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에서 8세대까지, 인텔 코어 시리즈의 변화상
[IT동아 김영우 기자] 지난 5일, 8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의 데스크탑 버전이 출시됨에 따라 올해 초부터 시작된 PC용 프로세서 새대교체도 본궤도에 올랐다. 예전의 인텔 프로세서는 제조공정을 미세화 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처(설계 기반)을 도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프로세서간의 세대 구분을 했으나, 최근의 행보는 자못 다르다. 기존 제조공정이나 아키텍처에 약간의 개선을 가한 제품, 혹은 클럭이나 코어 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성능 향상을 꾀한 제품 등을 투입해 세대교체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는 신선함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하지만, 이미 검증된 기존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양상은 지난 2015년에 출시된 6세대 인텔 코어(코드명 스카이레이크)부터 도드라진다. 6세대부터 8세대에 이르기까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확인해보자.
5세대 건너뛰듯 출시된 6세대 인텔 코어, 세대교체에 성공하다
인텔의 PC용 프로세서 중에 처음으로 14nm(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 제조 공정을 도입한 5세대 코어(코드명 브로드웰)는 2014년 하반기에 처음 발표되었으나, 제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된 것은 2015년 상반기부터다. 하지만 같은 해 8월에 6세대 코어(코드명 스카이레이크)가 출시됨에 따라 5세대 코어는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잡기도 전에 사실상 퇴역했다.
5세대 코어는 출시된 제품의 종류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4세대 코어(코드명 하스웰)을 쓰다가 5세대를 건너 뛰고 곧장 6세대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5세대 코어 제품 자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개발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적절한 출시 타이밍을 놓친 탓이다.
하지만 뒤이어 등장한 6세대 코어는 5세대 코어에서 검증을 거친 14nm 공정에 더해 완전히 새로 개발한 스카이레이크 아키텍처를 도입, 많은 부분에서 개선을 이뤘다. 또한, 투인원(2in1) 및 초소형 PC의 일종인 컴퓨트 스틱을 위한 Y시리즈, 슬림형 노트북 및 올인원, 미니PC를 위한 U시리즈, 고성능 노트북 및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을 위한 H시리즈와 함께, 고성능 데스크탑을 위한 S시리즈 등의 다양한 모델로 선보여 진정한 의미의 세대 교체에 성공했다.
그 외에 CPU 소켓이 LGA1151 규격(데스크탑 버전 기준)으로, 메인보드용 칩셋이 인텔 100 시리즈 로 바뀌었으며, 기존의 DDR3 메모리보다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이 향상된 DDR4 메모리를 본격 지원하게 된 점도 특징이다.
안정적이지만 다소 심심했던 변화, 7세대 인텔 코어
2016년 8월에 출시된 7세대 인텔 코어(코드명 카비레이크)는 기존 6세대 코어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14nm 공정을 안정화시킨 14nm++ 공정을 도입했으며, 기존 스카이레이크 아키텍처의 최적화에 비중을 둔 제품이다. 6세대 코어에 비해 소비전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작 클럭이 200~300MHz 정도 향상되었고, 각종 주변기기와 연결되는 통로인 PCIe 레인(lane)을 증설해 한층 안정적인 기능 확장이 가능하게 되었다.
7세대 코어의 출시와 동시에 새로 개발된 인텔 200 시리즈 칩셋 기반의 메인보드도 등장했다. 하지만 7세대 코어는 6세대 코어와 동일한 LGA1151 규격 소켓을 이용하며, 메인보드 역시 6세대 코어에서 쓰던 인텔 100 칩셋 기반의 것이 호환된다. 때문에 6세대 코어 기반 데스크탑을 쓰던 사용자는 메인보드 교체 없이 프로세서만 7세대 코어로 교체해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하지만 USB 3.1 Gen.2 및 옵테인 메모리(Optane Memory) 등의 최신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선 인텔 200 시리즈 칩셋 기반의 메인보드를 이용해야 한다.
특히 옵테인 메모리는 3D 크로스포인트(3D XPOINT) 메모리 기술을 적용한 최신 보조 저장장치로, 이를 탑재하면 HDD의 성능을 SSD에 어느 정도 근접하는 수준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옵테인 메모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7세대 코어와 200 시리즈 메인보드를 동시에 갖춰야한다.
다만, 7세대 코어는 6세대 코어에 비해 전력 효율 및 내장 그래픽 성능이 상당부분 발전한 것이 사실이지만, 공정이나 아키텍처와 같은 근본적인 부분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데다, 코어의 수도 같기 때문에 CPU 자체의 연산능력 향상 정도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때문에 7세대 코어가 출시된 이후에도 6세대 코어 제품 역시 거의 동급으로 취급 받으면서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실속에 집중한 '가성비' 프로세서, 8세대 인텔 코어
최신 제품인 8세대 인텔 코어는 지난 8월에 노트북용 U시리즈 모델(코드명 카비레이크 리프레시), 그리고 이달 10일에는 데스크탑용 S시리즈 모델(코드명 커피레이크)이 출시되었다. 이 역시 7세대 코어와 마찬가지로 이전 세대 제품의 공정과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최적화를 거친 모델이다. 하지만 성능 면에서 8세대 코어는 7세대 코어에 비해 약 40%의 향상이 있다고 인텔은 발표했다. 비록 기존의 기술을 응용하긴 했지만, 프로세서의 핵심인 코어의 수 자체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제품 가격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여 한층 높은 가격대비 성능을 갖추게 되었다.
참고로 인텔 코어 시리즈는 2008년에 출시된 1세대 제품부터 2016년의 7세대 제품에 이르기까지 제품별 코어 수의 변화가 없었다. 데스크탑용 기준, 코어 i3는 2코어(물리적 코어) 4쓰레드(논리적 코어), 코어 i5는 4코어 4쓰레드, 코어 i7은 4코어 8쓰레드라는 사양이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8세대 코어의 경우, 데스크탑용 기준으로 코어 i3는 4코어 4쓰레드, 코어 i5가 6코어 6 쓰레드, 코어 i7은 6코어 12쓰레드를 탑재했다. 물리적 코어가 모두 2개씩 증가함에 따라 직접적인, 그리고 확실한 성능 향상을 노린다는 것이 인텔의 노림수다. 이는 지금까지 나온 인텔 코어 시리즈 중에 가장 차별화된 변화 양상인데, 증가한 코어의 힘을 바탕으로 4K UHD 및 VR과 같은 차세대 콘텐츠의 구동 능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고 인텔은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패스마크(PASSMARK) 벤치마크의 CPU 성능 측정 항목 기준으로 유사 가격대(340달러 전후)의 7세대에서 8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성능 향상 정도는 6세대에서 7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향상 정도 보다 확실히 크다. 6세대 코어 i7-6700K(11,109점)과 7세대 코어 i7-7700K(12,124점) 사이의 점수 차이는 약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7세대 코어 i7-7700K와 8세대 코어 i7-8700K(17,192점) 사이에는 40%에 달하는 향상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8세대 인텔 코어는 혁신적인 기술을 대거 적용한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고 가격은 거의 동결시켜 소비자가 지불해야하는 비용대비 성능 향상의 측면에서는 기존에 나왔던 어떤 인텔 프로세서 보다도 높은 이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쉽게 말해 '돈 값'을 충분히 하는 제품이라는 의미다.
다만, 지난 5일에 데스크탑용 8세대 코어가 정식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충분한 물량이 시장에 공급되고 있지 않아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8세대 코어에는 기존의 인텔 100 시리즈 및 200 시리즈 칩셋 기반의 메인보드가 호환되지 않아, 새로 출시된 인텔 300 시리즈 칩셋(인텔 Z370 등) 기반의 메인보드를 구매해야 한다. 프로세서 물량의 원활한 공급 및 다양한 메인보드의 투입에 8세대 인텔 코어의 성패가 달려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