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상현실 속에서 게임을 개발한다, HP Z VR 백팩PC
[IT동아 이상우 기자] 지난 2016년 타이완 타이페이시에서 열린 컴퓨텍스 2016에서는 VR과 관련한 높은 관심을 반영해 독특한 형태의 PC가 공개됐다. 일명 백팩 PC다. 등에 메는 가방 처럼 생긴 초소형 고성능 PC로, 책상 위에 놓고 사용하는 데스크톱에 긴 케이블을 연결하는 방식과 달리 달리 VR 헤드셋(HMD)를 짧은 케이블로 등에 맨 백팩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VR 게임 등 콘텐츠를 구동할 때 긴 케이블로 데스크톱 본체와 연결된 PC와 달리, 움직임이 자유롭다.
초기 VR 게임이 자리에 앉아서 진행하는 수동적인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HTC 바이브 등 사용자가 방 크기를 사전에 설정해두고 이 공간안에서 만큼은 자유롭게 움직이며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팩 PC는 VR이라는 장르에 잘 어울리는 기기다.
VR 게임이나 콘텐츠를 개발하는 개발자 역시 이러한 환경에 대응해 콘텐츠를 제작할 필요성도 생겼다. 즉 단순히 의자에 앉아서 작업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자신이 만든 가상현실 공간을 돌아다니며 개발한 게임을 테스트할 필요성도 생겼다. HP의 워크스테이션 'Z VR 백팩 PC'는 이처럼 역동적인 VR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을 위한 전문가용 제품이다.
Z VR 백팩 PC는 게임을 위해 제작한 타사의 백팩 PC와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우선 내장 부품이다. 게임용 그래픽카드나 프로세서가 장착된 게임용 백팩 PC와 달리, HP Z VR 백팩은 엔비디아 쿼드로 P5200, 인텔 vPro 프로세서 등 콘텐츠 제작을 위한 부품이 탑재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제품은 오늘날 현업에서 흔히 쓰이는 오토데스크 등의 소프트웨어 개발사로부터 호환성을 인증 받기도 했다.
도킹 스테이션을 갖추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단순히 등에 메고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도킹 스테이션에 본체를 끼우고 모니터와 키보드/마우스를 연결해 데스크톱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도킹 스테이션을 연결하면 USB 단자 5개, DP, HDMI, 유선 랜 등 다양한 단자가 추가된다. 데스크톱 환경에서 콘텐츠를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백팩 형태로 바꿔 개발한 콘텐츠를 즉시 테스트 해볼 수 있다.
본체에는 기본적으로 배터리가 내장돼 있다. 이 덕분에 도킹 스테이션에 연결해 작업하던 본체를 분리하더라도 전원이 꺼지지 않는다. 이 배터리가 유지되는 동안 도킹스 테이션에서 분리한 본체를 백팩 형태의 하네스에 부착하면 된다. 하네스에도 별도의 탈착식 배터리 두 개를 장착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여분의 배터리를 추가로 구매해 배터리를 교체해가며 백팩 형태로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이 배터리 충전기 역시 도킹 스테이션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만큼, 전원 케이블을 복잡하게 연결할 필요도 적다.
VR 헤드셋은 HTC 바이브가 기본 구성이며, 필요하다면 비즈니스 에디션으로 교체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 에디션의 경우 화면 재생 속도가 1안 기준으로 초당 45프레임이며, 이는 일반 HTC 바이브 VR 헤드셋보다 50% 정도 높은 수준이다. 즉 가상현실 콘텐츠를 더 부드럽게 표시할 수 있다.
원래 HTC 바이브는 PC와 연결하기 위한 별도의 허브가 필요하다. VR 헤드셋과 연결된 긴 케이블(USB, HDMI, 전력 공급)을 허브에 연결하고, 허브의 반대쪽 단자를 통해 PC와 연결하는 형태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케이블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탓에 자유롭게 돌아다니려 해도 케이블이 바닥에 끌리거나 발에 밟힌다. Z VR 백팩PC는 허브 없이도 본체와 VR 헤드셋을 직접 연결할 수 있는 1m 길이의 케이블을 기본 제공한다. 특히, 허브 없이도 본체 상단에 있는 단자에 전원, USB, HDMI 등을 직접 연결할 수 있는 형태로 디자인 했기 때문에 탈부착도 쉽다.
그렇다면 이 기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대표적인 것이 언리얼이나 유니티 같은 게임 개발 엔진이다. 이들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와 마우스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본 환경뿐만 아니라 VR 헤드셋을 쓰고 양 손에 컨트롤러를 쥔 상태에서 가상현실 공간에 직접 들어가 3D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아니라, 양 손에 쥔 컨트롤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마치 손으로 만지듯 3D 물체를 만들고 색을 입히고 효과를 넣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작업에 필요한 설정 창 역시 내가 보기 편한 높이와 방향에 열어 놓고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마치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이 홀로그램 설계도를 열어 이를 만지며 수트를 만드는 느낌이다.
동영상 편집 도구인 프리미어 프로 CC 역시 이러한 기능을 지원한다. 프리미어 프로 CC는 기본적으로 360도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여기에 유로 플러그인을 설치할 경우 VR 헤드셋을 착용한 상태로 360도 동영상을 직접 둘러보면서 이를 편집할 수 있다.
이밖에도 오토데스크 마야 같은 툴로 3D 캐릭터를 제작한 뒤 모니터만으로는 보기 어려웠던 부분을 직접 돌아다니며 확인해볼 수도 있다. 안전교육이나 각종 시뮬레이션 등을 위한 장비로 활용할 수도 있으며,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를 위해 현장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제품(모델 하우스 등)을 이런 기기를 통해 보여주는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 가능하다.
물론 게임도 된다. 기본적으로 HTC 바이브를 사용하기 때문에 스팀 등 VR 게임 플랫폼을 이용해 여러 게임을 설치하고 이를 실행할 수도 있다.
과거 콘텐츠 제작을 위한 워크스테이션은 거대한 데스크톱 형태가 대부분이었지만, 프로세서나 그래픽 카드의 성능이 강화되고 냉각 기술도 발달하면서 모바일 워크스테이션(노트북 형태)도 등장했다. 이 덕분에 책상뿐만 아니라 작업자가 원하는 곳 어디서든 콘텐츠 창작을 할 수 있게 됐으며, 조금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작업도 가능하게 됐다. HP가 내놓은 VR 백팩 역시 이런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는 제품이다. 단순히 앉아서 작업하는 것을 벗어나 가상현실 공간에 직접 들어가서 보고 느끼며 자신의 콘텐츠를 검증하고, 사용자 입장에서 불편한 점이나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게 된 셈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