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세대 라이젠과 함께 온 SSD+HDD 통합기술, '스토어미'
[IT동아 김영우 기자] IT동아는 지난 달, AMD 2세대 라이젠(Ryzen) 프로세서(라이젠5 2600X, 라이젠7 2700X 모델, 코드명 피나클릿지)의 특징과 성능을 소개하는 리뷰 기사를 제공한 바 있다. 2세대 라이젠은 전작에서 이용했던 젠(ZEN) 아키텍처를 한층 다듬은 젠+ 아키텍처, 그리고 한층 미세화 된 12nm 제조공정을 적용했다. 테스트 결과, 기대 이상의 성능 향상을 달성한 점을 확인했다. 인텔 8세대 코어와의 경쟁은 한층 격렬해 질 것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2세대 라이젠 시리즈의 또 다른 모델인 라이젠5 2600과 라이젠7 2700 제품을 이용, 성능을 확인해보자. 이와 함께, 2세대 라이젠과 같은 시기에 함께 발표된 저장장치 효율성 향상 기술인 '스토어미(StoreMi)'의 면모도 살펴보자.
실속 더한 고성능, 라이젠5 2600과 라이젠7 2700
라이젠5 2600과 라이젠7 2700은 비슷한 모델명의 라이젠5 2600X, 라이젠7 2700X와 근본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은 모델이다. 코어(물리적 코어) 및 쓰레드(논리적 코어)의 수가 같고(라이젠 5는 6코어 12쓰레드, 라이젠7은 8코어 16쓰레드), 캐시 메모리(임시 저장소)의 용량 역시 동일하다(2차 캐시는 코어 당 512KB, 3차 캐시는 총 16MB).
대신 X 시리즈가 클럭 속도가 모델 별로 200~500MHz 정도씩 더 높으며, 소비 전력의 기준이 되는 TDP(열 설계전력) 역시 30~40W씩 더 높다. 그리고 쿨러 역시 X시리즈가 좀 더 상위 제품이 동봉된다. 하지만 가격 역시 3만원 정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격대비 성능 자체는 라이젠5 2600이나 라이젠7 2700이 더 유리한 셈이다. 오버클러킹 기능 역시 동일하게 지원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역량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서는 한층 실속 있게 고성능 시스템을 꾸릴 수 있는 것이 라이젠5 2600과 라이젠7 2700의 매력이다.
라이젠5 2600에는 높은 정숙성이 특징인 레이스 스텔스(Wraith Stealth) 쿨러가, 라이젠7 2700에는 냉각팬을 중심으로 원형 LED를 품은 레이스 스파이어 LED(Wraith Spire LED) 쿨러가 제공된다. 특히 레이스 스파이어 LED 쿨러의 경우, 요즘 출시되는 신형 메인보드의 LED 전용 헤더와 케이블로 연결하면 사용자의 설정에 따라 다양한 컬러와 패턴으로 빛나게 할 수 있다.
2세대 라이젠에 대한 자세한 성능 분석은 지난 리뷰 기사(http://it.donga.com/27644/)에서 다룬 바 있어 이번에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이용한 간단한 성능 테스트만 해봤다. 예상대로 종합 성능은 라이젠7 2700X > 라이젠7 2700 > 라이젠5 2600X > 라이젠5 2600 순이다.
눈에 띄는 점이라면, 씨네벤치 테스트 등에서 측정한 코어 1개당 성능은 라이젠5 제품군이 라이젠7와 거의 대등하거나 오히려 약간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라이젠5가 라이젠7에 비해 코어의 수는 적어도 동작 클럭 면에서는 떨어지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수의 코어를 쓰지 않는 작업(이를테면 게임 구동)을 할 때는 라이젠5 제품군을 선택하는 것이 비용대비 효율 면에선 더 나을 수도 있겠다.
SSD와 HDD를 통합하는 스토어미 기술 지원, 400 시리즈 메인보드
2세대 라이젠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메인보드 호환성이다. 1세대 라이젠과 동일한 AM4 규격의 소켓에 꽂아 쓰므로, 1세대 라이젠에서 쓰던 AMD 300 시리즈 메인보드(A320, B350, X370 등)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이미 300 시리즈 메인보드는 다양한 모델이 출시된 상태라 선택이 폭이 넓으며, 라이젠 1세대 시스템을 쓰던 사용자가 손쉽게 2세대 제품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도 AMD는 2세대 라이젠의 출시와 같은 시기에 신형 메인보드 칩셋인 AMD X470을 선보였다. 이후에도 다른 400 시리즈 메인보드가 출시될 예정이다. X470은 고급 사용자를 위한 하이앤드급 메인보드로, 기본적인 사양은 전작인 X370 메인보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점이 있다면 400 시리즈 메인보드에서 새로 추가된 'AMD 스토어미(StoreMI)' 기술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는 간단히 말해 SSD와 HDD를 하나의 드라이브로 통합해 속도와 용량을 동시에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이를 적용하면 사용자가 자주 이용하는 파일은 SSD로, 사용 빈도가 떨어지는 파일은 HDD로 자동 저장된다. 속도는 빠르지만 용량이 적고 가격이 비싼 SSD, 용량이 크고 저렴하지만 속도는 느린 HDD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는 기술이라고 AMD는 강조하고 있다.
옵테인 메모리, SSHD와의 차이점은?
AMD 스토어미 기술은 400 시리즈 메인보드만 있으면 쓸 수 있으며, 저장장치 역시 일반적인 SSD와 HDD를 이용한다. 프로세서의 경우는 2세대 라이젠 뿐 아니라 1세대 라이젠이라도 이용이 가능하다. AMD 홈페이지에서 무료 다운로드 가능한 AMD 스토어미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드라이브를 설정하고 본격적인 이용이 가능하다.
참고로 인텔에서 이와 유사한 원리의 옵테인 메모리(Optane Memory)라는 기술이 이미 나온 바 있다. 이는 7세대 코어 이상의 프로세서 및 인텔 200 시리즈 이상의 메인보드에서 쓸 수 있다. 다만, 옵테인 메모리의 경우는 일반 SSD 대신 전용의 옵테인 메모리 모듈을 이용하는 점이 AMD 스토어미와 다르다. 옵테인 메모리 모듈은 32GB 모델이 약 8만원, 16GB 모델이 약 4만 원정도에 팔리는데, 속도는 빠르지만 용량대비 가격은 싸다고 할 수 없다.
그 외에 비슷한 기술이라면 씨게이트(Seagate)의 하이브리드 방식 저장장치인 SSHD(Solid State Hybrid Drive)도 있다. 다만, SSHD는 캐시용 SSD의 용량이 8GB 정도라 성능 향상 정도가 제한적인 반면, AMD 스토어미는 최대 256GB까지 SSD 캐시 용량을 지정할 수 있어 한층 더 나은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스토어미 기술을 쓰기 위한 준비
이번 테스트 시스템은 라이젠 7 2700 프로세서에 기기바이트 X470 어로스 게이밍7 와이파이 메인보드, 그리고 지스킬 8GB 메모리 2개를 탑재한 윈도우10 64비트 PC다. 저장장치는 WD 블루 2TB HDD와 WD 블랙 SSD 512GB 모델을 저장장치로 이용했다. WD 블랙 SSD는 NVMe 기반의 M.2 SSD로, 일반 SATA 기반 SSD보다 한층 우수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일반 SATA SSD 역시 스토어미로 묶는 것이 가능하다.
AMD 홈페이지를 통해 스토어미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다. 이를 설치하고 실행하면 2개의 저장장치를 묶을 수 있는 몇 개의 메뉴가 나타난다. 참고로 SSD+SSD, 혹은 HDD+HDD의 조합도 가능하지만 이는 성능 상의 이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실상 SSD+HDD의 조합이 기본이다. 캐시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SSD의 용량은 최대 256GB이며, 이보다 큰 용량의 SSD를 이용할 경우, 남은 용량은 별도 드라이브로 파티션을 잡아 이용할 수 있다.
'Create Bootable StoreMI'를 선택하면 스토어미로 조합한 드라이브를 이용해 부팅할 수 있다. 이렇게 하려면 이미 운영체제가 설치된 SSD나 HDD, 그리고 캐시로 이용할 SSD가 필요하다. 이 경우에 캐시용 SSD는 저장된 데이터가 삭제되고 운영체제가 설치된 SSD/HDD에 설치된 데이터만 남기 때문에 캐시용 SSD에 저장된 데이터가 있다면 미리 백업해두자.
'Create Non-Bootable StoreMI'를 선택하면 사용자의 임의로 운영체제 부팅용이 아닌 2개의 드라이브를 조합해 파일 저장소로 이용할 있다. 이 역시 캐시로 이용하는 드라이브(대개 SSD)의 파일은 삭제되고 주 드라이브(주로 HDD)의 파일만 남으므로 백업에 신경을 쓰자.
'New Non-Bootable StoreMi'를 선택해도 역시 운영체제 부팅용이 아닌 파일 저장용 스토어미 드라이브를 설정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양쪽 드라이브 모두 저장된 파일이 삭제된다는 점을 주의하자.
그 외에 'Remove StoreMI'를 이용하면 스토어미로 묶인 조합을 풀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스토어미로 묶여 있던 도중에 해당 드라이브에 저장되었던 파일들은 모두 느린 드라이브(주로 HDD) 쪽에 남아있게 되며, SSD는 새로 파티션을 잡아서 재활용 하면 된다. 참고로 스토어미의 설정 작업은 수 분 정도로 빠르게 이루어지지만, 해제하는 작업은 1~2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신중히 생각해서 결정하자.
스토어미를 구성하는 도중에 2GB의 시스템 메모리를 캐시용으로 이용할 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선택하면 좀 더 나은 저장소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대신 시스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메모리 총 용량이 그만컴 적어진다. 8GB를 넘는 고용량 시스템 메모리를 탑재한 PC를 쓰고 있다면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2GB 캐시를 적용했다.
스토어미 기술, 실제로 이용해보니?
이번 테스트에서는 512GB(실 용량 488GB)의 SSD와 2TB(실 용량 1.81TB)의 HDD를 스토어미로 묶어 구성했다. 캐시용으로 묶을 수 있는 SSD의 최대 용량은 256GB이므로 스토어미 구성 이후의 통합 저장소 용량은 256GB(SSD) + 2TB(HDD)이 되며, 운영체제 상에는 2.25TB(실용량 2.06TB) 가량의 단일 드라이브로 인식된다. 물론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이렇게 생성된 스토어미 드라이브를 여러 개의 파티션으로 나눠 쓰는 것도 가능하며, 스토어미로 묶은 후 남은 SSD 용량도 사용자가 별도의 드라이브로 활용할 수 있다.
우선 저장장치의 기본적인 성능을 수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크리스탈 디스크마크' 소프트웨어를 구동해 스토어미로 묶기 전 각 장치의 성능을 봤다. 테스트 결과는 예상대로 NVMe 기반 M.2 SSD인 WD 블랙 SSD가 압도적으로 우수했고, 일반 HDD는 이에 한참 못 미칠 정도로 느린 속도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스토어미로 묶은 SSD+HDD의 성능은 어떨까? 스토어미 저장장치의 경우, 저장장치의 순간적인 반응 속도의 지표가 되는 4K Q32T1(4KB 단위 묶음 전송속도)와 4K(저용량 파일 전송속도) 항목의 수치가 SSD보다 약간 떨어지는 것 외에 최대 속도에 가까운 Seq Q32Ti(순차적 묶음 전송속도) 수치 및 평균 속도에 가까운 Seq(순차적 평균 전송속도)는 SSD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는 2TB짜리 고용량 SSD를 테스트 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이후, 응용 프로그램 실행(게임, 이미지 편집 등) 속도 및 운영체제 부팅 속도를 측정해봤다. 상당수의 테스트에서 스토어미가 적용된 저장소는 SSD 못지않은 속도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간혹 HDD와 비슷한 성능 밖에 내지 못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는데, 이런 경우에도 다시 해당 작업을 해보면 속도가 향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모든 작업에서 처음에는 무조건 느리게 구동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대부분의 작업에서 최초 테스트에서도 SSD 수준의 성능을 냈다. 언제나 균일한 속도가 발휘되도록 향후 소프트웨어의 개선을 했으면 좋겠다.
참고로, 운영체제 부팅이나 응용 프로그램 실행이 아닌 단순 파일 복사 작업을 할 경우에는 SSD 수준의 빠른 속도를 내기도 하고 가끔은 HDD 수준으로 속도가 떨어지기도 하는 등, 상당히 속도 변화가 심한 편이었다. 특히 한 번에 복사하는 전체 파일의 용량이 클수록 속도가 저하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캐시로 설정한 SSD의 용량이 적을수록 이런 현상은 자주 일어날 것이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SSD보다는 느리지만 HDD에 비하면 빠르게 복사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2세대 모델 출시 및 스토어미 기술로 한층 활용성 높아진 라이젠 시리즈
AMD의 2세대 라이젠은 1세대 제품에 비해 확실히 발전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풍부한 코어 및 쓰레드를 바탕으로,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하거나 멀티코어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때 대단히 쾌적한 구동이 가능하며, 전작에서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던 코어당 성능 역시 향상되어 한층 쓸 만한 제품이 되었다.
2세대 라이젠과 같은 시기에 출시된 400 시리즈 메인보드 역시 주목할 만하다. 기본적인 기능면에선 300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SSD와 HDD를 결합해 용량과 성능 사이의 균형을 추구할 수 있는 스토어미(StoreMi) 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좀더 활용성이 좋아졌다. 스토어미 기술을 적용하면 SSD처럼 빠른 HDD, 혹은 HDD처럼 용량이 빠른 SSD를 쓴다는 느낌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예전처럼 SSD와 HDD를 별도의 드라이브로 운용하면서 SSD에는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을, HDD에는 보관용 파일을 저장하는 식으로 따로 관리하는 것이 번거로웠던 사용자라면 스토어미는 분명 환영할 만한 기술이다. 다만, 간혹 속도가 출렁거리는 점, 소프트웨어 기반의 기술이기 때문에 운영체제가 구동되지 않을 정도의 장애가 발생하면 스토어미 저장소에 저장했던 파일의 복구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 등의 아쉬움이 있는데, 향후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될 것을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