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IT총결산] '업그레이드는 멈추지 않았다' 2017년 디지털카메라 시장
[IT동아 강형석 기자]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지난해와 큰 차이 없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일부 제조사를 중심으로 실험적인 제품과 함께 기존 출시 제품들의 후속기가 속속 등장하면서 반전을 꾀하려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들 제품들은 이전 세대 라인업과 비교해 화소와 이미지 프로세서가 업그레이드 됐고 일부는 초점이나 반응속도 등에 개선을 이뤄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소니는 1인치 센서의 활용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는 눈치다. 하반기 공개한 RX0가 대표적 사례. 액션캠에 가까운 형태지만 그 자체의 성능으로 보면 RX100 시리즈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들의 첫 시도는 이 제품을 가장 큰 센서를 탑재한 액션캠으로 만들어버렸다는 점. 한편으로는 센서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도전이기도 했다.
이어 니콘은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니콘의 일안반사식(SLR) 카메라는 1959년, 니코르 렌즈는 1932년부터 시작됐지만 그 뿌리는 1917년에 설립한 일본 광학 공업 주식회사에 있다. 한 세기를 광학 기술에 매진하며 다양한 카메라와 관련 상품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보면 의미 있는 한 해다. 그러나 현재 니콘은 안팎의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시장에 우뚝 설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러리스의 반란
올해는 미러리스 카메라의 활약이 두드러진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소니에서는 사진 전문가 시장을 겨냥한 A9 시리즈를 공개한데 이어 고화소 기반인 A7R의 3세대 제품(A7R M3)을 하반기에 선보이기도 했다. 모두 플래그십 라인업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플래그십 DSLR 카메라는 침묵했다. 출시된 시기가 오래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동계 올림픽이 가까운 상황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출시는 소니 외 브랜드에서도 다양하게 전개됐다. 후지필름은 중형 판형에 해당하는 645 규격에 기반한 GFX 50S를 선보였는데, 핫셀블라드와 마찬가지로 주목은 받았지만 기존 카메라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브랜드 인지도 때문이다.
캐논은 EOS M6과 EOS M100을 차례대로 선보이며 시장에서 선전했다. 소니가 100만 원대 이상 중고가 라인업에 집중하는 사이, 캐논은 100만 원대 이하 중저가 라인업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 올림푸스, 파나소닉도 꾸준히 신제품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올림푸스는 OM-D E-M10 M3, 파나소닉은 GH5 등을 연내 공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니콘을 제외하면 미러리스를 개발하는 카메라 제조사 대부분이 신제품을 선보였다.
사실 미러리스 카메라의 발전은 놀랍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 2년 사이에 DSLR을 위협하거나 그에 준하는 수준의 성능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크기를 줄이는 대신 주요 기능을 센서나 기타 외적인 요소에 기대어 DSLR 대비 성능적 이점은 적었다. 그러나 반도체 기술의 진전으로 센서 기본 성능의 향상은 물론 DSLR에 쓰는 초점 센서까지 도입하는 등 DSLR 못지 않게 되었다.
이런 기술 향상의 정점에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꼽자면 A9라 하겠다.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에 디램(DRAM)을 집적해 반응 속도를 끌어올렸다. 그 동안 카메라는 센서에서 받은 빛이 기판에 장착된 메모리를 거쳐 이미지 처리 엔진으로 전달되는 구조였다. 이 거리를 크게 줄여 처리 및 반응 속도를 높인 것이 A9 센서 기술의 핵심이다. 향후 이런 미세 공정 및 반도체 집적 기술을 동원한 형태로 크기를 줄이고 성능은 높여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자세 낮춰 미러리스의 빈틈 노린 DSLR
미러리스가 높은 곳을 바라볼 때 DSLR 카메라는 오히려 낮은 곳을 바라봤다. 중보급기 위주의 라인업을 전개한 이유에서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가격이 중급형 100만~300만 원대 이상, 플래그십 기준 500만 원대 이상을 호가할 때, DSLR 카메라는 중보급형 100만~200만 원대 이하, 풀프레임은 중급형 300만 원대 전후라는 가격대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니콘은 D7500과 D850, 캐논은 EOS 6D 마크2와 EOS 200D 등을 선보이며 DSLR 카메라의 자존심을 지켰다. 캐논 EOS 200D는 보급기 시장 강자였던 EOS 100D의 뒤를 이은 후속 제품으로 기존 장점은 유지하면서 새 이미지 프로세서를 추가해 성능을 끌어올렸다. EOS 6D 마크2는 풀프레임 DSLR 입문기로 인기를 얻었던 EOS 6D의 후속이다. 기존의 단점이었던 초점 성능을 대폭 개선하고 화질도 높였다. 하지만 가격대를 220만 원대로 설정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D7500은 니콘의 준중급기로 D500의 장점을 이어 받으면서 편의성을 강화한 카메라다. D850 역시 고화소 DSLR 카메라 라인업 D810의 후속으로 4,575만 화소와 4K 촬영 등 성능이 강화됐다. 새로운 엑스피드 이미지 프로세서로 화소 대비 고감도 촬영과 다양한 고급 촬영 기능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편, 비교적 움직임이 활발했던 미러리스와 DSLR 카메라와 달리 프리미엄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한 박자 쉬어가는 느낌이 강했다. 소니와 캐논 정도가 신제품을 내놨고 니콘은 이 시장에 대응하려고 개발 중이던 DL을 포기하는 일이 있었다. 시장에서 기대주로 꼽히던 제품이었기에 그만큼 아쉬움도 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