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킹 2.0 'KB 리브똑똑'에는 어떤 인공지능이 적용되어 있을까
[IT동아 강일용 기자] 인터넷의 흐름이 웹에서 메신저로 넘어간 것처럼 인터넷 뱅킹의 흐름도 웹에서 메신저로 변하고 있다. 인터넷 뱅킹 2.0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기존 웹 기반 인터넷 뱅킹은 모든 작업을 고객이 일일이 찾아서 처리해야만 했다.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는 있었지만, 업무를 보는 방식은 기존의 오프라인 뱅킹과 큰 차이가 없었다.
메신저 기반의 인터넷 뱅킹은 조금 다르다. 고객은 마치 친구와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은행의 메신저 앱을 활용해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강일용에게 10만 원을 송금해'라고 은행 메신저 앱에 입력하면, 간단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친 후 송금 절차가 마무리된다. 송금 이후 상황도 메신저로 바로 알려준다. 메신저에 포함되어 있는 챗봇(인공지능 기반의 채팅 프로그램)은 사용자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대화 형태로 알려준다. 오프라인에 은행원들이 있었다면, 온라인에는 인공지능 은행원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9월 26일 메신저 기반의 모바일 뱅킹 앱 '리브똑똑'을 출시했다. 리브똑똑은 기존 인터넷 뱅킹 앱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고객들은 이 앱을 얼마나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이 앱에는 어떤 최신 기술이 적용되었을까.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이러한 독특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박형주 KB국민은행 스마트전략부 부장과 그 팀원들을 만나 자세히 들어봤다.
<국민은행 미래채널 그룹 스마트전략부 박형주 부장>
Q. 리브똑똑은 어떤 서비스인가요?
A. 리브똑똑은 모든 인터넷 뱅킹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가벼운 모바일 뱅킹 서비스입니다. KB국민은행의 기존 인터넷 뱅킹 앱인 'KB스타뱅킹'보다 고객들이 더욱 접근하기 쉬운 앱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개발했습니다. 리브똑똑은 메신저를 활용한 대화형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은행과 고객 간의 커뮤니케이션과 인터넷 뱅킹을 하나로 합친 차세대 디지털 뱅킹 플랫폼입니다.
스마트전략부는 비대면채널(고객의 얼굴을 보지 않고 진행되는 뱅킹 서비스, 예: 인터넷 뱅킹, 폰뱅킹 등) 전반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는 부서입니다. 리브똑똑 등 다양한 신사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핀테크 관련 전문가 30여 명이 스마트전략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언제나 고객이 좀 더 편하게 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Q. 리브똑똑은 기존 인터넷 뱅킹 앱과 무엇이 다른가요?
A. 가장 큰 차이점은 홈페이지와 메신저의 차이입니다. 기존 모바일 뱅킹 앱은 은행의 홈페이지를 앱으로 옮겨둔 것입니다. 반면 리브똑똑은 메신저 형태를 띠고 있는 대화형 뱅킹 서비스입니다. 리브똑똑은 대화형 뱅킹 서비스답게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리브똑똑 앱 화면>
고객들이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일까요?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오프라인 뱅킹에선 은행원에게 물어보면 되지만, 온라인 뱅킹에선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는 도움말 페이지를 찾아 헤매야 합니다.
챗봇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고객들은 친구에게 물어보는 것처럼 궁금한 점을 리브똑똑을 이용해 챗봇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챗봇이 이러한 사용자의 질문을 분석해 최적의 답변을 해주고 있습니다. 은행 콜센터에 들어오는 많은 질문들이 챗봇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단순 질문들입니다. 챗봇을 도입함으로써 KB국민은행은 콜센터에 걸리는 부하의 30~40%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유가 생긴 상담 인력들은 챗봇으로 해결하기 힘든 고급 상담 처리에 집중할 것입니다. 간단한 질문은 챗봇을 통해, 어려운 질문은 상담 인력을 통해 빠르게 처리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KB국민은행 비대면 채널의 사용자 경험이 더욱 좋아질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리브똑똑에 적용된 챗봇은 사람으로 치면 이제 막 태어난 신생아 정도에 불과합니다. 고객이 입력한 언어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키워드에만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챗봇으로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챗봇은 대화형 뱅킹 서비스의 물고를 틀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리브똑똑의 사용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대화 데이터가 쌓일 것이고 챗봇은 이 데이터를 학습해 더욱 영리해질 것입니다. 내년 상반기쯤이면 키워드에 반응하는 초보적인 챗봇에서 벗어나 고객이 입력한 말(자연어)을 이해하는 진정한 인공지능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챗봇은 대화형 뱅킹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리브똑똑은 메신저와 챗봇을 활용해 고객이 좀 더 편리하게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Q. 리브똑똑 같은 대화형 뱅킹은 기존 인터넷 뱅킹보다 무엇이 더 편리한가요?
A. 대화형 뱅킹은 기존 인터넷 뱅킹에서 제공할 수 없었던 뱅킹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만큼 고객들이 오프라인 은행을 방문할 일이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동명의 대출입니다. 기존의 모바일 뱅킹 앱은 공동명의 대출이 불가능합니다. 두 고객이 함께 오프라인 은행으로 가야 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화형 뱅킹은 두 고객이 하나의 대화창에 들어와 있으면, 둘에게 대출을 동의하느냐는 창이 뜹니다. 두 고객이 동시에 여기에 동의하면 공동명의 대출이 진행됩니다. 기존 인터넷 뱅킹의 1:1 거래에서 벗어나 다자간 거래가 가능해진 것, 이게 바로 대화형 뱅킹의 장점입니다. KB국민은행은 이러한 공동명의 대출을 위한 시스템을 리브똑똑에 구축하고 있습니다.
<리브똑똑은 계좌조회, 계좌이체, 카드조회 등의 서비스를 지원한다>
현재 리브똑똑은 계좌조회, 계좌이체, 카드조회, 퇴직연금조회, 대출자동연장, 대출신청 등 기초적인 인터넷 뱅킹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초에는 공동명의 대출과 같은 고급 서비스를 대거 추가해 기존 인터넷 뱅킹의 한계를 뛰어넘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대화형 뱅킹과 결합하면 높은 파급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추가할 예정입니다.
고객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메뉴형 사용자 환경에서 벗어난 메신저 기반의 카드형 사용자 환경을 신선해하고 있습니다. 고객끼리 대화를 하다가 원하는 금융 서비스를 바로 불러올 수 있는 것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서비스가 출시되고 한 달이 조금 넘은 지금, 약 2만 명의 고객이 리브똑똑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1300만 명이 넘는 고객을 보유한 KB스타뱅킹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반응 속도를 개선하고, 리브똑똑을 통한 거래량을 늘리는 것이 저희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Q. 대화형 뱅킹을 구현하기 위해 리브똑똑에는 어떤 신 기술이 적용되어 있나요?
A. 두 가지 신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클라우드)입니다. 은행 자체 서버를 이용하는 기존 인터넷 뱅킹과 달리 리브똑똑은 은행 자체 서버와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를 함께 이용하고 있습니다. 제1은행권 가운데 금융보안원의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클라우드를 활용한 최초 사례입니다.
리브똑똑의 백엔드(근간)를 AWS의 클라우드 서버와 국민 은행의 자체 서버에 나눠서 올린 후 고객들에겐 이를 통합해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즉, 메신저 서비스는 AWS 클라우드에서 제공하고, 고객의 금융 정보가 보관되어 있는 뱅킹 서비스는 은행 자체 서버에서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메신저는 웹과 그 특성이 다릅니다. 웹은 어느정도 고객의 움직임을 통제하고 이들이 일으킬 트래픽을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메신저는 이것이 어렵습니다. 고객이 메신저에 올리는 사진, 동영상을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때문에 메신저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초과된 트래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클라우드를 이용해야 합니다. 개인의 금융정보는 개인정보와 금융정보에 관한 법률 때문에 클라우드에 보관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은행 자체 서버에 안전하게 보관하다가, 사용자가 메신저를 통해 요구하면 그때 전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 구현의 핵심인 자연어 처리 기술입니다. 대화형 뱅킹은 이제 모바일 뱅킹의 대세가 될 것입니다. 경쟁 은행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화형 뱅킹을 사용자들이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으려면 은행도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확보해야 합니다. 많은 금융 기관이 자연어 처리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KB국민은행은 자체적으로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사용자들은 친구와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인터넷 뱅킹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저희가 '금융'이라는 분야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고객들은 리브똑똑에 와서 금융에 관련된 것을 물어보지 다른 것을 물어보지 않습니다. 때문에 금융에 특화된 인공지능만 개발하면 됩니다. 수집, 분석해야할 데이터도 범용 인공지능에 비해 적기 때문에 그만큼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리브똑똑의 음성인식 서비스>
리브똑똑에는 다양한 생체인증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음성인식 기술의 경우 애플과 구글의 것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애플 시리와 구글 어시스턴트 API를 활용해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반면 화자 인증 기술은 자체 기술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생체인증으로 50만 원까지 계좌이체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만, 내년에는 1000만 원에서 5000만 원까지 그 범위를 확대할 것입니다. 생체인증만으로 인터넷 뱅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사용자들이 더욱 편리하게 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Q. 리브똑똑을 개발하기 위해 KB국민은행은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나요?
A. 리브똑똑 뿐만 아니라 사용자를 위한 차세대 뱅킹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KB국민은행은 '애자일 스쿼드(Agile Squad)'를 도입했습니다. 애자일 스쿼드는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기존 팀별 조직을 핵심 프로젝트 단위로 재편한 조직입니다. IT 기업에선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은행 같은 전통적인 산업 기반을 갖춘 기업에선 보기 힘든 시스템이었습니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 팀당 젊은 직원 5~6명으로 구성된 애자일 스쿼드를 조직했고, 이들을 통해 리브똑똑을 개발했습니다.
<국민은행의 애자일 스쿼드>
애자일 스쿼드의 핵심은 속도입니다.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자마자 이를 개선해서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리브똑똑을 기존 앱보다 훨씬 빠르게 개발하고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앱 개발은 3개월만에 완료되었습니다. 1개월마다 자잘한 기능 업데이트를, 6개월마다 주요 기능 업데이트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앱 개발 속도가 기존보다 2배 빨라졌습니다. 저희의 목표는 이것보다 더 빨라지는 것입니다. 대화형 뱅킹, 애자일 스쿼드 모두 KB국민은행으로선 새로운 시도입니다. 시장 변화에 맞춰 달라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Q. 왜 리브똑똑을 단독 앱으로 출시하셨나요? 기존 KB스타뱅킹과 통합하면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지 않나요?
A. 앱을 통합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고객들의 편의입니다. KB스타뱅킹의 사용자 환경에 익숙한 고객들에게 갑자기 리브똑똑의 사용자환경을 이용하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많은 고객이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편함을 호소할 것입니다.
국민은행은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대화형 뱅킹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출처 국민은행 광고 캡처 하지만 저희가 대화형 뱅킹의 편리함을 지속적으로 알리면 많은 고객이 이를 알아줄 것입니다. 단계적으로 고객의 경험을 KB스타뱅킹에서 리브똑똑으로 바꿀 것입니다. 변화는 자연스럽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오프라인 뱅킹과 기존 온라인 뱅킹의 사용자 경험을 유지하면서, 사용자들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으로 인도해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조급하게 진행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년 말까지 300만 명의 리브똑똑 고객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모바일 뱅킹의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클라우드(Cloud)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나아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최첨단 정보기술(IT) 클라우드의 중요성에 대해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선 비즈니스 현장으로 들어가면 '과연 많은 돈을 들여 클라우드를 써야 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은 남아있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트와 IT동아는 클라우드가 미디어부터 제조업, 유통업, 금융업, 스타트업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향후 어떻게 비즈니스 생태계를 변화시킬 것인지에 관해 비즈니스맨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오늘부터 클라우드가 바꾸는 비즈니스 환경, 다시 말해 Biz on Cloud라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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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