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대로 만든 '완성형' 무한잉크 프린터, 엡손 L6190
[IT동아 김영우 기자] 무한잉크 방식의 프린터나 복합기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경제성'일 것이다. 본체를 사면 수천 매를 출력할 수 있는 대용량 잉크가 함께 제공되는데다 그 잉크가 떨어져도 저렴하게 보충만 해주면 그야말로 무한 출력이 가능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젠 경제성만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미 여러 업체에서 이런 제품을 팔고 있으니 뭘 선택해도 경제성은 좋다.
특히 초기형 정품 무한잉크 제품군은 저가형 잉크젯 프린터에 단순히 무한잉크 탱크만 달아놓은 듯한 형태가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 출력 품질이나 부가기능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무한잉크 제품군도 이젠 경제성뿐 아니라 프린터/복합기 본연의 성능이나 기능까지 제대로 제공할 때가 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출시된 엡손(Epson)의 2018년형 정품무한 시리즈(L4150, L4160, L6160, L6170, L6190 등), 그 중에서도 최상위 제품인 L6190는 주목할 만 하다. 인쇄나 복사, 스캔을 비롯한 복합기의 기본적인 기능 외에 팩스, 유무선 네트워크, ADF(자동연속원고공급장치), 대용량 하단 용지함 등, 기업 및 전문가를 위한 고급 기능을 빠짐 없이 갖췄다. 여기에 무한잉크 제품군 특유의 높은 경제성과 더불어 초기형 무한잉크 제품군에서 지적되던 아쉬움도 상당수 개선했다. 엡손에서 '완성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디자인 뿐 아니라 편의성까지 크게 개선된 잉크탱크
L6190를 비롯한 엡손의 2018년형 무한잉크 제품군의 디자인은 정말 많이 변했다. 사실상 사제 무한잉크 시스템과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외장형 잉크탱크를 이용하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제품은 내장형 잉크 탱크를 적용, 시각적으로 깔끔할 뿐 아니라 좌우 길이도 짧아져서 공간활용성도 좋아졌다. 좁은 실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소규모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환영 받을 만 하다.
단순히 잉크 탱크를 내장형으로 바꾼 것에 그치지 않고, 잉크의 주입 편의성도 크게 향상되었다. 탱크에 통을 꽂아두기만 하면 저절로 주입이 되며, 적정량까지 수위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주입이 중단된다. 특히, 이번 신제품을 위해 새로 출시된 T03Y 규격의 잉크 통은 프린터의 잉크 탱크에 꽂지 않으면 뚜껑을 열고 통을 뒤집어도 잉크가 새지 않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각 컬러 별 잉크 주입구의 모양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A색 잉크 탱크에 B색 잉크 통을 꽂고 주입하는 실수를 원천 차단했다. 잉크 통을 쥐어 짜며 힘들게 잉크를 넣어야 했고, 실수로 잉크를 흘리거나 각기 다른 잉크가 섞일 위험도 있던 전작 및 타사 제품들의 단점을 대부분 개선했다. 잉크탱크 구조의 완성도를 따지면 전작은 물론, 경쟁사 제품보다 확실히 앞선다.
참고로 이번 2018년형 엡손 무한잉크 제품군은 잉크의 통 뿐 아니라 성분도 달라졌다. 전작은 4색(검정, 노랑, 빨강, 파랑) 모두 염료 잉크를 이용했으나, 이번 신제품은 검정 잉크가 안료 성분으로 바뀌었다. 안료는 염료에 비해 수분에 강하고 변색이 잘 되지 않아 텍스트 문서 인쇄에 적합하다. 실제로 L6190로 출력한 텍스트 문서에 물을 부어보니 글자가 거의 번지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검정 외의 컬러 잉크는 색상 표현능력이 좋은 염료 성분 잉크를 이용한다.
검정 잉크의 용량은 127ml, 컬러 잉크의 용량은 각 70ml로, 흑백 최대 7,500매, 컬러 최대 6,000매의 출력이 가능하다. 2017년 12월 엡손 공식 몰 기준, 한 통에 검정 11,600원, 컬러 6,800원에 팔리고 있는데 1 장당 1.54원 남짓의 잉크 비용(검정 기준)이 소모되는 셈이다. 경제성 측면에선 일반 잉크젯과 비교가 되지 않으며, 어지간한 레이저 프린터보다 좋다. 참고로 본체와 함께 잉크 한 세트(검정, 노랑, 파랑, 빨강)가 제공되며, 이 번들 잉크도 별도로 판매되는 것과 같은 용량이므로 본체 구매 후 한동안 추가 비용이 들 일은 없을 것이다.
ADF에 자동양면 인쇄, 대용량 용지함까지
잉크 관련 개선은 이번 신형 시리즈 공통이지만, 각종 부가기능의 충실함은 L6190만의 경쟁력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시 상단에 일반 A4 평판 스캐너 외에도 ADF까지 갖췄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대 30매(A4 용지 기준)의 원고를 적재해 연속적으로 빠르게 자동 스캔이나 복사가 가능하다. 복사 수요가 많은 사무실이라면 빼 놓을 수 없는 기능이다. 특히 L6190의 ADF는 평상시에 숨겨져 있다가 상단 커버를 젖히면 나타나므로 보기에도 깔끔하다.
용지 적재 구조도 개선이 되었다. 전작에선 적재량이 적고 용지가 휘어질 우려도 있는 상단 용지 트레이만 있어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번 신형 제품군 중 L6160과 L6170, 그리고 L6190에는 하단에 대용량 용지 트레이가 적용되었다. L6190은 일반 A4 용지 기준 250매까지 적재가 가능하므로 사무실에서 특히 환영할 만 하다.
그 외에 자동 양면 인쇄 기능을 지원하는 것도 장점이다. 한쪽 면을 우선 인쇄한 후, 이를 자동으로 다시 빨아들여 반대편까지 인쇄 후 출력한다. 양면 인쇄를 할 때 일일이 용지를 뒤집을 필요가 없으므로 편리하다.
편의성과 디자인 모두 살린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
본체 후면에는 PC 연결용 USB 포트 및 팩스 연결용 전화 포트(입/출력), 그리고 인터넷 연결용 유선랜 포트가 달려있다. 그 외에 내부적으로는 와이파이 연결을 위한 무선랜 기능도 내장했다. 그 외에 눈에 띄는 점이라면 유지보수를 위한 후면 패널의 분리 기능이 있다는 점이다. 걸린 용지를 제거해야 할 때 유용한 기능이다.
본체가 다양한 기능을 품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합 제어하는 인터페이스의 구성이 중요하다. L6190는 본체 전면에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를 갖췄다. 물리적인 버튼은 2개(전원, 도움말) 뿐이라 시각적으로 깔끔하다. 복사 스캔, 팩스와 같은 주요 기능 외에도 유지보수나 와이파이 연결과 같은 다양한 기능을 터치스크린으로 제어할 수 있다.
집 밖에서도, 해외에서도 원격 출력 가능?
네트워크 관련 기능도 상당히 충실하다. 일반적인 프린터/복합기에 탑재된 네트워크 기능은 사무실 내에서 복수의 PC에서 프린터 공유를 할 때, 혹은 와이파이 신호를 공유하는 근거리의 스마트폰으로 원격 출력을 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L6190는 위와 같은 기본적인 근거리 네트워크 기능 외에도 인터넷이 가능한 환경이면 어디서나 원격 출력을 할 수 있다. 엡손 커넥트(Epson Connect)를 통해 기기를 등록하면 L6190에 고유의 이메일 주소가 부여되는데, 여기에 이메일을 직접 보내는 방식으로 어디서나 문서나 이미지의 원격 출력이 가능하다.
그 외에 모바일 앱이나 구글 클라우드 프린트 기능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가능한 Epson iPrint 앱, 혹은 구글 클라우드 프린트용 플러그인을 모바일 기기에 설치한 후, 네트워크에 L6190을 등록하면 된다. 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이나 문서를 L6190로 원격 출력할 수 있다. 와이파이는 물론, 3G나 LTE 통신에 접속한 상태에서도 원격출력을 할 수 있으므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 나간 상태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체험해 본 출력 품질은?
출력 관련 사양의 경우, 최대 해상도는 4,800 x 1,200 dpi, 출력 속도는 표준 문서 기준 흑백 15.0 ipm, 컬러 8 ipm 수준이다(잉크절약 모드에선 흑백 33ppm, 컬러 20 ppm). 이는 최근 판매되는 일반적인 가정용 잉크젯 프린터에 준하는 수치다. 물론, 프린터의 수치적 사양과 실제 체감하는 출력 품질은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참고 정도만 하자.
실제로 L6190를 이용해 문서와 사진을 출력하며 실질적인 능력을 가늠해봤다. MS워드로 작성한 일반적인 A4 규격 흑백 텍스트 문서의 경우, 표준 모드에선 최초 1매를 출력하는데 약 9초, 그 다음부터는 약 6초에 1매씩 출력되는 것을 확인했다.
< 표준 모드>
< 고품질 모드>
< 잉크절약 모드>
그리고 고품질 모드에선 최초 1매에 31초, 이후부터는 약 26초 정도가 걸렸으며, 잉크절약 모드에선 최초 약 8초, 이후부터는 약 2초에 1매씩 빠르게 출력이 된다. 고품질 모드는 품질 대비 출력 속도가 썩 좋은 편이 아니라 어지간하면 쓰지 않게 될 듯 하다. 표준모드가 속도와 품질의 균형이 좋으니 이 쪽을 추천한다.
사진도 출력해봤다. 엡손 L6190가 본래 사진 출력에 특화된 제품은 아니지만, 최근 출시되는 잉크젯 제품들은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이미지 묘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 제품 역시 기대가 된다. 그리고 이전에 나왔던 엡손의 무한잉크 제품군들은 용지 가장자리 여백 없이 결과물을 출력하는 기능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나온 2018년형 제품들은 여백 없는 출력 기능을 지원하므로 사진 출력용으로 한층 활용도가 높아졌다.
4x6 규격 광택용지를 이용해 사진을 출력해보니 표준 모드에선 1매 당 약 1분 36초, 고품질 모드에선 약 2분 34초가 걸렸다. 출력 속도 자체는 아주 빠르거나 느리다기보다는 최근 팔리는 잉크젯 프린터의 평균에 가깝다.
< 원본 이미지>
< 표준 모드>
< 고품질 모드>
결과물의 품질을 확인해보니 6색 잉크 기반 포토 프린터에 맞먹는 수준은 아니지만, 가정용 앨범에 꽂아두고 충분히 즐길만한 품질은 된다. 아주 가까이에서 보면 다소의 자글거림이 느껴지긴 해도 표준 모드에선 사진과의 거리 20cm 내외, 고품질 모드에선 15cm 내외에서 감상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 아주 작은 티끌까지 신경 쓰는 민감한 사용자가 아니라면야 충분히 납득할만한 출력 품질이다.
정품무한잉크 제품군도 이젠 고성능 / 다기능으로 승부
사실, 정품무한잉크 제품군은 프린터 제조사 입장에서 '계륵' 같은 존재였다. 소비자 입장에선 경제성이 높으니 매력적이지만, 잉크를 비싸게 팔아 수익을 높여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선 이 시장이 커지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 때문인지 초기형 정품무한잉크 제품군은 경제성만 좋을 뿐, 디자인이나 기능, 성능 면에서 뭔가 성의가 없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이젠 무한잉크 제품군이 시장의 주류가 되면서 제조사들 역시 정신을 바짝 차린 것 같다. 특히 이번에 살펴본 L6190를 비롯한 엡손의 2018년형 제품들은 이전 제품의 아쉬웠던 점을 대부분 개선했으며, 부가기능 역시 제대로 갖췄다. 단지 경제성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던 이전의 제품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2017년 12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 엡손 L6190은 34만 9,000원에 팔리고 있다. 무한잉크 제품군 특유의 높은 경제성과 더불어 팩스, ADF, 대용량 용지함 등, 사무실의 전반적인 업무에 대응할 수 있는 다기능 복합기를 원한다면 무난히 구매를 고려할 만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