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변하면 우리도 변해야 된다" 한국HP 정운영 상무
과거 PC 환경은 개인 시장과 기업 시장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모양새였다. 상대적으로 기업 시장에서 사용하는 PC는 더 빠르고 안정적인 부품이 쓰였고, 개인용 PC에 탑재되는 부품은 상대적으로 성능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과 개인용 시스템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졌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성능이 상향평준화 되었기 때문이다.
시스템 성능이 상향평준화됨과 동시에 워크스테이션(Workstation)이라 부르는 전문가용 PC 시스템은 새로운 도전을 요구 받고 있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다양한 형태의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어서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등으로 분류되던 것과 달리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기업들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각자의 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워크스테이션을 찾는 경우가 늘었다.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PC 시장에 HP가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HP는 워크스테이션을 포함한 PC 시장 전반에 걸쳐 23.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PC 출하량만 하더라도 약 1억 6,672만 대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워크스테이션 점유율이 약 60%에 달할 정도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을 터,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한국HP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워크스테이션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정운영 상무를 만났다.
현재 HP가 집중하는 분야는 '가상현실(VR)'
HP는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도전에 임하고 있는 브랜드다. 특히 가방처럼 메고 사용하는 Z VR 백팩 PC는 충격적인 제품이었다. 생김새는 일반 게이머용 PC처럼 생겼지만 실상은 개발자들이 원활히 가상현실(VR)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제안한 워크스테이션 PC다. 구성도 인텔 vPro 기반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쿼드로(Quadro) 그래픽 프로세서 등으로 이뤄졌을 정도.
이렇게 완전 새로운 폼팩터까지 제안하면서 HP가 가상현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간단했다. 개발자들이 더 빠르고 자연스러운 작업 흐름을 이어가도록 도와주기 위함이다. HP는 '실감 컴퓨팅(Immersive Computing)'이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로드블럭과 워크플로우 단계에서 이점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중이라고.
정운영 상무는 "가상화를 잘 도입하면 업무 환경에서 시간과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예로 제조업체가 캐드(CAD)로 설계하던 것을 제조하는 과정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이 과정 일부에 가상화를 도입하면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어요. 이미 중국에서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기존 작업은 평면(모니터)을 기반으로 입체적인 부분을 상상하고 3D 모델을 개발한다. 다른 곳은 카메라로 스캔해서 3D 데이터를 만들어 작업을 한다. 이 역시 결국 작업은 평면에서 이뤄지니 아쉬움이 있다. 3D를 3D로 개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가상현실(VR) 장비다. Z VR 백팩은 타 동급 장비 대비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하면서 작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장비다.
엔비디아 쿼드로 그래픽 프로세서를 도입한 것도 온전히 개발자를 위한 것이라고. PC 게이밍용 그래픽 프로세서인 지포스(Geforce)를 채택해도 되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엔비디아의 도움이 컸다는 말과 함께 성능이나 사후지원 부분 모두 쿼드로가 월등히 우위에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제조사의 완제품 PC에 탑재되는 부품은 대부분 1년의 사후지원 기간을 제공한다. 여기에서 따로 추가 프로그램을 구매해 기간을 연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다른 이야기다. 반면, 엔비디아 쿼드로 그래픽 프로세서는 자체로 3년의 보증기간이 부여된다고 한다. 그만큼 개발자 입장에서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가상현실 기기인 바이브도 비즈니스 에디션을 통해 3년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정운영 상무는 가상현실 솔루션을 도입하고 싶지만 여전히 캐드 위주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현재 40~50% 가량(관련 분야 기준)이라고. 이들을 공략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목표. 뿐만 아니라, 건축과 자동차, 헬스케어 시장도 HP의 도전 시장 중 하나다. 실제와 같은 영상을 관찰하며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쇼룸에서의 활약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HP 워크스테이션의 핵심은 '내구성과 편의성'
워크스테이션은 성능이 뛰어나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러나 최근 시장은 성능도 그렇지만 업무 환경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말 그대로 업무를 위한 기기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에 HP는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고, 이를 편의성으로 구현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한다.
"지난해 Z VR 백팩과 X2 디태처블(분리형) 노트북을 각각 선보였는데, 사실 이 분야는 우리가 후발주자입니다. 그래서 특장점이 없으면 안 됐어요. X2 노트북에 와콤의 EMR(전자기 공명 방식) 펜을 도입한 것도 그것 때문입니다. 사실 디지타이저 펜을 개발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EMR 방식이 편한데 굳이 새로운 기기와 관련한 기능과 소프트웨어를 익히고 설치하는 것이 힘들다는 반응이 왔어요. 이를 반영해 펜을 개발하지 않고 기술 제휴를 통해 편의성과 호환성이 높은 솔루션을 도입했습니다."
정운영 상무는 이미 시장에 통용되고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전문가들이 얼마나 많이 활용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제품 개발 및 출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와콤이나 어도비 등과 긴밀히 협업하는 중이라고. 가상현실 및 하드웨어 개발에 있어서는 에픽과 엔비디아, 인텔 등과 협업해 최적의 성능과 솔루션을 구현하고 있다.
올 상반기와 하반기에 더해질 5세대 제품은 기능적인 요소들에도 충실하다. 50분 충전으로 배터리 절반 가까이를 충전할 수 있는 기능 외에도 일부 라인업에는 필터를 부착하지 않고도 측면에서 작업 화면을 못 보도록 보안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시장 넓어지는 단계, 기업 요구하는 제품 선보여 나가겠다
PC 시장 자체는 꾸준히 감소세라고 하지만 워크스테이션과 고성능 PC는 성장세다. HP도 이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현재 내부적으로는 국내 워크스테이션 시장 규모가 약 2조원 가량 될 것으로 본다.
시장은 커지면서 가격에 매우 민감해졌다. 과거 작은 시장에서 손 큰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했다면 지금은 보편화되고 입문형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 심지어 큰 손들도 저렴한 제품을 다수 구매하는 성향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때문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 필요해졌다고 정운영 상무는 말한다.
인텔 코어 X-시리즈 프로세서 탑재 워크스테이션도 HP에게는 도전의 영역이다. 그는 "과거 CPU를 2개 넣어 쓰던 것을 지금은 하나로도 충분할 정도로 성능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캐드 환경에서는 코어 수보다 속도가 빠른게 최고에요. 하지만 그 외 환경에서는 많은 코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시장의 수요를 만족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시장은 성장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올해 워크스테이션 시장의 관전 포인트가 될 듯 합니다"라고 말했다.
일반 소비자 시장을 겨냥한 데스크탑과 노트북은 물론이고 워크스테이션 영역까지 변화를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착실히 다져가는 중인 HP. 높은 인기 뒤에는 그 이상의 노력과 열정이 있어야 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