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주머니 속의 초소형 데스크탑, 조텍 ZBOX PI225
[IT동아 김영우 기자] 요즘 직장인 중 상당수는 데스크탑이 아닌 노트북으로 일을 한다. 이는 물론 인테리어나 공간 활용성 문제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역시 이동성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쓰던 작업환경(운영체제, 응용프로그램, 각종 문서 등)을 다른 작업장, 혹은 집에서도 그대로 유지해야 업무 능률이 오르기 때문이다.
다만, 노트북 특유의 작은 화면과 불편한 키보드는 아쉬울 수 있다. 큰 노트북을 쓴다면 좀 낫겠지만 이러자면 휴대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키보드와 모니터, 마우스 등은 사무실과 집에 있는 것을 그대로 쓰면서 데스크탑 본체만 들고 다닐 순 없을까? 이런 다소 엉뚱한 발상을 현실화시키는 제품이 바로 조텍(ZOTAC)의 초소형 PC인 ZBOX PI225다. 본체는 스마트폰보다 작아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지만, 여기에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등을 연결하면 어엿한 데스크탑 PC가 된다. 작아도 너무 작은 초소형 데스크탑, 조텍 ZBOX PI225의 면모를 살펴보자.
스마트폰보다 작은 본체, 잃어버릴까 걱정?
조텍 ZBOX PI225의 길이는 95.4mm, 너비는 63mm로, 신용카드나 명함 수준이다. 두께 역시 8mm에 불과해서 휴대성 측면에선 더할 나위가 없다. 어지간한 스마트폰 보다 작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간 잃어버릴까 걱정이 될 정도다. 금속 재질의 본체는 외부 충격에 강하며, 냉각팬 대신 내부의 열을 배출하는 역할도 한다. 이 때문에 조텍 ZBOX PI225는 표면에 다소 열이 발생하긴 하지만 구동 소음이 전혀 없다.
본체에 달린 인터페이스는 타입C 형태의 USB 3.0 포트 2개와 전원 충전용 마이크로 USB 포트, 그리고 마이크로SD카드(SDXC) 슬롯 및 전원 버튼으로 구성되었다. 유선랜 포트는 없지만 내부에 802.11ac 최신 규격을 지원하는 와이파이 기능 및 블루투스(4.2) 기능을 갖췄다.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연결하면 어엿한 데스크탑 PC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역시 2개의 USB 타입C 포트다. 이 포트는 내부적으로 디스플레이포트(DP) 기능을 겸하고 있어 변환용 젠더나 케이블을 통해 모니터 연결이 가능하다. 본체와 함께 제공되는 다기능 어댑터를 여기 꽂으면 HDMI 포트 1개 및 일반 형태(타입A) USB 3.0 포트 2개를 쓸 수 있다. 여기에 모니터 및 키보드와 마우스를 꽂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이용 형태가 될 것이다.
그 외에 추가적으로 USB 타입C-HDMI(혹은 DP) 변환 케이블을 별도 구매해서 듀얼 모니터 환경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며, 포트를 아끼고 싶다면 블루투스 방식의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 하다. 참고로 USB 타입C 포트와 DP의 기능을 겸한다는 점에서 썬더볼트3 인터페이스와 유사하지만, 썬더볼트3 규격 고속 데이터 전송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USB 포트로 전원공급, 모니터 뒤에 다는 것도 가능
충전용 배터리는 내장하고 있지 않으며, 전원 공급은 마이크로USB 포트를 통해 이루어진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용 USB 전원 어댑터의 연결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는 5V/3A 이상의 고출력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본체에 동봉되는 USB 어댑터도 이 규격이다. 프리볼트를 지원하며, 다양한 국가의 콘센트에 쓸 수 있도록 타입A(미국, 일본형), 타입C(한국, 유럽형), 타입G(영국형), 타입I(중국, 호주형)용 변환 플러그를 함께 제공한다.
조텍 ZBOX PI225의 구성품 중에서 눈에 띄는 건 베사(VESA) 규격 마운트다. 이를 본체에 끼워 베사 마운트 홀(나사 구멍)이 달린 모니터의 후면에 본체를 달 수 있다. 나사는 1개만 조이면 된다. 이렇게 하면 마치 모니터 본체 일체형의 올인원PC처럼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어 공간활용성을 더 높일 수 있다.
보급형 노트북에 준하는 내부 사양, 제품 특성 파악해 이용해야
내부 사양은 인텔 셀러론 N3350 프로세서(코드명 아폴로레이크, 듀얼코어, 1.1~2.4GHz)에 4GB DDR3 메모리, 그리고 인텔 HD 500 내장 그래픽에 32GB eMMC 저장소를 갖췄다. 운영체제는 윈도우10 홈 버전(64비트) 정품이 기본 탑재되어있다. 고성능 보다는 작은 크기 및 저발열, 저전력을 강조하는 보급형 노트북에 가까운 사양이다. 초소형 제품이라는 특성상, 추가적으로 내부 사양을 업그레이드 하는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간이 SSD의 일종인 eMMC를 저장장치로 이용하기 때문에 부팅 속도는 빠른 편이다. 전원 버튼을 누르고 약 20여초 후에 윈도우10의 바탕화면을 볼 수 있다. 이전에 같은 셀러론 N3350 프로세서에 2GB 메모리를 갖춘 보급형 노트북을 접한 적이 있는데, 체감적인 성능은 4GB 메모리를 탑재한 조텍 ZBOX PI225이 더 낫다. 아주 빠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파일을 탐색하거나 웹 페이지를 여는 정도의 작업을 할 때 멈칫거림이 심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저장공간(32GB)이 다소 적은 편인데, 윈도우10 운영체제 및 기본 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한 초기 상태에서의 여유 공간은 17.7GB다. 여기에 보안 패치를 비롯한 각종 윈도우 업데이트를 설치하니 12.2GB로 여유공간이 줄어들었다. 향후 이용 기간이 늘어나면 각종 파일이 쌓이면서 여유공간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꼭 필요한 소프트웨어만 설치하도록 하고, 마이크로SD카드를 추가로 탑재해 저장공간을 늘리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그렇다면 이 제품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일단 윈도우10 운영체제가 설치되어 있으니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순 있겠지만, 아무래도 고성능을 요구하는 작업을 하기에 힘이 부친다. 이를테면 3D 게임이나 포토샵 작업, 동영상 편집 등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대신 웹 서핑이나 문서작성, 유튜브 동영상 감상 등의 일상적인 이용에는 큰 무리가 없으므로 이러한 특성을 잘 알고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타겟이 분명한 이색 제품, 확실히 알고 구매해야
조텍 ZBOX PI225의 타겟은 비교적 명확하다. 사무실과 집을 오가며 작업하는 경우가 많으면서도 노트북 보다는 데스크탑을 더 선호하는 직장인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 이동성을 중시하면서도 데스크탑 특유의 큰 화면과 편한 키보드를 포기할 수 없는 사용자는 분명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주 오가는 장소에 모니터와 키보드만 설치해두고 ZBOX PI225를 가지고 다니며 작업을 한다면 장소에 관계 없이 동일한 작업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외에 스마트 기능이 없는 TV나 프로젝터를 이용해 동영상 구동이나 웹서핑, 프리젠테이션 등을 하고자 할 때도 조텍 ZBOX PI225가 유용할 수 있다. 반면, 막연히 크기가 작은 게 신기해서, 혹은 그냥 싼 데스크탑이 필요해서 이 제품을 산다면 후회할 수도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제품은 고성능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을 즐기거나 이미지/동영상 편집 등을 하려면 상당히 답답할 것이고, 저장소가 작으니 고용량 콘텐츠를 많이 보관해 두는 데도 적합하지 않다.
2018년 2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 조텍 ZBOX PI225는 21만 9,000원에 살 수 있다. 단순히 가격대 성능비를 떠나 제품 특유의 개성을 생각해 본다면 납득이 가능한 가격대다. 조텍 ZBOX PI225은 분명 매력적인 콘셉트를 갖췄지만 사람에 따라, 혹은 활용 방법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나뉠 수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구매를 고려한다면 이 점을 확실히 파악하도록 하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