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in IT]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의 배경은?

4월 30일부터 5월 4일까지 4거래일 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총액 약 10조 원이 사라졌다. 시가총위 순위도 6위에서 11위로 내려갔으며, 주가는 40만 원 후반~50만 원 초반 대에서 30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분식회계 의혹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정보, 출처: 네이버금융, 이미지 편집 및 제공: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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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무슨 일이

지난 5월 1일,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처리를 잘못했다는 잠정 결론을 발표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감사인 등에 이를 통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015년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회계 처리를 위반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를 제기한 바 있으며, 금융감독원은 2017년 3월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특별감리를 진행했다. 오는 17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감리위원회가 개최되며, 이르면 2일 결론날 것으로 예상된다.

분식회계 의혹 내용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5년 순이익 1조9,000억 원을 기록해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순이익이 갑작스럽게 증가하게 된 배경은 사업을 월등히 잘한 것이 아니라, 바이오에피스와의 관계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하면서다.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바뀌면서, 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가 2,900억 원대에서 4조8,000억 원대로 재평가됐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채택한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A회사가 B회사의 지분을 50% 넘게 보유하면 B회사는 A회사의 종속회사(자회사), B회사의 지분을 20~50% 보유하게 되면 B회사는 A회사의 관계회사로 분류된다.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뀌게 되면, 이를 실적에 반영하는 방식도 바뀔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에피스가 종속회사였을 때, 종속회사의 손익 실적을 모회사(삼성바이오로직스)에 반영했다. 하지만, 바이오에피스가 관계회사로 변경되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에피스 지분에 투자한 것으로 바뀌어 손익이 아닌 시장가격(공정가치)으로 자사 실적에 반영됐다. 이로 인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적자 기업에서 흑자 기업으로 전환된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된 배경

2015년 이전까지 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종속회사로 인식됐지만, 2015년 관계사로 인식됐다. 그 중심에는 미국 바이오젠이 있다.

바이오에피스는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회사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91.2%를 보유하고 있다. 합작회사 설립 당시 계약에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50%-1주를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조항이 포함됐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율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향력이 그만큼 줄어들 것을 인식해 바이오에피스가 관계사가 됐다.

하지만, 2015년에는 바이오젠이 콜옵션 권한을 행사하기 전이며, 왜 갑자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콜옵션 권한을 회계 기준에 반영했는지가 논란이다. 바이오젠이 콜옵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은 2018년 6월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인식한 시점은 2015년이다. 당시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계획을 밝혔는지는 논란이 분분하다. 참고로 바이오젠은 아직까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

출처: 삼성바이오로직스, 이미지 편집 및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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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논란, 삼성 승계문제 논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 삼성의 승계문제로도 확산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찬성했던 핵심 이유 중 하나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성 때문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성장성을 증명하기 위해, 갑자기 흑자 기업이 되었고, 결국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는 정황이다.

하지만, 일부 회계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에 대해 회계 처리의 해석 차이로 보고 있다. 삼성 측도 회계기준 차이라며, 금감원의 분식회계 의혹을 반박한다. IFRS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보다 유연하고 상황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가 생긴 셈이다.

기업의 재무상황이나 경영상황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정한 기준을 통해서만 판단하기 어렵다. 이에 IFRS도 보다 유연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도 이러한 IFRS의 유연성을 이용했는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유미 / 핀다 외부 필진
대학 때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코딩보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가 궁금해 언론사에 몸을 담았다. 이데일리 입사 후 기업금융, IT, 국제부, 증권부 등을 출입하면서 경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2016년 카이스트 MBA 과정을 거쳤다. 현재 'DigestICT'에서 핀테크/IT 분야를 담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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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핀다 이유미 외부필자
편집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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