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도 끝났고, PC 업그레이드나 해 볼까?
[IT동아 이상우 기자] 흔히 아는 것처럼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에는 많은 기업이 자사의 주요 제품을 크게 할인해 판매한다. 이는 단순히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해당한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이다. 대표적인 PC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의 경우 신작 게임은 보통 50%, 오래된 게임은 90%까지 할인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게임 애호가라면 이 기간을 노려 평소 하고 싶었던 게임을 구매한다.
올해의 경우 2018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시험이 끝나는 날과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이 겹치게 됐다. 지금까지 고생한 수험생이라면 수능이 끝나자 마자 시작된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게임을 구매했을 만하다. 어쌔신 크리드 : 오리진, 배틀그라운드, 이블위딘2 등 하나 같이 '갓겜'이라 부를 만큼 재미있지만, 막상 구매하고 보니 권장 사양이 내 컴퓨터와 비교해 너무 높아서 그래픽 설정을 낮추고 게임을 실행해야 한다. PC를 업그레이드 해야 할 적당한 시기다.
최근 프로세서, 그래픽 카드 등 주요 PC 부품 신제품이 등장하면서 보다 높은 성능을 낼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이전 세대 제품 가격까지 조금씩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비싸지만 최고 사양의 조립PC부터 합리적인 고성능 PC까지 만들 수 있다.
인텔이 최근 출시한 8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이전 세대 프로세서와 비교해 물리 코어 수가 늘어나면서 멀티태스킹에 강해졌다. i3 모델이 2코어 4스레드(7세대)에서 4코어 4스레드로 바뀌었고, i5는 4코어 4스레드(7세대)에서 6코어 6스레드로 늘어났다. I7 모델은 4코어 8스레드(7세대)에서 6코어 12스레드로 크게 향상됐다. 단순한 성능을 비교했을 때 7세대 코어 i5 프로세서와 8세대 코어 i3 프로세서의 성능이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온 셈이다.
최근 등장하는 게임은 멀티 코어 프로세싱을 지원하며, 일례로 요즘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최대 6개의 코어를 활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게임을 구동할 때 그래픽 카드의 성능이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최근에는 현실과 비슷한 물리엔진, 자연스러운 캐릭터 뼈대의 움직임, 게임 속 NPC의 인공지능 향상 등을 위해 프로세서의 성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오픈월드 장르의 경우 멀리 있는 지형이나 사물을 표시하는 데도 프로세서의 성능이 필요하다.
8세대 i3는 7세대 i5와 코어 수가 같으며 클럭은 약간 높아졌다. 즉 i3의 성능이 조금 더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유통 가격은 7만 원 정도 저렴하다(7세대 i5는 20만 원 정도다). 8세대 i5의 경우 7세대 i5보다 코어가 두 개나 늘어났으며, 클럭도 높다. 물론 가격은 7세대보다 6만 원 정도 도 비싸다. 단순한 가성비를 원한다면 8세대 i3를 선택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8세대 i5 이상을 선택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유는 메인보드 때문이다.
현재 8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위한 메인보드는 고급형이 대부분이며, 보급형 메인보드는 내년쯤 출시될 예정이다. 고급 메인보드에 i3 프로세서를 장착한다면 마치 은으로 된 접시에 인스턴트 식품을 올려서 먹는 느낌이다. 때문에 메인보드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하고, 높은 성능을 내고 싶다면 8세대 i5 이상의 프로세서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조금 더 기다릴 수 있다면 향후 보급형 메인보드가 등장할 때 8세대 i3 프로세서를 선택해 합리적인 게임용 PC를 만들면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8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물리 코어 수가 전반적으로 늘어나, 이전 세대 프로세서보다 멀티 태스킹에 유리하다. 최근 게임을 할 때는 단순히 게임만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음성 채팅 소프트웨어를 함께 사용하거나 자신의 게임 장면을 녹화/실시간 송출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8세대에서 늘어난 코어 수는 이러한 게임 동향에 더 잘 어울린다.
그래픽 카드의 경우 최근 지포스 GTX 1080 Ti와 GTX 1070 Ti가 출시되면서 이전 제품인 GTX 1080과 GTX 1070의 가격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GTX 1070Ti는 GTX 1080와 비교해 5~10만 원 정도 밖에 차이 나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비용만 더 추가한다면 최근 출시된 게임 대부분을 쾌적한 성능으로 구동할 수 있다. 실제로 GTX 1080 급의 그래픽 카드라면 UHD 해상도가 아닌 이상 거의 모든 게임을 초당 60프레임 이상으로 표시할 수 있으며, 최근 FPS 게임에서 주목 받는 144Hz의 고주사율 모니터도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PC 부품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 더 떨어지고, 내가 구매한 것보다 더 좋은 성능을 내는 부품도 언젠가는 출시된다. 조금 기다렸다 더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현명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오죽 했으면 내 인생에서 최고의 PC를 구매하려면 죽기 직전에 사야 한다는 말도 있겠는가. PC 업그레이드에 가장 적절한 시기는 당신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