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공중에 뜬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 LG전자 PJ9 스피커
[IT동아 이상우 기자] 중력을 이기고 공중에 떠있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무협 소설에는 수련을 많이 한 도인이 이 명상을 하면서 공중에 떠오르는 장면을 묘사하기도 한다. 일명 '공중부양'이다. 과거 17대 대선에 출마했던 후보 중 한 명은 자신의 능력 중 하나를 공중부양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가 설명하는 공중부양 방법은 우선 양쪽 발이 모두 무릎 위로 올라와 발바닥이 하늘을 보는 가부좌를 틀어야 한다. 한 쪽 다리를 올리고 남은 다리를 올릴 때는 손이 아닌 정신력으로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공중부양 시 떨어지는 일에 대비해 손을 아래로 쭉 펴야 하며 이 자세로 명상을 하면 일반인은 최대 40cm까지 공중에 뜰 수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이 방법으로 성공했다고 하는 일반인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공중부양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일을 과학으로는 쉽게 해낼 수 있다. 바로 같은 극의 자석이 서로를 밀어내는 힘을 이용한 자기부상 기술이다. 이를 이용하면 물체가 허공에 떠 있는 공중부양이 가능하다. LG전자가 이런 기술을 적용해, 허공에 떠서 작동하는 스피커를 출시했다. 정식 명칭은 '포터블스피커 PJ9'이지만, 공중부양 스피커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
출고가는 36만 9,000원으로 블루투스 스피커로서는 비싼 편에 속한다. 가격이 부담스럽게 느껴 지겠지만, 스피커 본체가 천공의 성 라퓨타처럼 허공에 떠서 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면 구매욕을 자극한다. 이제 집에서 경제권을 가진 사람을 설득할 차례다.
"우리 이거 사자"
"왜?"
"공중에 뜨니까"
"공중에 뜨는 것 말고 어떤 장점이 있어?"
"공중에 뜬다니까?"
"그러니까 공중에 떠 있는게 뭐가 좋냐고!"
그렇다. 단순히 공중에 떠있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소비자도 있다. LG전자의 공중부양 스피커는 단순히 공중에 떠있는 것 외에도 스피커의 기본인 소리 역시 충실하다. PJ9은 소리를 내는 스피커와 공중부양 기능을 맡고 있는 스테이션으로 구성돼 있다. 이 스테이션은 단순히 스피커를 띄우는 것뿐만 아니라 서브우퍼의 기능과 스피커를 무선으로 충전해주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우퍼의 울림이 상당히 좋아서 중저음이 깊은 음악을 재생하면 이를 올려놓은 책상에서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다.
전체적인 음질은 아주 우수하다. 스테이션과 연결하면 서브우퍼가 작동해 중저음의 깊은 맛을 더해준다. 고음 처리도 깔끔하다. 고음역을 청아하게 재생하는 맛은 조금 부족하지만, 어떤 악기가 함께 연주 중인지 구분할 수 있을 만큼 표현력이 좋다.
스피커는 스테이션 없이도 단순한 블루투스 스피커처럼 별도로 사용할 수 있다. 스피커는 360도 모든 방향으로 소리를 내보내는 무지향성 스피커기 때문에 스피커를 어디에 놓든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스피커 내부에도 두 개의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갖춰, 스피커만 단독으로 사용할 때도 중저음을 깊이감 있게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진동은 느껴진다. 하지만 공중부양 스테이션(서브우퍼)의 진동이 인상깊은 만큼, 상대적으로 스피커 본체의 약한 진동은 아쉽다. 이밖에 스피커는 IPX7의 방수 등급을 갖춰 1m 수심에서도 30분 까지 버틸 수 있다.
스피커만 단독으로 쓰기에는 한 가지 애로사항이 있다. 스피커 자체에도 공중부양을 위한 자석이 내장돼 있기 때문에 아무 곳에나 놓기 어렵다. 근처에 전자기기나 신용카드 등 자석에 손상을 입는 물건을 두면 절대로 안된다. 특히 필자의 경우 철제 테두리로 된 책상을 쓰기 때문에 스피커를 옮기다 책상 모서리로 끌려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블루투스 스피커로만 사용할 때는 철로 된 벽면이나 프레임 등에 붙여서 스피커를 사용할 수도 있다.
스피커의 전원을 켜고 스테이션 한 가운데 올려놓으면 두 기기가 서로 무선 연결되면서 부착된고, 이 때부터 스테이션의 우퍼 기능이 작동한다. 참고로 스피커의 전원을 켜지 않은 상태로는 스테이션에 올려놓을 수 없다. 자석의 서로 밀어내는 힘만 작용하기 때문이다.
스피커를 스테이션에 올려놓은 후, 스테이션에 있는 공중부양 버튼을 누르면 몽환적인 소리를 내면서 서서히 떠오른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 미지의 존재가 우주선을 타고 떠오르는 느낌이다. 스피커에서 발생하는 진동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회전하도록 제작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스피커가 공중에 뜬 상태에서 조금씩 좌우로 회전하기 때문에 더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살짝 밀거나 눌러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너무 세게 치면 스피커가 떨어진다. 실제로 제품 사용 설명서에도 공중에 떠있는 스피커를 손으로 만지지 말라고 돼 있다. 하지만 알고있다. 당신은 분명 공중에 떠있는 스피커를 손으로 찔러보고 회전시켜볼 것이다. 그리고 신기하다며 스피커와 스테이션 사이에 손가락도 집어넣어볼 것이다. 이 때문에 스피커가 스테이션에 자꾸 떨어지고 언젠가는 망가지게 된다.
때문에 최대한 안전하게 만지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윗 부분을 건들면 좌우로 많이 흔들리기 때문에 바닥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아래쪽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여기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흔드는 정도로는 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이 것은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제품을 구매하는 다른 사람에게 권장하는 방법이 절대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될 수 있으면 사용 설명서 대로 공중에 떠있는 스피커를 만지지 말자. 특히 스피커와 스테이션 사이에 자석에 붙는 물체를 넣는다면 스피커가 즉시 떨어지니 주의하자.
앞서 말한 것처럼 스피커는 스테이션에 올라가 있을 때 무선으로 충전된다. 사용자가 직접 공중부양 버튼을 누르면 스피커가 서서히 착지하면서 충전을 시작하며, 배터리가 부족할 경우에는 자동으로 착지한다. 물론 충전 중에도 소리는 계속 난다. 무선 충전 외에도 스피커에 있는 USB 단자에 직접 마이크로USB 케이블을 꽂아 충전할 수도 있다. 만약 스테이션과 분리해 스피커만 단독으로 사용한다면 이 단자를 이용해 충전해도 되겠다.
사실 스피커가 공중에 떠있다고 해서 그냥 사용했을 때보다 음질이 더 좋아지지는 않으며, 시각적으로 독특한 느낌을 주는 것 외에 큰 이점은 없다. 이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많은 사람이 공중에 뜨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물어보더라. 하지만 필자는 말하고 싶다. 준수한 성능을 가진 블루투스 스피커가 공중에 뜬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