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발 가상현실 저작도구 '다누리-VR'을 활용한 콘텐츠 교육 플랫폼, '코드팜'
[IT동아 권명관 기자] 오는 2018년부터 중고등학교와 2019년부터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소프트웨어 의무화교육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 보다 해외에서 먼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영국은 2014년을 '코드의 해(Year of code)로 선포하고 5세부터 16세까지 소프트웨어 교육을 도입하고 있으며,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IT 산업의 발전과 지난 2012년부터 '코드닷오알지(Code.org)'라는 민간 중심의 소프트웨어 교육이 확대되고 있다. 이외에 이스라엘, 일본, 유럽 선진국 등도 소프트웨어를 통한 교육 효과를 주목하고 있다.
이에 IT동아는 지난 2017년 9월 25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 위치한 임진초등학교(이하 임진초)를 찾아, 초등컴퓨팅교사협회에서 협회장으로 활동 중인 강성현 선생님과 운영협력팀장을 맡고 있는 신갑천 선생님을 만났다. 초등컴퓨팅교사협회는 지난 2010년부터 교육 및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소프트웨어교육과 관련해 이를 직접 실천하고 있는 선생님들을 위한 모임으로, 수업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교수-학습 콘텐츠를 연구, 개발하는 교사 연구회다.
특히, 초등컴퓨팅교사협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 이하 과기정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이 협력한 다부처 지원 사업 중 가상현실(VR) 멀티미디어 저작도구 및 오픈API를 포함하는 '다누리(Danuri)-VR' 프로젝트(ETRI 주관)에 참여해, 초중학교에서 교육용 3D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코드팜(다누리-VR 저작도구를 활용해 제작한 교육용 콘텐츠 학습 플랫폼)'을 선보였다.
< 초등컴퓨팅교사협회의 강성현 협회장(우)과 신갑천 운영협력팀장(좌) >
3D 콘텐츠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최근 다누리-VR을 활용한 교육용 콘텐츠 '코드팜'을 개발하는데 시작 단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하는 소프트웨어 교육과 관련해 다양한 교육 콘텐츠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먼저 3D 콘텐츠로 소프트웨어 교육이 무엇인지부터 알고 싶다.
신갑천 선생님(이하 신 선생님): 소프트웨어 교육은 내년부터 중학교에서 정보 교과에서 1년 34시간 과정으로, 이듬해부터 초등학교로 확대해 실과 교과에서 17시간 과정으로 시행한다. 주목할 것은 필수 교과 과정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고등학교는 2018년부터 학교에서 선택해 진행하는 것으로, 필수 과정은 아니다.
강성현 선생님(이하 강 선생님): 소프트웨어 교육과 관련해 학부모님들도 많이 궁금해하신다. 다만, 아직 정확한 정보가 공개된 것은 아니라, 지역별로 관심도에 대한 편차가 좀 있다(웃음).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내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행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교육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나타난 하나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선생님들이 이러한 변화에 공감하고 있다. 지금까지 교육이라는 것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발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예전부터 논의되었지만, 정작 바뀐 것은 없었다. 여전히,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계속 반복되어 온 것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현재의 교육 방식에서 탈피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콘텐츠를 기반으로 문제해결능력을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해 설명하는 강성현 선생님 >
IT동아: 콘텐츠 기반의 소프트웨어 교육은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강 선생님: 교과서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은 '컴퓨터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이라고 정의한다. 컴퓨터는 사람이 내린 지시에 따라 판단하고 명령을 수행한다. 이 판단 기준을 정하고 적절한 명령을 내리는 논리적인 사고가 '컴퓨터적인 사고'다.
컴퓨터적인 사고는 크게 3가지 단계로 나뉜다. 먼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설계하고, 다음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 코딩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까지는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므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실 세계로 나올 수 있는 디바이스(스마트폰, PC, 로봇 등)가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거치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컴퓨터'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 선생님: 맞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알고리즘'에 대해서 알아보고, 다음 단계로 프로그래밍을 배운다. 결국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교육이다. 아이들에게 '1+1'을 물어보면 '2'라고 대답한다. 정답을 아는 것이다. 하지만 '왜 2일까?'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드물다. 바로 이 '왜'를 찾아가는 것,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소프트웨어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소프트웨어 교육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을 때, 코딩 교육이라는 말로 마치 모든 교육 과정에 프로그래머, 개발자를 양성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교육의 취지는 모두가 프로그래머가 되라는 뜻이 아니다. 소프트웨어를 이해하고,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코딩하는 방법, 디바이스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게 핵심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드는 설계가 더 중요하다(웃음).
< 문제해결능력을 강조하고 있는 신갑천 선생님 >
다누리-VR 콘텐츠를 활용한 '코드팜'?
IT동아: 이번에 과기정통부와 문체부가 다부처 과제 사업으로 진행한 멀티미디어 저작도구 다누리-VR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교육용 플랫폼 '코드팜'을 개발했다고 들었다.
신 선생님: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코드닷오알지, 스크래치, 엔트리 등 다양한 교육용 콘텐츠 플랫폼이 국내에도 들어왔다. 하지만, 이 플랫폼들의 기술 기반은 대부분은 해외에 있다. 코드팜은 국내에서 직접 개발한 다누리-VR을 사용하고, 무엇보다 그림, 그러니까 2D가 아닌 3D, 3차원으로 과정을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처음 다누리-VR을 들었을 때, 3D로 구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이 보다 실감나게 (문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3D, 3차원 아닌가. 확대/축소/회전 등을 활용해 문제에 좀더 몰입할 수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실제에 가까운 3D 화면을 아이들은 더 신기해한다. 그만큼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도 쉽다.
< 코드팜 실행 화면 >
IT동아: 코드팜의 기본 틀은 스크래치, 엔트리 등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잇츠아이 박종훈 대표: 맞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몰라도 쉽게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 작업을 할 수 있는 방식(비주얼 랭귀지)을 추구하다 보니, 기존 교육용 콘텐츠 플랫폼과 많이 닮았다. 흔히 얘기하는, 블록형 코딩 플랫폼인 셈이다.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이 코딩을 블록처럼 맞추면, 3D로 구현된 화면에서 사물이 움직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잇츠아이는 다누리-VR을 활용해 코드팜 내 사용되는 블록형 코딩과 구동 프로그램을 개발한 업체다.
가상화면에서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블록형 코딩 언어로 제어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로봇이 앞으로, 옆으로 움직이고, 점프를 뛰거나 농작물을 수확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코딩 언어와 연결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무엇보다 3D, 3차원으로 구현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웃음).
< 코드팜을 개발한 잇츠아이 박종훈 대표 >
IT동아: 3D 환경은 확실히 (아이들에게) 도움 되는지.
강 선생님: 당연히 3D 환경이 2D 보다 몰입감이 높다. 여기에 공간 지각 능력도 함께 높일 수 있다. 육각면체를 좌우상하로 돌리면서 볼 수도 있고, 장래물을 뛰어 넘어 가는 효과를 구현할 수 있다. 입체적인 면을 확인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수학, 과학적인 요소를 설명하기 쉽다. 실제로 코드팜 다음 단계는 공간을 활용한 사고 영역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교육 현장에서 바라는 콘텐츠 시나리오를 담은 코드팜
IT동아: 코드팜 개발은 잇츠아이에서 진행했지만, 교육 방향성과 교육 목표 등을 담은 시나리오와 기획 등은 초등컴퓨팅교사협회에서 담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신 선생님: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코드팜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했다.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아이들에게 어떤 문제를 줄 것이며, 해당 문제를 통해 아이들이 어떤 점을 가르칠 것인지, 아이들이 어떤 영역을 배울 수 있는지 등을 정했다. 컴퓨팅 사고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요소를 반영해 알고리즘, 순차선택방법,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이 요구하는 함수 등을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핵심이다.
강 선생님: 교육부는 올해부터 매년 10월 10일을 '소프트웨어 교육의날'로 지정해 단위학교 여건에 따라 다양한 체험 행사와 교내 대회 등을 통해 학생들이 (소프트웨어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참고로, 10월 10일은 이진수 0과 1로 이루어진 날로 소프트웨어의 기본원리를 상징한다(웃음).
당장 오는 10월 10일에 코드닷오알지를 이용한 온라인 코딩체험, 엔트리 블록 코딩을 통한 미션 해결, 코들리 블록 코딩을 통한 미션 해결, 코드팜(블록 코딩)을 통한 농장 운영 미션 해결, '플레이봇'을 이용한 문제 해결 등을 각 학교에서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 코드팜 속 코드봇이 3D로 구현, 이동하고 있다 >
신 선생님: 코드팜의 장점은 현직 교사들이 참여해 직접 교육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고민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3D를 활용해 문제를 직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 실생활과 유사한 환경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코드팜 시나리오는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농장을 이동하는 로봇(코드팜에서는 코드봇이라고 말한다)을 이용해 당근, 파프리카 등을 심고, 수확하는 챕터와 크레인을 이용해 수확한 작물을 담은 상자를 옮기긴다. 그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론을 이용해 상자를 배달하는 과정까지 담았다. 전체적으로 '코드팜'이라는 농장을 운영한다는, 스토리를 소프트웨어 교육에 녹여, 농장 경영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IT동아: 농장을 로봇과 크레인, 드론 등으로 경영할 수 있다는 것, IT를 접목한 스마트팜 아닌가. 소프트웨어 교육 즉, IT를 접목한 교육에 어울리는 이야기인 것 같다.
강 선생님: 맞다. 쉬운 단계에서는 코드봇을 이동하고, 점프하는 간단한 동작을 가르친다. 이어서 똑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순차알고리즘을 가르치고, 다음 단계에서는 조금 더 복잡한 반복 구조를 가르친다. 농사 짓는 코드봇과 상자를 옮기는 크레인, 상자를 배달하는 드론 등 총 3개체를 적절하게 조합하는 것을 고민한 결과다. 그리고, 그냥 하면 재미없잖은가(웃음). 스토리를 활용한 교육은 학생들도 오래 기억하는 편이다.
앞으로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교육 아이템은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실생활에서 누구나 흔하게 부딪힐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주제로, 간접직업체험까지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신 선생님: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코드팜은 현직 선생님들이 기획 과정부터 참여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제 처음 선보이는 것이라 미리 세워 놓은 시나리오와 단계별로 진행할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할 수만 있다면) 선생님들이 직접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에디터나 커스텀 기능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국내 개발 저작도구인 다누리-VR을 활용해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신갑천 선생님, 출처: 신갑천 선생님 >
잇츠아이 박종훈 대표: 다누리-VR 안에도 어느 정도 틀이 잡혀 있다. 저작도구가 필요로 하는 기능도 이미 마련되어 있고, 교육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특화 기능은 언제든 손쉽게 추가할 수 있다. 현장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
IT동아: 향후 콘텐츠 코드팜을 활용한 계획이 있을까.
강 선생님: 오는 10월 10일 소프트웨어 교육의 날, 이제 처음 교육 현장에 적용하는 단계다. 앞으로는 코드팜을 활용해 수업할 수 있는 교재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이미 대부분의 작업은 다 끝난 상태다. 그리고 코딩한 이후 실행되는 것을 지금처럼 모니터로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현실로 연결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드론으로 상자를 배달하는 것을 드론 시점으로 볼 수 있다면? 아이들이 느끼는 몰입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를 통해 가상현실을 좀더 쉽게 접할 수도 있을 것이고.
신 선생님: 초등컴퓨팅교사협회 차원에서도 코드팜을 활용할 예정이다. 튜토리얼 동영상이나, 앞서 언급한 과제, 문제 해결법 등을 인터넷으로 공유해, 현직 선생님들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이번 소프트웨어 교육의 날을 기점으로 많이 알릴 예정이다. 아이들을 위한 코딩 캠프, 선생님들을 위한 연수 과정 등도 계획 중이다. 앞으로도 코드팜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