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IT총결산] 휴대 오디오 시장의 2017년은 '무선과 노이즈 캔슬링'
[IT동아 강형석 기자] 2017년 휴대 오디오 시장은 지난해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24비트/96kHz 대역의 소리를 재생하는 고해상 오디오에 대응했다는 점에서 보면 비슷하지만 기술적인 요소나 시장 공략 측면에서 보면 차이를 보였다. 대중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초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하고 주류 브랜드들의 2017년 시장 흐름을 살펴보면 무선과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주를 이뤘으나 하나 더 추가하자면 중저가라는 일부 공통적인 요소들이 눈에 띄었다. 여기서 중저가라고 함은 20~70만 원대 제품군을 의미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무선은 강세였다. 하지만 중저가 중심에서 고해상 음원을 무선으로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주로 aptX 또는 aptX HD와 같은 고대역 오디오 전송 기술에 주목했다. 소니는 자체 코덱 기술인 LDAC을 보유하고 있어 중고급 라인업에 적극 채용했다.
유선 이어폰/헤드폰의 출시도 꾸준했다. 이들은 주로 고음질 재생을 강조했지만 라인업을 다양하게 구축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흥미롭게도 올해는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많이 적용되기도 했다. 지난해 소니가 차세대 소음 억제 기술을 담은 센스 엔진을 공개했고, 이를 MDR-1000X 시리즈에 적용한 이후부터다. 중요한 것은 이들 기술과 고음질에 대응하면서도 플래그십이 아닌 중저가 라인업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이 시장이 더 치열해졌음을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선 그리고 노이즈 캔슬링 기술의 대중화
2017년 휴대 오디오 시장의 주요 흐름을 보면 크게 무선과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다. 최신 블루투스 기술을 적용하면서 음질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대거 억제, 재생시간은 크게 늘린 것은 물론이고 자연스레 오디오 제조사들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음질적 요소를 적용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유선에 집중하는 몇몇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무선 제품을 선보였을 정도다.
무선 기술은 다양한 제품 형태를 완성하는데 도움을 줬다. 완전 무선인 코드프리(Code Free)형 제품이 대표적이다. 과거 출시된 애플 에어팟, 기어 아이콘X에 소니 WF-1000X이 합류해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슷한 유형의 제품이 많이 출시되면서 유난히 주목 받은 한 해로 기억될 듯 하다.
하지만 코드프리형 제품은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선이 없어 간편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아직 배터리 지속 시간이나 충전의 번거로움이라는 약점이 존재하기 때문. 제조사들은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이 부분이 아쉽게 느껴진 소비자라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과거 일부 브랜드만 적용했을 정도로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소니가 지난해 MDR-1000X 시리즈를 선보인 이후 여러 오디오 제조사들이 대거 적용하는 분위기다. 젠하이저, 비츠, 뱅앤올룹슨, 보스 등 유명 오디오 브랜드를 시작으로 중저가 제품들에도 일부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지난해는 개선된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주목을 받았다면 올해는 이것이 점차 대중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최근 오디오 브랜드들이 내세우는 것은 능동형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다. 소음 상태 또는 환경에 따라 자연스레 소음을 제거하겠다는 이야기다. 소니는 1000X 시리즈에 관련 기술을 적용해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이어 비츠도 주변 상황을 빠르게 인지해 소음을 억제하는 기술을 비츠 스튜디오 3 와이어리스에 적용하기도 했다.
플래그십보다 중저가에 눈 돌리다
2017년 휴대 오디오 시장의 또 다른 키워드는 중저가였다. 지난해에는 유난히 플래그십 라인업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대중이 비교적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제품들이 출시됐다. 일부 브랜드들은 음질은 확보하면서도 10만 원대 전후의 라인업을 선보이기도 했고 프리미엄 브랜드는 30~50만 원 사이의 라인업을 확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일부 최상위 라인업을 공개하기도 했지만 수백만 원을 호가할 정도의 가격을 책정하지 않은 브랜드도 있었다.
플레이어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코원이 올 상반기에 선보인 플레뉴 2는 뛰어난 성능과 완성도를 갖췄으면서도 149만 원이라는 가격대를 제시해 주목을 받았으며, 아스텔앤컨도 에이앤울티마(A&Ultima)를 제외하면 AK70 MK2나 칸(KANN)은 89만 원대에서 129만 원에 책정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도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 아니었다는 점도 두드러지는 부분.
이는 고해상 음원 시장이 소수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일반 소비자들이 수백만 원의 비용을 쉽게 지불할 수 없기 때문에 약간의 성능은 확보하면서도 최적의 경험이 가능하도록 중저가 라인업을 선보인 셈이다. 시장 확대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