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실에서 축구와 야구, 골프를 한다? 한국IT직업전문학교 게임연구소의 '리치멀티센터'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7년 9월 15일,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IT직업전문학교를 다시 한번 찾았다. 한국IT직업전문학교는 1998년 설립한 국내 최초 IT 특성화 학점인정 교육기관이다. 국내 IT 산업 현장과 똑같은 시설과 장비를 갖춰, IT 기업에서 일하듯 실습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양재관, 생활관, 다산관과 강남에 위치한 교양관을 포함 총 4개 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IT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양성을 위해 산학협력 기반으로 기업의 기술 수요를 반영해 커리큘럼을 운영 중이다.
취업과 진학 실적도 높다. 전체 졸업자 중 취업률 80%, 진학률 9%를 달성했으며, 2010년부터 2016년 사이 진학자는 350명, 취업자는 3,120명에 이른다. 현재 한국IT직업전문학교는 시각디자인과 모바일/웹디자인, 일러스트를 교육하는 '디자인스쿨', 웹툰과 만화애니메이션, 출판만화를 교육하는 '카툰스쿨', 융합보안(3년제), 컴퓨터 보안, 사이버경찰(포렌식), 해킹바이러스대응을 교육하는 '정보보안스쿨', 게임프로그래밍(3년제), 게임 기획(3년제), 게임그래픽, 게임스토리텔링을 교육하는 '게임스쿨', 컴퓨터공학, 드론/로봇, 사물인터넷, 앱개발을 교육하는 '융합스마트스쿨' 등 총 5개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 한국IT직업전문학교 게임연구소 송진우 연구소장 >
특히, 한국IT직업전문학교는 교내에 게임연구소를 설립, 재학생과 졸업생과 함께 융합형 게임 콘텐츠를 개발하고, 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게임연구소는 초고속 카메라로 사람의 동작을 촬영, 분석해 스포츠에 활용할 수 있는 코칭 시뮬레이터 '리치 멀티 센서'를 개발해 공개했다. 이에 IT동아가 한국IT직업전문학교 게임연구소 송진우 연구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교육과 경험을 함께할 수 있는 게임연구소
IT동아: 지난 방문 때 소개해줬던 동작 인식 분석 센서가 인상에 남아 이렇게 다시 찾았다. 당시 상당히 인상에 남았다. 먼저, 게임연구소가 어떤 곳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송진우 연구소장(이하 송 소장): 게임연구소는 한국IT직업전문학교 재학생이나 졸업생과 협력해 다양한 콘텐츠 및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함께 연구하는 곳이다. 학생들이 취업과 관련된 경험을 미리 쌓을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 실리콘밸리 업체가 초창기 차고에서 제품을 개발한 듯한 게임연구소 입구 모습 >
IT동아: 그동안 자체적으로 개발한 콘텐츠 또는 제품이 있는지. 이전에 봤던 동작 인식 분석 센서가 기억에 남는데.
송 소장: 콘텐츠의 경우, 현재는 학생들과 함께 교육 과정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별 샘플 정도만 보유하고 있다. 매년 지스타에 참가해 개발한 콘텐츠를 소개하는데, 여기에 협력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IT직업전문학교는 지스타에 12년 연속으로 참가해 학생작품을 출품하고 있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게임도 개발 중이다.
이전에 소개했던 제품은 이제 최종 단계, 아니 완성한 제품이다. 제품명은 '리치 멀티 센서'로 (아직 확정된 제품명은 아니다) 제품에 탑재한 초고속 카메라를 통해 사람의 동작과 골프공, 야구공, 축구공 등을 촬영, 인식할 수 있다. 촬영한 영상 데이터 분석도 바로 할 수 있다.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카메라 센싱을 통해 실감데이터를 추출하고 이를 분석해 코칭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다. 가상현실 스포츠 체육 교실이나 스포츠 과학 분야에서 센싱 기술을 이용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코칭을 할 수 있다.
현재 H 게임사의 축구 매니지먼트 게임을 연동해 간단한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야구 게임도 진행할 수 있는데, 아직 공식적인 제품과 연동한 것은 아니라 테스트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
< 리치 멀티 센서를 이용해 티볼을 측정하는 모습 >
골프, 축구, 야구 등 다양한 스포츠에 접목할 수 있다?
IT동아: 그러니까, 골프, 축구, 야구 등을 연습할 때 각종 데이터를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자세로 고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뜻인가.
송 소장: 맞다. 현재 축구의 동작 모션이나 축구를 훈련할 수 있는 트레이닝 목적으로 여러 학교와 협의 중인 단계다. 야구 같은 경우에는, 초등학교 체육과목에 '티볼(Tee Ball)'이라는 것이 있다. 티볼은 전국 6,000여 초등학교에서 체육 정규 수업으로 활용 중이다. 실내에서도 가능하다. 사람 허리까지 올라오는 막대(티, tee) 위에 올린 공을 치고, 야구처럼 1, 2,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는 구기종목이다. 티볼의 장점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야구의 경우, 투수가 던지는 공에 맞아 다칠 수 있지만, 티볼은 그럴 위험이 없다.
연구소는 이 티볼에 리치 멀티 센서를 접목, 가상 시뮬레이터 게임과 연동했다. 최근에는 한국티볼협회와 협력해 지도자 자격 과정에 리치 멀티 센서를 활용, 훈련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협의도 진행 중이다.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 K 축구센터에 리치 멀티 센서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곳과 협력해 축구 교육용 훈련을 위한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중이다. 축구는 크게 3가지 동작으로 구분할 수 있다. 패스와 킥, 드리블이다. 리치 멀티 센서를 이용하면, 3가지 동작 모두를 촬영하고, 분석할 수 있어 관계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드리블의 경우 카메라 센서를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측정, 분석할 수 있다. 축구 관계자들은 리치 멀티 센서로 측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이나 선수를 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선수 실력을 검증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선수를 선발할 때, 지금까지 마땅한 기준은 없었다. 전적으로 지도자의 재량에 맡기는 방식인데, 객관적으로 계측한 데이터, 수치 등을 통해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공 크기, 형태 등에 상관 없이 다양한 동작을 측정할 수 있다 >
IT동아: 리치 멀티 센서를 개발한 계기가 궁금하다.
송 소장: 초등학생처럼 어린 아이들이 좁은 실내 공간에서도 실제 경기하는 것처럼 뛰고, 놀 수 있는, 마치 가상현실처럼 체험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지금 우리네 학교 체육 활동은 거의 죽어가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실외 활동을 계속 줄여가는 추세다. 1년 중 실제 야외 체육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날은 며칠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적으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곳은 실내체육관 또는 교실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는 초등학교에서 주 3시간 동안 의무적으로 체육 수업을 진행하도록 권장하지만,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적인 요인과 아이들이 다칠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실행하기 어렵다는게 현장의 목소리다. 또한, 초등학교 선생님 중 90% 이상이 여성이다. 때문에 학교에서 기간제 체육 교사를 채용해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요인 때문인지, 요즘에는 초등학교별로 방과 후 또는 교내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클럽이 활성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환경적인, 실질적인 요인에 맞춰서 개발한 것이 바로 리치 멀티 센서다.
< 한국IT직업전문학교 게임연구소 송진우 연구소장 >
실내에서도 전문 트레이닝을 할 수 있습니다
IT동아: 학생들이 체육 수업을 현실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송 소장: 현실적이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바랬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가상세계에서 간접 체험하는 제품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체육 활동이라면, 모름지기 아이들이 직접 걷고, 뛰고, 차고, 휘둘러야 하지 않겠는가. 이에 동작을 인식하고, 측정해, 디지털 정보 형태로 변형해 전달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궁극적으로 이를 이용해 훈련, 트레이닝까지 할 수 있도록 기획했고.
리치 멀티 센서를 개발하고 난 뒤, 체육교사와 방과후 수업 선생님, 티볼협회, 축구 교실 등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 20명과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었다. 당시 리치 멀티 센서를 학교 체육 과정에서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교육하고 있는 아이들을 더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컸다.
IT동아: 리치 멀티 센서를 이용하면 어떤 것까지 측정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송 소장: 공의 발사각도, 공의 상하좌우 회전, 공의 속도 등을 모두 측정할 수 있고, 사용자의 동작도 한번에 담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야구방망이로 야구공을 때린다고 가정했을 때, 야구방망이가 야구공의 어디를 때렸고, 야구공이 어떤 회전으로 얼마나 날아갔는지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발등으로 축구공을 찼는지, 발끝으로 찼는지, 축구공이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얼마나 휘어 날아가는지 등을 모두 측정한다.
최근에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 사용자 동작 중 무엇을 우선해 측정하고 분석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있다. 유명 축구 선수 또는 야구 선수의 동작과 비교할 수도 있다. 축구의 경우 차는 발의 각도와 모양도 체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업체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부분으로 접근하고 있는 단계다.
< 리치 멀티 센서를 활용하는 모습, 출처: 한국IT직업전문학교 >
IT동아: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다른 게임 콘텐츠와 연동해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할 생각은 없는지.
송 소장: 리치 멀티 센서가 측정하는 데이터를 연동하는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기존 개발업체와 협력하는 형태를 추구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할 수도 있지만, 이는 많은 시간과 인력, 비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장에 이미 경쟁력을 인정받은 콘텐츠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들과 협력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품을 개발하려고 한다. 해당 콘텐츠 업체가 요구하는 것을 기술적으로 협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양한 게임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와 협력해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지만, 수년간 개발에만 집중하다 보니 많이 미흡한 실정이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IT동아: 다음 목표가 궁금하다.
송 소장: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은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리치 멀티 센서가 측정하는 데이터의 정확도나 동작 분석 기술 등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을 적용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다. 현재 골프와 야구, 축구에 적용해 개발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게이트볼, 볼링 등 공을 이용하는 다양한 스포츠에 접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들 체육 활동으로 자주 활용되는 '발야구'에도 접목할 수 있다(웃음).
그리고 사람의 동작을 필요로 하는 여러 활동의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데, 정작 어떤 동작을 계측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어 협력을 요청하고 싶다. 축구공을 잘 차기 위한 동작을 위해서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 야구공을 멀리 날려보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 이러한 데이터를 더 많은 스포츠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하고 싶다.
우리 게임연구소가 개발한 리치 멀티 센서는 이제 막 걸음을 떼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