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현의 신간산책] 2017년 마지막 산책, <인류는 어떻게 기후에...> 외
[IT동아]
올 한해 동안 매월 두 권의 신간을 소개했다. 선정 기준은 문학보다는 경제경영과 인문서적에 중점을 두었고, 책의 발견을 높이기 위해 유명한 저자나 베스트셀러는 가급적 지양했다.
지금까지 총 23권의 신간 속으로 독자들과 즐겁게 산책하다 보니 어느덧 2017년의 마지막 주 앞에 서있다. 즐거웠습니까?
이에 2017년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올해의 한국 출판시장을 돌이켜보면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한국사회였던 만큼, 현 사회의 부조리와 저항에 대한 날 선 시선들이 책으로 쏟아져 나왔고, 진실을 끈질기게 추적하기도 했으며, 변화의 갈망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이러한 고통 속에 반사적으로 서로 또는 각자의 아픔을 달래는 위로와 공감의 책들도 쏟아졌다. 우리 참 아팠다. 그리고 잘 버텨나가고 있다.
인공지능의 등장과 함께 기술 전환기를 맞은 시대 방황이 두드러진 한 해이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을 키워드로 앞으로 다가올 미래와 인간의 미래에 관한 전망서가 1년 내내 출간됐다. 이는 전세계의 현상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기술혁명을 앞두고 불안과 걱정 앞에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독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새로운 핀테크 기술과 가상화폐의 등장으로 지금까지 자본주의를 견고하게 지배하고 있는 독점적 금융시스템의 분열이 가져올 거대한 변화 또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는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SNS로 대표되는 초연결시대에 새로운 미디어 채널과 달라진 네트워크를 인지하고 적응하려는 노력들도 출간으로 표현됐다. 기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기존 방식으로는 반응하지 않는 마케팅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달라진 소비자의 마음은 어떻게 읽어낼 수 있는지부터, 작게는 개인의 일 처리 방식이 어떠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변화의 대홍수 속에서 길을 찾으려는 몸부림이 거셌다. 앞으로도 주의 깊게 관심을 가지고 변화에 올라타자. 파이팅!
올 해 마지막 산책에서는 매월 한두 권의 신간을 다뤄야 했기에 선정되지 못했던 책들을 몰아 소개한다. 일종의 에필로그다. 필자 개인의 아쉬움을 달래보려는 위안이기도 하다. 부디 독자 한 분이라도 덕분에 좋은 책을 발견했다는 기쁨을 느끼기를 기대한다.
< 인류는 어떻게 기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가? / 윌리엄 F.러디먼 / 에코리브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온난화의 주범을 우리는 200년 전 산업혁명이라고 알고 있다. 이 통념을 깨주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은 그보다도 훨씬
이전인 1만 2000년 전 '농업혁명'이 그 주범이라고 밝히고 있다. 럴수럴수 이럴수가! 아니 그 평화롭고 친환경적인 푸르른 농업이 왜?!
방대한 자료와 과학적 접근법으로 우리의 상식을 깨주는 과학서. 인류는 존재만으로 지구를 빛나게도 하지만 아프게도 한다. 이대로가면 어떻게 될까? 논문형식과 두께의 압박으로 가독성이 좋지는 않지만 충분한 가치를 담고 있는 책이다.
< 맥락을 팔아라 / 정지원 외 / 미래의창>
이제는 업종과 국가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누구든 세계를 무대로 자기 기업을 홍보하고 상품을 팔 수 있는 시대다. 반면에 그만큼 무차별,
무한경쟁 속에서 자신의 브랜드와 상품,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진 만큼 잡기도 힘들어진 시대,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해졌다.
'브랜딩' 관련 서적이 쏟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브랜딩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잔뼈가 굵은 실무진들이 현시대의 소비 맥락을 짚어주는 36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어떻게 브랜드 차별화를 꾀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해야 하는지, 풍부한 사례중심으로 그야말로 맥락을 짚어주고 있다. 살아남고 싶은 자, 읽어라.
< 단위로 읽는 세상 / 김일선 / 김영사>
이 책은 숫자에 비로소 구체 의미를 부여하는 수단인 '단위'를 통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측정, 감지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복잡한
단위들을 일상 속 장면을 통해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나아가 연관된 인문학적 지식까지 포괄적으로 흥미롭게 설명해준다.
특정 단위가 탄생된 배경 설명으로 단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인간이 사용하는 공통의 기준 단위를 살펴봄으로써 공존과 소통, 사회의 일체성에 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우리가 속한 문화권과 함께 타문화까지 이해하도록 관점의 확장을 가져다 주는 책이다. 생활 속 설명을 통해 공감대를 높이고 저자의 통찰력과 유머가 자연스럽게 가독성을 높인다. 일단 유익하다. 청소년에게도 권한다.
이 외에도 소개하고 싶은 책은 넘치고 넘친다. 독자도 잘 알겠지만 세상에는 좋은 책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차근차근 하나하나 새로운 세계를 접하며 자신이 깨어나고 성장하는 기쁨을 멈추지 않는 것, 그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
책 읽는 과정 안에서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고 자기 생각을 접하고 자신을 재정립해나가며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 그것이면 된다. 세상의 모든 책은 각각이 의미 있는 견해지만, 그것이 진리는 아니다. 남들이 많이 읽었다고 반드시 나도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무엇을 읽든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조명하고 자신을 받아들이며 중심을 잡고 조금씩 스스로 굳건해지는 것, 그것이 독서가 주는 축복이다.
황금빛 새해에는 우리 모두와 각자의 세계가 더 넓어지길 기대한다.
글 / 오서현 (oh-koob@naver.com)
국내 대형서점 최연소 점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책과 독자를 직접 만났다. 예리한 시선과 안목으로 책을 통한 다양한 기획과 진열로 주목 받아 이젠 자타공인 서적 전문가가 됐다. 북마스터로서 책으로 표출된 저자의 메세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오쿱[Oh!kooB]'이라는 개인 브랜드를 내걸고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를 연결하려 한다(www.ohkoob.com). 새로운 형태의 '북네트워크'를 꿈꾸며 북TV, 팟캐스트, 서평, 북콘서트MC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