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도 스마트폰도 튼튼하게, 군사 표준규격 테스트란?

장수정 lswoo@itdonga.com

[IT동아 장수정 기자] LG전자가 올해 처음으로 내놓은 스마트폰 LG X4플러스는 고음질 음원 재생 칩(DAC)이나 지문인식 센서 그리고 LG페이 등 기존 LG전자 주력 스마트폰의 주요 특징을 이어받은 보급형 제품이다. 독특한 것은 보급형임에도 불구하고 미 국방부 군사 표준규격 테스트(밀리터리 스펙, 줄여서 밀스펙이라고도 부른다)를 통과한 점이다. 물론 이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은 기존에도 있었다. LG전자의 경우 V시리즈나 G6 등의 스마트폰은 물론, 올해 선보이는 노트북 그램 역시 이 테스트를 거쳤다.

LG전자가 출시한 보급형 스마트폰 LG
X4플러스
LG전자가 출시한 보급형 스마트폰 LG X4플러스

그런데 흔히 우리가 군사 표준규격 테스트라고 말하는 MIL-STD-801G는 어떤 항목을 테스트 하는 것일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군용 제품은 안락한 실내보다는 험한 전장에서 사용하는 만큼 내구성에 관한 신뢰도가 있어야 한다. 혹독한 환경에서도 제품이 올바르게 작동해야 하며, 외부 충격에도 손상돼서는 안된다. 이러한 장비를 검증하기 위해 나온 규격이 미 육군 개발시험통제소(U.S. Army Developmental Test Command)가 제정한 문서 'MIL-STD-810'이며, 이 문서에는 어떤 항목에서 어떤 방식의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지 표시돼 있다. 몇 번의 개정을 거쳐 나온 G버전은 1,086장의 문서이며, 크게 테스트 항목, 구체적인 테스트 방법, 전세계 기후에 따른 군수품 연구/개발/시험/평가 지침 등 세 가지 파트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인 테스트 항목은 고도(기압), 온도, 화학물질, 균류(곰팡이), 강우, 염수(소금물), 모래와 먼지, 태양광, 습도, 진동 등으로 다양한데, LG전자의 X4플러스는 이 중 충격, 진동, 고온, 저온, 열충격, 습도 등 6개 항목을 통과했다(G6는 14개 항목을 통과).

세부적인 테스트 내용을 훑어보면 충격 테스트의 경우 제품을 실제로 떨어트리며 진행한다. 4ft(약 1.2m) 높이에서 제품을 26번 떨어트리며, 한 번 떨어트릴 때마다 상태를 점검한다. 이 때 바닥은 콘크리트 위에 2인치 두께의 합판을 깐다. 합판이 군용 제품 운송 상황에서 가장 자주 떨어트릴 만한 곳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트리는 것과는 결과가 조금 다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화면이 깨질 수도 있다. 이 테스트의 목적은 떨어트린 상태에서도 올바르게 작동하는 것이지, 화면 깨짐 테스트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고온/저온 테스트는 극한의 온도에서 제품 작동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시험 환경은 마치 실제 상황처럼 낮과 밤을 바꾸거나 특정한 온도를 계속 유지할 수도 있다. 특히 겨울의 경우 두꺼운 옷이나 장갑을 착용하는 만큼, 이런 장비를 찬 상태에서도 제품을 올바르게 조작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과정도 있다.

열충격 테스트는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도 제품이 문제 없이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갑작스러운 변화는 1분 이내에 주변 온도가 10도 이상 오른 상태를 말한다. 제품이 견딜 수 있는 최저/최고 온도를 설정하고, 이 온도에 도달할 때까지 분당 3도의 속도로 테스트를 반복한다.

침수, 강우 등에 대한 테스트는 우리가 흔히 아는 IP 등급과 동일하다. 수심에 따라서 제품에 물이 스며드는지 파악하고, 24시간 동안 염수를 분사하고 24시간 건조시키는 것을 두 번 반복하는 등 혹독한 테스트를 거친다. 비가 오는 상황을 상정해 총 6개의 방향에서 30분씩 시속 64km의 속도로 물을 내뿜기도 한다. 참고로 군사 표준규격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이 항목을 통과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즉 충격에 대한 테스트는 통과했지만, 방수는 통과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LG G6의 경우 방진/방수 테스트를 통과한 반면, 이번에 출시한 LG X4플러스는 방진/방수 기능이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군사 표준규격 테스트는 이 제품의 내구도에 대한 검증이다. 가령 충격 테스트를 통과했다 하더라도 바닥에 떨어트렸을 때 화면에 흠집이 생기거나 깨질 수도 있다. 물론 이 상태에서도 작동은 한다. 또, 방진/방수 기능이 있다 하더라도 외부 충격 때문에 생긴 틈으로 물이 스며들 수 있다. 이러한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지, 꼭 그 환경에서 사용하라는 의미가 아님을 기억하자.

글 / IT동아 장수정(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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