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AMD의 '마당발' 행보, 적과의 동침까지?
[IT동아 김영우 기자] 2017년은 AMD에게 있어 고무적인 해였다. 특히 PC용 신형 CPU인 라이젠(RYZEN) 시리즈가 높은 성능을 어필, 소비자들에게 존재감을 과시하는데 성공했다. 경쟁제품인 인텔의 7세대 코어 시리즈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코어를 제공하는 것 외에, 인텔에 크게 뒤지던 코어 당 성능도 상당부분 만회한 덕분이다. 수 년간 CPU 성능 향상이 거의 없었던 인텔 코어 시리즈가 올해 하반기에 출시된 8세대 제품부터 코어의 수를 늘린 것도 AMD의 추격과 아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더 많은 코어와 GPU 지원으로 서버 시장 겨냥
주력 사업인 PC용 CPU 외의 부문에서도 AMD의 마당발 행보가 주목을 받았다. 인텔 제온(Xeon) 시리즈의 기세가 압도적인 서버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AMD는 에픽(EPYC) CPU를 내놓으며 반격의 시동을 걸었다. AMD 에픽 프로세서는 최대 32 코어 / 64 쓰레드를 갖춘 것 외에 CPU 1개당 최대 6개의 GPU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수의 GPU를 조합한 병렬연산으로 성능 향상을 꾀하는 최근 서버 시장의 추세를 고려한 것이다.
PC보다 콘솔 게임기 시장에서 더 잘 나가는 AMD?
그 외에 PC용 GPU(그래픽카드의 핵심 칩)인 라데온 RX 500 시리즈 및 베가(Vega) 시리즈가 출시된 것도 관심거리였지만 이보다 더 주목 받은 건 PC 외의 영역이다. AMD는 이미 2013년에 출시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PS4),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원 등의 주요 콘솔게임기용 CPU와 GPU를 공급한 바 있다. 최근에 출시된 신형 모델인 플레이스테이션4 프로, 엑스박스 원 X용 CPU와 GPU 역시 AMD에서 공급한다. 전 세계 콘솔 게임기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양사 제품의 핵심 사양을 AMD에서 모두 책임지는 셈이다.
인텔은 이제 협력자? '적과의 동침'도 과감하게
이러한 흐름에 더해 최근의 AMD는 아예 '적과의 동침'도 꺼려하지 않는다. 지난 6일, 인텔은 자사의 CPU와 AMD의 라데온 GPU, 그리고 고성능 메모리인 HMB2를 결합한 새로운 프로세서인 '코어-H' 시리즈를 공개했다. 노트북용으로 선보일 예정인 이 제품은 별도의 그래픽카드 탑재 없이도 높은 그래픽 처리능력을 기대할 수 있으며, 제품 크기 및 소비전력을 줄이는데도 유리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코어-H 시리즈는 코어 i7-8705G, 코어 i7-8706G, 코어 i7-8809G 등의 모델명으로 2018년 상반기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비공식적으로 돌고 있는 벤치마크 데이터 중에는 경쟁사인 엔비디아의 노트북용 지포스 GTX 1050~1060 수준의 게이밍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를 통해 원활한 게임 구동이 가능하면서도 휴대성이 높은 슬림형 게이밍 노트북이 등장할 수 있다.
최근의 AMD는 단순히 자사 제품의 판매량을 높이는 이상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더 우선하고 있다. 수 십년간 인텔, 엔비디아와 같은 업계의 강호들과 정면승부를 해왔던 AMD의 달라진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