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이젠 노트북 본격 시동,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720S-13ARR
[IT동아 김영우 기자] 노트북을 선택하는 과정은 딜레마의 연속이다. 덩치가 큰 제품을 사자니 휴대성이 떨어지고, 얇고 작은 제품들은 성능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슬림형 노트북의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도 제법 있다.
이런 고민이 있는 소비자라면 AMD의 라이젠 모바일(코드명 레이븐릿지)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에 주목할 만 하다. 라이젠 모바일은 데스크탑용 라이젠에서 검증 받은 고성능 CPU에 더해 최신 그래픽 기술을 적용한 라데온 베가 GPU까지 품고 있는 통합 프로세서(APU)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작은 칩으로 다양한 기능을 커버할 수 있으니 슬림형 노트북의 성능을 높이는데 최적이다.
이번에 소개할 레노버 아이디어패드(Lenovo Ideapad) 720S-13ARR(이하 레노버 720S) 이 바로 그런 제품이다. AMD 라이젠7 2700U 프로세서(모델에 따라선 라이젠5 2500U)로 고성능을 기대할 수 있으면서도 1.36cm의 얇은 두께 및 1.14kg의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그레잇북’이라는 이름으로도 홍보하고 있는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호감 줄 만한 고급스런 외형
레노버 720S의 외형을 보고 거부감을 느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슬림한 두께와 함께, 샴페인 골드(혹은 플래티넘 실버) 컬러를 띤 알루미늄 재질이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 화면을 둘러싼 베젤의 두께 역시 좌우 0.5cm, 상단 1cm 정도로 얇아서 보기에 좋고, 화면의 힌지는 180도로 완전히 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용자의 취향을 만족시킬 것이다.
화면은 13.3 인치의 크기에 풀HD급 해상도(1920 x 1080)를 지원하므로 대부분의 콘텐츠를 무난한 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 IPS 패널을 탑재한 덕분에 컬러 표현 능력이 좋은 편이며, 시야각이 넓어서 화면을 측면이나 위/아래쪽에서 보더라도 이미지가 왜곡되는 일은 없다.
키보드 역시 레노버 제품답게 치는 맛이 좋다. 눌리는 깊이는 얕은 편이지만 반발력이 적당하고 본체 크기에 비해 각 키가 넓은 편이다. 그리고 외국산 소형 노트북 중에는 오른쪽 shift키가 작아서 불편을 주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 제품은 그렇지 않은 것이 반갑다. 키보드 백라이트도 갖추고 있어 어두운 곳에서 작업할 때 편리하다. 다만 전원 버튼이 키보드 우측 상단에 다른 키와 같은 형태로 달려있어 작업 중에 실수로 누를 우려가 있다는 것이 다소 신경 쓰이긴 한다.
간략하지만 신기술 다수 적용된 측면 인터페이스
두께가 얇은 슬림형 노트북이다 보니 측면 포트의 구성은 간략한 편이다. A타입의 일반 USB(3.0) 포트가 2개, C타입의 USB(3.0) 포트가 2개씩 달려있으며, 그 외에는 음성 입출력 겸용 포트 1개가 달려있을 뿐이다. HDMI 등의 영상 출력 포트 및 유선 랜 포트 등은 생략되어있으며, 전원 입력 포트도 따로 없기 때문에 우측 상단의 USB-C 포트에 USB 전원 어댑터를 꽂아 충전을 한다.
참고로 이렇게 USB 포트로 전원 입력을 받는 노트북의 경우는 USB-PD(Power Delivery) 규격을 지원하는 USB 어댑터를 이용해야 충전이 된다. 일반 스마트폰용 USB 충전기를 연결하면 충전이 되지 않을 수 있으니 참고하자. 본 제품에 동봉된 USB 전원 어댑터의 출력은 20V-2.15A / 15V-3A / 5V-2A 규격이다.
유선 랜 포트는 없지만 내장된 무선 랜 기능은 802.11ac 규격을 지원하며, 최대 433Mbps로 와이파이 접속이 가능하니 이를 적극 이용하도록 하자. 그리고 본체 우측면에 있는 2개의 USB C타입 포트 중 충전용 포트를 제외한 나머지 1개의 포트는 내부적으로 영상/음성 출력 기능을 품고 있기 때문에 별매의 USB 타입C – HDMI(혹은 DP) 변환 젠더나 케이블을 이용하면 외부 모니터로 출력이 가능하다. 유용한 기능인데도 불구하고 사용자 설명서에 이 점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점은 다소 의아하다.
의외로 쓸만한 지문 인식 센서와 스피커
그 외에 눈에 띄는 점은 키보드 우측 하단에 있는 지문 인식 센서다. 이를 통해 윈도우 로그인 시의 암호 입력을 지문 입력으로 대체할 수 있어 편의성과 보안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특히 레노버 720S의 지문 인식 센서는 손가락 끝을 문지를 필요 없이 터치만 하면 인식되는 타입이라 한층 편리하다.
슬림형 노트북 치고는 스피커의 성능도 만족스럽다. 레노버 720S에 탑재된 스피커는 유명 오디오브랜드인 JBL 제품이며, 여기에 사운드의 입체감을 높이는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소프트웨어도 탑재되었다. 실제로 소리를 들어보면 소형 노트북용 스피커답지 않게 출력이 만족스러운 편이고 소리의 깊이감도 상당한 수준이다.
데스크탑에서 성능 검증 받은 라이젠, 노트북에 상륙
내부 사양도 살펴보자. 레노버 720S의 핵심은 역시 AMD 라이젠7 2700U 신형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했다는 점이다. 이미 데스크탑용 라이젠에서 호평을 받은 핵심 기능을 대부분 그대로 가져왔는데, 기존의 AMD 프로세서 기존의 AMD 프로세서 대비 52% 이상 IPC(Instruction Per Clock, 클럭당 성능)을 높인 젠(Zen) 아키텍처(기반기술)를 적용했으며, 기본 동작 클럭은 2.2Ghz이지만 부하가 걸리는 작업을 할 때 3.8GHz로 동작 클럭이 올라간다.
라이젠7-2700U는 4개의 물리적 CPU 코어를 갖춘 쿼드코어 프로세서다. 하지만 하나의 코어를 논리적으로 둘로 나눠 전체 코어 수가 2배가 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는 SMT(Simultaneous Multithreading) 기술도 탑재하고 있다. 덕분에 운영체제에선 라이젠7 2700U를 8코어(8쓰레드) 프로세서로 인식한다. 멀티쓰레드를 지원하는 최신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때, 혹은 동시에 여러 작업을 진행할 때 유용하다.
CPU 코어 및 쓰레드의 수 만으로 따지면 데스크탑용 라이젠7보다는 라이젠5에 더 가까우며, 클럭도 더 낮다. 모바일 프로세서는 성능만큼이나 배터리 유지시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라이젠 모바일은 65~95W 수준이었던 데스크탑용 라이젠 보다 훨씬 낮은 15W 수준의 TDP(열설계전력)를 갖췄다.
레노버 720S 배터리 유지 시간의 경우, 100% 충전한 상태에서 HD급 동영상 연속으로 구동하니 약 5시간 30분 정도 후에 배터리 경고등이 뜨는 것을 확인했다. 제품의 성능을 고려하면 무난한 수준의 전력 효율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기능 다수 적용된 라데온 베가 GPU 품어
라이젠 모바일은 CPU 외에 GPU 부분 역시 주목할 만하다. 라이젠7 2700U에 내장된 GPU는 라데온 베가 10으로, 다이렉트X12(Direct X 12) 나 AMD 프리싱크(AMD FreeSync) 등, 외장형 그래픽카드에 탑재되던 고급 기술을 다수 포함한다. 프리싱크 기술의 경우, 그래픽카드에서 출력되는 초당 프레임과 모니터의 주사율(초당 화면 변경 빈도)이 어긋날 때 화면이 갈라지듯 왜곡되는 티어링 현상을 억제한다. 다만, 레노버 720S에 탑재된 화면은 프리싱크 미지원이라 외부 모니터를 연결한 상태에서만 프리싱크 기술을 쓸 수 있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라데온 베가 GPU의 눈에 띄는 기능 중 또 하나는 뚝뚝 끊어지는 동영상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보정하는 플루이드 모션 기능이다. 이는 초당 24프레임, 30프레임 등의 낮은 프레임레이트로 구동하는 동영상의 초당 60프레임으로 개선한다. 소프트웨어 방식의 기존 동영상 프레임 보정 기능과 달리, CPU의 자원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시스템 성능 저하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본래 라데온의 플루이드 모션 기능은 파워 DVD와 같은 일부 소프트웨어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블루스카이 프레임 레이트 컨버터(Bluesky Frame Rate Converter)라는 무료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MPC(미디어플레이어클래식)이나 팟플레이어에서도 쓸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하면 라데온 소프트웨어의 비디오 -> 사용자 지정 설정 메뉴에서 ’AMD Fluid Motion Video’ 항목의 활성화가 가능해진다.
팟플레이어 환경설정 메뉴의 '코덱/필터' 항목에 있는 '전역 필터 우선 순위'에서 '시스템 코덱 추가'를 눌러 'Bluesky Frame Rate Converter' 항목을 추가 하자. 블루스카이 프레임 레이트 컨버터 항목이 추가되면 우측 하단의 우선순위를 '최우선 사용'으로 설정하도록 하자. 이후부터 팟플레이어로 재생하는 동영상의 움직임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 DDR4 8GB 메모리 및 256GB의 SSD(SK 하이닉스 제품)를 탑재하고 있는데, 특히 SSD의 경우는 고속 인터페이스인 NVMe 기반의 제품인 것에 주목할 만 하다. 저장장치의 성능을 가늠하는 크리스탈디스크마크 소프트웨어를 구동해 보니 순차적 읽기 속도가 최대 2518.8MB/s로 측정되는 등, 기존의 SATA 기반 SSD와는 확실히 다른 면모를 보였다. 덕분에 레노버 720S의 부팅이나 프로그램 실행과 같은 전반적인 작업 속도는 상당히 민첩하다.
벤치마크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성능 측정
각종 소프트웨어를 구동해보며 성능을 가늠해보자. 시스템 각 부분의 성능을 측정해 점수를 매기는 패스마크(PASSMARK) 퍼포먼스테스트(Performance Test) 소프트웨어를 구동해 보니 CPU Mark 부문의 점수는 6708.5점으로 측정되었다.
이는 데스크탑용 CPU와 비교하면 라이젠3나 구형 코어 i5에 가까운 성능이며 노트북용 CPU 비교하면 구형 코어 i7이나 신형 코어 i5 수준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3D Graphics Mark 부문의 점수는 985.0 점으로 측정되었는데, 이는 지포스 940M과 같은 노트북용 보급형 외장 그래픽카드에 가까운 수준이다.
PC 시스템 전반의 성능을 측정해 점수화하는 PC마크10(PCMark10)도 구동해봤다. 이는 시스템의 기본적인 처리능력(Essentials) 및 각종 업무용 소프트웨어 구동능력(Productivity), 그리고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 능력(Digital Content Creation)등을 측정해 점수화한다. 테스트 결과는 2693점이었는데, 이는 노트북으로선 상당히 높은 점수이고, 중급형 데스크탑에 가깝다. 레노버 720S가 슬림형 노트북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선전한 수준이다.
실제 소프트웨어 구동능력은?
어도비의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프리미어 프로(Premiere Pro) CC 2018을 구동해 동영상에 각종 효과를 넣고 인코딩도 해보니 끊김이나 느려짐 없이 상당히 원활한 작업이 가능했다. 4코어 8쓰레드의 넉넉한 CPU 연산능력에 더해 GPU의 가속 기능도 제대로 작동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영상 편집용 노트북을 원한다면 무리 없이 추천이 가능할 것 같다.
게임 구동 능력의 경우, '리그 오브 레전드(LOL)'는 대부분의 해상도 및 그래픽 품질에서 평균 60프레임 이상으로 매우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그리고 '오버워치'의 경우는 1280 x 720 해상도(렌더링 스케일 75%)에 그래픽품질 '높음' 환경에서 평균 40 프레임 정도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는데, 완벽하진 않아도 플레이 자체엔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다만, '철권7'의 경우는 1280 x 720 해상도에 그래픽 품질을 최저로 낮춰야 평균 30~40 프레임 정도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는데, 그럭저럭 즐길 수는 있지만 이렇게 하면 시각적인 만족도가 낮아서 그리 추천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고사양 게임은 무리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플레이하는 대중적인 온라인 게임을 하기엔 무리가 없는 수준의 성능을 낸다. 예전의 내장 GPU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편이다.
AMD, 이젠 노트북 시장에서도 인텔과 제대로 경쟁할 만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720S-13ARR(그레잇북)는 멋진 외형에 괜찮은 성능, 그리고 만족스런 휴대성까지 갖춘 양질의 노트북이다. 특히 AMD 라이젠 모바일 프로세서의 경우, CPU 성능 면에서 인텔 코어 시리즈와 대등하며, 내장 그래픽 성능은 좀 더 좋다. 인텔의 독무대였던 노트북 시장에서 이제야 제대로 된 경쟁이 될 것 같다.
정가 기준, 라이젠5 2500U가 탑재된 모델은 94만 9,000원, 라이젠7 2700U를 탑재한 모델은 104만 9,000원에 팔린다. AMD 프로세서 탑재 노트북에 대한 편견만 없다면 한 번 구매를 고려해 볼 만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