은 고성능 모바일 PC 시장을 겨냥한 코어 i9 시리즈 프로세서를 공개한 바 있다. 고성능을 요하는 게이밍 및 워크스테이션이 그 대상이다. 데스크탑 8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와 동일한 6코어가 제공되고 하이퍼쓰레딩 기술을 더하면 마치 12개 코어가 한 몸처럼 작동하는 구조다.
이 노트북에는 그 중에서 최고인 8950HK을 탑재했다. 여기에 노트북 그래픽 프로세서 중 최고 라인업인 지포스 GTX 1080도 과감히 넣었다. 메모리도 64GB, 저장장치도 SSD 1.5TB와 2TB 용량의 SSHD등으로 구성했다. 17.3인치 풀HD 해상도 디스플레이는 144Hz 주사율에 엔비디아 지싱크 기술까지 더했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괴물'이라 부르기에 손색 없어 보인다.
아... 크고 아름다워라
정말 크고 아름답다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풍채와 디자인이 눈에 띈다. 외형적인 부분은 과거 수냉식 노트북으로 주목 받았던 ROG GX700 라인업과 매우 유사하다. 대신 상단부 캐릭터 라인이 최근 출시되고 있는 ROG 노트북의 흐름을 따른다는 점만 다르다. 기존에는 마치 고성능 자동차의 보닛처럼 좌우에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라인이 있었다면 지금은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라인으로 독특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노트북 자체는 17.3인치로 결코 작은 크기가 아니다. 실제로 봐도 휴대하기가 벅차다는 인상을 줄 정도의 크기를 자랑한다. 가로 42.5cm, 세로 31.9cm에 달하고 두께가 4.75~5.1cm에 달한다. 무게도 무려 4.7kg 가량이어서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에 초점을 둬야지 '휴대'가 가능하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경우, 사용자 입장에서 실망할 여지가 있으니 참고하자.
크기 대비 무게가 상당한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일단 프로세서가 인텔 코어 i9 8950HK를 썼으며 그래픽카드도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80이다. 어줍잖은 이름만 1080인 맥스-큐(Max-Q)가 아니라 정말 데스크탑에 쓰는 그것 그대로 집어 넣었다. 사양만 보면 동급 데스크탑 PC가 부럽지 않은 수준의 사양이다. 그만큼 작은 크기에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성능 냉각 솔루션을 탑재하는데 대부분의 무게를 할애했다고 보면 되겠다.
덩치가 크다 보니까 확장성도 충분하다. 일단 확장 단자는 기기의 양쪽 측면과 후면부에 각각 제공된다. 먼저 후면에는 두 개의 전원 단자와 미니-DP(디스플레이 포트), HDMI 등 영상 출력 단자에 집중했다. 흥미롭게도 전원 단자가 2개가 있는데 이는 별도의 장치를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어댑터는 어느 단자에 꽂아도 사용하는데 문제 없었다.
양쪽 측면에는 USB 3.1 단자 3개, USB-C 규격 단자 1개가 각각 제공된다. 스테레오 입출력 단자가 각각 1개씩 제공되며 RJ-45 규격의 유선 네트워크 단자도 갖췄다. SD 카드 리더기도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 가능하다.
후면을 보면 흡사 고성능 스포츠카의 뒷모습을 보는 느낌이 든다. 큼직한 통풍구가 좌우로 배치되어 있고 이를 대각선 방향의 그릴을 통해 멋을 살렸다. 한쪽은 프로세서, 다른 한 쪽은 그래픽카드의 열을 배출하는 구조다. 후면에는 제품명 키메라(Chimera)가 표시되어 있고, 게이머 공화국(Republic of Gamers) 문구가 잘 보이도록 만들어져 있다. 마치 차량의 레터링을 보는 듯 하다.
성능이 제법 높지만 크기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발열 설계가 중요하다. 에이수스는 여기에 방진 냉각(ADC – Anti-Dust Cooling) 설계를 적용, 성능을 확보했다. 이 시스템은 2개의 방진 터널로 구성된 원심 냉각팬을 배치한 것을 기본으로 한다. 내부에는 순환 경로에 유입되는 모든 이물질에 원심력을 가해 중앙에서 이물질을 제거, 냉각팬 수명을 높이고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도록 유도한다.
냉각팬 전압은 12V로 흔히 쓰는 5V 냉각팬 대비 빠르게 회전하도록 설계됐다. 에이수스 측 자료에 따르면 20% 더 빠르게 돌면서 공기 유량은 40% 높이고 공기압은 92% 증가됐다고. 이 외에 방열핀을 촘촘하게 배치해 공기 면적을 확대했고, 온도에 따라 냉각팬 회전 속도를 높여 발열을 억제하는 오버부스트(Overboost) 기능도 제공한다.
상단 덮개를 펼치면 큼직한 디스플레이와 알차게 들어찬 키보드/터치패드가 눈 앞에 나타난다. 덩치가 큰 만큼이나 활용 면적도 넓고 자연스레 편의성을 구현할 여지가 많아진다. 노트북은 17.3인치 규격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1,920 x 1,080이다. 흔히 말하는 풀HD 규격이다. 제품 크기 및 가격 등을 고려하면 QHD(2,560 x 1,440)나 UHD(3,840 x 2,160) 등을 채택했다면 낫지 않았나 생각도 들지만 게이밍 환경에서 최적의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면 수긍이 되는 사양이다. 이 제품에는 엔비디아 지싱크(G-SYNC) 가변 주사율 기술이 적용돼 있기 때문이다.
지싱크 기술은 모니터와 그래픽 프로세서가 상호 연동을 통해 화면 부하에 따라 주사율을 실시간으로 변동, 자연스러운 화면을 그려낸다.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언제든 자연스러운 화면을 볼 수 있어 높은 게이밍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다. 최적의 화면을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은 30 프레임에서 100 프레임 내외다.
17.3인치 규격 노트북인지라 키보드는 데스크탑 수준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풀사이즈 규격이 적용됐다. 여기에서 풀사이즈라고 함은 우측에 별도의 숫자 키패드가 제공되는 형태를 말한다. 자주 쓰지 않는 사람에게 큰 의미 없지만 의외로 사용처가 많기 때문에 선호하는 이 또한 존재한다.
키보드는 RGB LED 조명을 붙여 화려함을 뽐낸다. 이는 함께 제공되는 소프트웨어(게이밍 센터) 내에서 조절 가능하다. 키 간격은 여유로워서 오타가 많이 나지 않으며, 높이가 2.5mm 가량이어서 키보드를 다루는 맛이 제법 있다. 기계식까지는 아니지만 조용하면서도 쫀득한 느낌이 살아 있다. 여기에 0.3mm 곡선형 키캡은 손가락에 부담을 줄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키보드 배치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우측 컨트롤(CTRL) 키가 크다는 점. 바로 위에 있는 시프트 키와 동일한 크기여서 자칫 시프트 키를 누르려다가 컨트롤 키를 누르는 경우가 많다. 해당 제품은 영문 키보드이기에 실제 한글 각인과 키보드 디자인이 적용되면 바뀔 수 있으니 참고하자.
단축키는 상단에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음량을 조절하거나 마이크를 활성화하고 게임 화면을 녹화하는 등의 기능이 모두 모여 있다. 무엇보다 엑스박스 연동을 위한 버튼이 따로 있는 것이 흥미롭다. 버튼을 누르면 엑스박스 게임 바를 작동하고 엑스박스 라이브에 접속 가능한 상태가 된다. 윈도우 10 운영체제 내에서는 엑스박스 게임도 일부 제공하므로 게임이 있다면 어느 정도 활용 가치가 있어 보인다.
최고의 부품들로 구현한 괴물 같은 성능
에이수스 ROG G703의 성능을 확인해 볼 차례. 17.3인치 게이밍 노트북에서 어느 수준의 성능을 뿜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측정을 위해 간단한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와 게임 등을 실행해 봤다.
노트북에 탑재된 프로세서. 인텔 코어 i9 8950HK로 코드명 커피레이크(Coffee Lake). 현재 주력으로 운영 중인 8세대 코어 프로세서 기반이다. 일반적으로 데스크탑 프로세서용 코어 i9 라인업은 초고성능 데스크탑 프로세서(HEDT)인 X-시리즈가 중심이지만 노트북(모바일)용은 이번에 새롭게 추가되어 운영되고 있다. X-시리즈는 아니지만 낮은 열설계전력(TDP)에 높은 성능을 구현한 점이 특징. 메모리는 DDR4 2,800MHz 64GB로 구성돼 있다.
실제로 이 프로세서는 데스크탑과 마찬가지로 6코어 구성을 가지고, 가상 쓰레드 처리 구현 기술인 하이퍼쓰레딩(Hyper-Threading) 기술이 더해졌다. 작동속도만 2.9GHz(데스크탑은 3.7GHz)로 낮춰진 상태다. 대신 특정 환경에 따라 속도를 높여 처리 성능을 개선하는 터보부스트 기술은 4.8GHz로 데스크탑 대비 100MHz 빠르다. 이 사양은 노트북은 물론 동급 데스크탑 PC와 비교해도 전혀 아쉽지 않은 성능을 구현하는데 도움을 준다.
테스트를 위해 PC 성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벤치마크 애플리케이션 PC마크 10을 실행해 봤다. 측정 후 세부 항목을 보니 대부분 애플리케이션 작동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기민하다. 비디오 재생/변환 실력도 안정적이며 생산성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없는 수준이다. 어지간한 문서 관련 작업 실행은 1~2초 혹은 그 이내에 마무리될 정도로 빠릿하다.
그래픽카드 구성도 기대를 충족한다. 이 노트북에는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80이 탑재되어 있는데, 데스크탑 사양과 거의 동일하다 해도
무방할 정도. 일부는 맥스-큐(MAX-Q) 디자인이라고 해서 같은 전력 소모와 발열을 낮춘 것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만큼 성능은 떨어지게
되므로 같은 1080이라 해도 체감상 성능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큼직한 덩치 만큼, 완전한 사양의 GTX 1080을 사용함으로써 최고 수준의 게이밍 체험이 가능해졌다. 데스크탑에서는 GTX 1080 Ti나 타이탄 등 고사양 라인업을 택할 수도 있겠지만 노트북에서는 해당 제품군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정도면 최고 수준의 성능이라 봐도 되겠다.
게이밍 성능을 가늠하는 벤치마크 애플리케이션 3D마크(파이어 스트라이크 익스트림)를 실행해 보니 어지간한 동급 데스크탑 그래픽카드 수준의 성능을 뿜어낸다. 세부 항목을 봐도 그래픽 테스트가 초당 36~54매 움직임을 그려낼 정도이며, 종합 처리 능력도 초당 22매 움직임 가량을 보여준다.
해당 테스트는 QHD 해상도를 가정해 이뤄진 것인데, 만약 풀HD 해상도 영역에서 진행했다면 아무 무리 없이 부드러운 모습을 그려낼 정도의 성능이다. 참고로 이 노트북의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익스트림)의 총점은 9,582점이다. 동일한 애플리케이션에서 GM501(코어 i7 8750H, 지포스 GTX 1070)로 테스트를 진행하니 총점 7,473점을 기록했다.
에이수스 ROG G703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반응 속도가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빠른 저장장치를 사용했으니 가능한 것. 사양을 확인해 보니 하나는 단순히 인텔 레이드(RAID) 0, 다른 하나는 시게이트 파이어쿠다 2TB였다. 레이드 0이면 저장장치 2개 이상을 하나로 동기화 했음을 의미한다. 그 용량은 약 1.5TB(실제 약 1.3TB 가량).
테스트를 위해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를 실행하니 엄청난 성능이 나왔다. 순차 읽기가 초당 8.1GB, 쓰기가 초당 2.1GB 가량이 나왔다. 여러 장치를 하나로 묶어 성능을 높이는 구조이기에 나온 수치지만 높은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부품을 사용했는지 여부가 참 궁금했다.
확인한 결과, SSD 3개를 레이드 0으로 구성했다. 하나는 삼성 SM961 512GB, 나머지 2개는 인텔 760p SSD다. 용량은 동일한 512GB. 이것만 보더라도 에이수스 ROG G703이 어떤 방향으로 완성시키고자 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세 부품의 가격만 해도 상당한 수준이다.
좋은 것은 다 넣은 듯한 에이수스 ROG G703. 실제 게이밍 성능을 확인하고자 배틀그라운드를 실행했다. 모든 그래픽 옵션을 최고인 울트라에 설정하고 게임을 즐기니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부드러운 게임 화면을 보여준다. 사양 자체도 뛰어나지만 시스템의 부하 상태에 따라 모니터 주사율이 바뀌는 지싱크 기술이 더해지면서 시종일관 자연스러운 게임 몰입이 가능했다.
평균적으로 해당 사양으로는 최저 95, 최대 110 프레임 가량의 성능을 유지해 준다. 1초에 이미지가 95~110매가 그려지는 환경이다. 일반적으로 초당 60매 이상의 움직임이면 자연스러운 게임 몰입이 가능하다고 평한다. 여기에서는 그 이상이니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지싱크 외에도 모니터 주사율이 최대 초당 144번 깜박이는 사양(144Hz)이기에 가능했다.
흥미로운 점은 노트북이 배터리 모드로 작동할 경우, 움직임은 무조건 30 프레임으로 고정된다는 것이다. 사양은 높아서 30 프레임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지만 그 이상으로 올라가지도 않기 때문에 야외에서 전원 없이 잠깐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이라면 미리 인지해 둘 필요가 있겠다.
최고의 성능, 부담스러운 가격
에이수스 ROG G703의 성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모바일 코어 i9 8950HK 프로세서, 64GB DDR4 메모리, RAID 0으로 구성된 1.5TB NVMe SSD, 지포스 GTX 1080 그래픽카드 등 무엇 하나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 가히 최고 수준의 사양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저장장치는 일반 사용자는 물론 어지간한 고성능을 추구하는 게이머도 꿈꾸기 어려운 구성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노트북의 가격을 고려하면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 제품은 온라인 최저가 기준으로 589만 원대에 육박한다. 에이수스 코리아가 제안한 공식 가격은 599만 원이다. 이동성을 포기하고 데스크탑 PC를 구성한다고 가정하면 코어 X-시리즈 프로세서에 비슷한 부품 구성이 가능할 정도의 비용이다. 동시에 어지간한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 2대 가량을 구매할 수도 있는 수준의 가격이기도 하다.
결국 다수의 판매를 위한 것이 아니라, 에이수스의 노트북 설계 기술과 게이밍 노트북 브랜드로써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라인업 같은 인상이 강하게 든다. 그렇다면 이 제품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다. 말 그대로 '괴물' 같은 성능을 구현해 냈기 때문이다. 마치 이 세상 노트북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